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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26. 2019

[하루 20분 15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나만의 웃음 철학이.

후드득후드득.

나뭇잎새와 부딪히는 빗소리다.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대하듯 온몸으로 비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비 오는 '아침'을 참 좋아한다.  '어제'란 지나온 시간 속에 좋았던 일도 슬펐던 일도 모두 묻어둔 채 새롭게 '오늘'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 20분 나는 한다.]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를 시작한 지 절반을 지나가는 중이다. 생각 없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웃음'이 주는 의미를 수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이 '웃음'에 대하여 생각할까. 나 역시 [하루 20분 나는 한다]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그 의미를 생각하지 못했다. 교육받을 때 초청강사의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받는 '웃음 치료'등이 전부였다. 그 또한 시간이 흐르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표정을 매일매일 짓고 살았다.


처음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 쉽게 말을 트고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로서는  심기가 보통 불편해지는 게 아니다.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맘에 들어서일 것이다. 이 때는 바다에서 거센 바람과 맞닥뜨린 거처럼 사납게 변해 스스로도 통제가 안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가장 '기쁨'과 '웃음'이 가득한 그 시간대를 지나온 뒤로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초등학교에 잠깐 다니다가 그만둔 교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우리 고등부 학생들은 청년부 선배들의 보호를 받으며 추풍령 어느 기도원으로 3박 4일 예정으로 수련회를 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를 떠나 공식적인 외박을 하게 된 셈이었다. 마침 초등학교 동창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설렘을 감추고 수련회를 떠났다. 도착한 후로는 시간별로 프로그램이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친구와 맘 놓고 수다는 떨 수 없었지만 신세계를 영접한 듯 나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3박 4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게 수련회를 마치고 며칠 후 수련회에서 찍은 사진들을 받았다. 친구와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평소 나와는 다른 환하게 웃는 얼굴이 찍힌 사진들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웃을 때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구나.'라고


나의 또 다른 얼굴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알게 해 주었다. TV 드라마를 시청할 때도 일상에서 사람들과 만날 때도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상대에게 '미소'를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는지도 내 안을 들여다보게 해 줬다.


무섭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다시 햇살이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뉴스에서는 잠시 멈춘 거라지만 밝은 햇살의 미소를 만날 수 있어 나는 지금 행복하다.  


오늘은 정말 많이 웃을 거 같다. 반가운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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