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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6. 2018

[어느 날 작가가 되었습니다] 아넷 하위징

청소년을 위한 문학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보다가 역시나 이번에도 제목 때문에 낚인? 책이다. 제목이나 표지의 분위기를 봤을 때 내가 예상한 이야기는 일반인 여성이 우연한 계기로 작가가 된다는 에세이였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이야기다. 책 소개 글에 어린아이가 옆집 사는 작가 아줌마에게 글쓰기를 배운다는 소설이었다. 책도 얇고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청소년 문학이었어?

책날개에 작가 소개를 보고 놀랐다
아넷 하위징
1960년에 태어났다. 거북이를 사랑하고~중략  신문이나 잡지에 어린이 독자를 위한 칼럼을 쓰고 아동 도서도 저술한다. 첫 청소년 소설인 [어느 날 작가가 되었습니다]로 2015년에 네덜란드 주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 은 손가락상'을 수상했다. 후략

내가 빌린 책이 청소년 책이었구나. 13살 소녀가 아니 어린이라고 해야 하나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청소년 소설에 가까운 걸까. 책이 일단 얇고 착한 이야기여야 청소년 소설인 걸까. 교훈적이어야 하는 걸까?  문득 청소년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나의 청소년 시절은?

초등학교 때 나의 책 읽기는 엄마가 선정한 전집이나 위인전이 전부였는데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곧잘 하고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는 의미에서 책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절반은 거짓인 위인전...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내가 스스로 읽은 책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기억이 없다. 국어시간에 배운 책들 시들이 전부인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입시생이 읽어야 할 수필, 고전, 문학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것 하나 자유롭게 읽을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줄치면서 의미를 파악하면서 그렇게 수동적으로 억지로 책을 아니 교과서를 읽었던 게 내 슬픈 과거다. 그 시절의 내가 청소년문학 이란 것을 읽고 즐기는 학생이었다면 조금 더 사춘기를 순조롭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 나는 마음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친구를 찾아가 고민 상담을 해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조용히 혼자 책 읽으면서 해답을 찾아보려 하고 있는데, 학창시절의 나는 그런 고민들을 혼자서만 끙끙 걸렸던 것 같다. 친구에게 말해봤자 그 친구도 또래일 뿐이고, 그렇다고 엄마한테 고민을 털어놓지도 선생님한테도 털어놓지도 못 했던 것 같다. 그럴 때면 고민 상담할 수 있는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나는 외동딸이다) 
 학창시절이 즐거웠다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 전혀 절대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지금만큼이나 고민 많고 심각했었던 학창 시절을 보낸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하하 다 지난 일이다.


어느 날 작가가 되었습니다

얇은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이 청소년 소설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갈등 고뇌 등이 담긴 이야기랄까.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어 끝나는 느낌이라 당황하긴 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마무리 느낌이랄까?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아이가 아빠의 새로운 여자친구를 보면서 겪게 되는 갈등. 아줌마를 좋아하지만 죽은 엄마 사이에서의 갈등 상황을  아이가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는 가정하에 적혀있다. 아이가 쓴 글을 옆집에 사는 작가 아줌마가 봐주면서 글쓰기에 관해 조언을 해준다. 마지막에는 갈등이 해소되면서 한 단계 성숙하는 주인공의 모습. 전형적인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의 간결한 스토리이다. 
어린아이의 사춘기, 갈등 + 글짓기 수업이 혼합돼있는 책인데 신선하게 읽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어진 책이라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고, 어린애가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엄마를 일찍 잃어서 없다는 상황은 어린이한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고통이 아니겠는가. 어린이를 위한 글쓰기 수업이지만 글쓰기 어린이인 나에게는 또한 유익한 책이었다.


린다 아줌마의 소설 쓰기 수업

책 보면서 중간중간 글쓰기 수업 내용이 있는데 그 부분은 좀 정리해 놓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 마지막 장에 친절하게 정리본이 적혀있다. 반납을 해야 할 책이기에 블로그에 적어보는 걸로 마무리한다


1] 일단 그냥 쓰는 거다. 많이 써야 한다. 연습, 연습, 또 연습.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
2] 쇼우, 돈 텔(show don't tell)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주인공이 슬프다고 설명하지 말고, 그 주인공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길을 터벅터벅 걷는 모습을 묘사하라
3] 작가가 지닌 중요한 도구 중 하나는 시간이다. 작가는 시간을 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
4] 글을 반드시 시간 순서대로 쓸 필요는 없다. 독자가 호기심을 일으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장면을 골라야 한다.
5] 회상 기법(플래시백)을 사용하라. 소풍에 관한 글은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버스는 오전 8시 반에 출발했다" 다음과 같이 쓰면 더 흥미진진하다 "오늘 나는 검은 표범과 눈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6] 뭘 쓰려는가만 생각하지 말고 뭘 빼놓을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7] 다른 작가는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8] 사물의 뒷면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적 갈등이 중요하다. 이야기는 바로 거기 숨어있다.
9] 시점은 '누구의 눈으로 사건을 서술하는가.'라는 의미다. 똑같은 사건을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써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10] 킬 유어 달 링스(kill your darlings). 며칠 동안이나 아름다운 장면을 생각했는데도, 전체적인 이야기와 제대로 맞지 않는다면 그 장면은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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