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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6. 2018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의 필독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콜롬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