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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6. 2018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오찬호

저도 이 책을 읽으니 기분이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만


#사회학 박사 #페미니즘 #방송출연 #불평불만 투덜이 사회학자


저자에 대해 아는바가 하나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날개에 쓰여있는 불평불만 투덜이 사회학자라는 말에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3단락으로 구성된 책이다
챕터 1 절대적 죄의식이 부족한 우리들의 민낯을 비판한다
챕터 2 세상이 자신을 흉볼 것을 두려워하는 수치심 많은 인간들의 강박에 관하여
챕터 3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챕터 1이 가장 읽기 힘든 이유가 있었구나..       

     

  저도 이 책을 읽으니 기분이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만

5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부터 기진맥진 해져버렸다. 뇌가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들이랄까. 시작부터 혐오(여성혐오,노키즈존),페미니즘,차별(남녀차별,계층차별) 폭력(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왕따, 사회제도 문제 등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주제만 가지고 토론을 한다 해도 양쪽으로 나뉘어서 100분으론 어림없고 밤샘토론도 가능할만한 사회문제들, 그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무서운 선생님처럼 이야기해준다. 이런 저자의 거침없는 책들이 이슈가 되면서 최근 tv에도 많이 나오고 그랬나 보다. 저자가 출연했다는 방송은 하나도 보지 않은 상태로 이 책을 접하는 거지만 방송에선 어떻게 말하는지 보고 싶어졌다.

토론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방대한 지식과 자신만의 확고한 논리로 어떤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고 소신 발언하는 그런 사람들. 예전 100분 토론 단골 패널들. 몇몇 떠오르는 얼굴은 그리운 마왕, 유시민 작가, 김총수..

친구한테 이 책을 보여주자 페미니즘 책 쓴 사람이라고 책 괜찮다고 했다. 페미니즘? 난 페미니즘은 잘 모르는데, 하지만 남녀 차별은 존재한다고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여성이지만.. 남녀 차별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정말 내 편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속 시원한 말을 남성이 게다가 사회학 박사님이 해주네, 내가  남녀 문제에 파르르해서 반응하기엔 내 논리가 너무 빈약하니까 나중에 댓글로라도 티격 거리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범답안들이 적혀있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문제에 있어서 상대방(일반적으로 남성)은 씨알도 안 먹힐 게 뻔하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여러 가지 상대방의 반박들도 적어놓지만 끝까지 자신의 의견의 굳건히 피력한다.


그래서 독박 복무는요?

 내가 블로그에 올린 [82년생 김지영] 포스팅에 최근 댓글이 하나 달렸다. 나는 책 읽는 내내 우울했고, 읽고 나니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부당함, 차별 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서평이라는 이름하에  쏟아내듯 털어놓았다. 모 어쩌자는 건 아니었다. 그냥 예전 기억들이 물밀듯이 생생히 살아났고 그걸 쏟아냈을 뿐. 댓글은 그랬다. 누가 봐도 남성이 작성한
"그래서 독박 복무는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요즘 독박 육아라는 말을 엄마들이 한탄하는 의미로 많이들 사용하니까 "너가 그렇게 너 억울한 거 적어놨지 그래서 넌 나처럼 군대 갔어? 갔냐고! " 하는 느낌의 댓글이었다. 나더러 당신이 억지로 군대 다녀온 걸 어쩌란 말인가. 그게 내 지난 시절의 경험들 하고 무슨 상관인가? 내가 댓글을 다는 순간 이 말도 안 통하는 사람과 키보드 전쟁이 시작될 게 뻔했다. 온라인에서 쓸데없는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제 글이 달콤했나 보네요? 파리가 꼬이는 걸 보니 ^^"


라고 머릿속으로 적었지만  댓글단 사람을 차단했고 댓글은 삭제되었다. 그 사람은 김샛겠지.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그 사람은 분명 [82년생 김지영] 책 포스팅만 찾아다니면서 딴지거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 것 같은 느낌. 나는 [82년생 김지영]의 영향력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 나온 내용을 읽어보니 많은 남성들의 비난 혹은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책이었다. 남성들이 읽기에 많이 불편한가 보다. 하지만 여성이 읽어도 그 책은 매우 불편하다.


차별의 문제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안티 많겠다(남성들한테)'

하지만 여성들의 지지는 많이 받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물론 한집에 사는 남편이 아이한테 무의식적으로 한말을 가지고 "남자라서라고 말하지 말고 거기엔 사람을 넣어야 한다"라고 훈수 둔다면. 갑갑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어보고 있으니 저자의 부인님이 보살이다. 하하. 

단순히 남녀 차별이 문제다 라고 말하지 않고, 이 문제는 광범위한 개념에서의 모든 약자(여성, 어린이, 노인, 가난한 사람, 장애우)에 대한 차별의 문제라고 말하는 점이 좋았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닌 객관적인 불평등함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 또한 여러 가지 차별과 혐오의 가해자 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나니 맘이 무거워진다.


저자의 자기반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실날하게 비판을 하고 있으면서도 중간중간 자신의 부끄러운 혹은 후회스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런 부분을 보면 엄청 솔직하다 싶기도 하고 세상 밖으로도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도 엄격한 모습인 게 느껴진다. 자신에게도 자신의 아이에게도.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랄까. 유치원생 자녀에게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는 부분도 놀랍기도 하고, 사회학자의 생각은 과거-현재-미래를 넓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그랬다. 몇몇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인상 깊다. 특히나 제주도 가족여행 갔던 시간 강박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나온 신문배달 이야기.
읽으면서 나한테도 비슷했던 몇몇 상황들이 떠올랐다. 나도 여행 가서 동행자가 힘들든 말든 안중에도 없이 내 일정대로 진격했던 경험이 있고 나는 편하고 괜찮다는 이유로 같이 일하는 후배들의 어려움이나 부당함을 묵인하기도 했다. 나 또한 책 읽으면서 엄청 혼나는 기분이다. 그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일까. 개개인이 좀 깨닫고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자기반성도 하지만 이니셜로 표기된 사람들 험담? 비판도 하는데 글로만 봤지만 저자 주변에는 왜 이렇게 무례한 사람이 많은 건가 싶기도 했다. 일반적이 않은 꼰대랄까? 죄다 선배고 동년배의 교수, 학자들인데 말이다. 

YES KIDS ZONE

예스 키즈 존이라고 쓰여있는 열쇠고리가 딸려왔다. 이 책의 굿즈가 이거라니..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문제인데 분명히 어린이 혐오 문제라고 정의했다.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노키즈존 커피숍을 처음 방문했다. 입구에 현수막이 있었는데, 바닷가 발코니가 위험해서 어쩌고 하면서 최대한 예의 있게 작성해 보이는 글이었다. 노키즈존이 어린 아기들에게만 적용되는지 알았는데 6학년까지 적용되는 거여서 살짝 놀랐다. 범위가 커서.  사실 나야 애기 없으면 조용해서 좋겠다 생각했지만. 가족여행으로 왔다가 분위기 있는 커피숍이라는 말에 일부러 들렸던 경우라면 노키즈존이라고 입구에 붙었다면 불쾌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이 얌전하고 예의 바른 경우라면. 아닌 경우라도 기분 나쁜 건 사실일 것 같다. 처음엔 나도 노키즈존에 대해 의아했으나 카페를 들어가 보고 카페를 빽빽하게 꾸미고 있는 빈티지 소품들을 보니 카페 주인이 노키즈존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 처음 카페가 생겼을 때는 노키즈존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무슨 사고가 났다거나 했을지도 모르지 
 노키즈존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찍어놓은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 아이 있는 엄마, 아빠 대학생 남녀들의 의견. 엄마라고 무조건 찬성, 미혼이라고 무조건 반대인 문제도 아니었다. 대학생이 자신의 엄마한테 전화해서 노키즈존이 있었냐 물어봤다가.  그 대학생의 엄마는 전화 건 자녀가 어렸을 때 너무나도 개구쟁이여서 사람들한테 피해 갈까 봐 어디 식당이나 이런데 나가지 못했었다.라고 예상치 못한 발언을 해서 전화 걸었던 자식이 엄청 당황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노키즈존을 내 주변에서 많이 본 것도 아니었고, 나랑은 직접 관련된 문제도 아니었다. 나는 애가 없으니까. 애기들 울고 그러면 시끄럽고 방해되는데 우연히 노키즈존 식당에 방문했다면 그냥 편한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반대로 아이의 엄마고 점점 노키즈존이 많아져서 음식점 가기 전부터 노키즈존인지 아닌지 조사하거나 가게 먼저 들어가서 아이가 있는데 들어가도 되냐 고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갈 곳이 없을 것 같다. 각각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잘 시켜야지 몇몇 몰상식한 부모들 때문에 전체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차별을 당하는 건 올바른 방향성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러다가 노 시니어 존 이런 것까지 생길지도 모른다. 
책에 나온 모든 사회문제가 나에게 적용되었고 내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정말 사회학. 책이라서 그럴까. 내가 어디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이 많은 영향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 책은 사회학적 자기 계발서다

나도 한두 시간짜리 강연만 들었다면. 그래서 당장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데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을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어보니 그래 이거다! 할 수는 없었지만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나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 이 책이 그나마 저자의 이전 책들에 비해서 좀 더 대중적이고 부드럽게 쓰인 책이란 말이 맨 마지막 장에 나왔을 때 당황했다. 그럼 이전 책을 얼마나 살벌하단 말입니까. 난 충분히 이 책을 보고도 마음이 무겁고 씁쓸하고 살짝 괴롭기도 한데 말이다. 하지만 다른 주제의 이전 책들도 보고 싶어졌다. 

책에 저자의 사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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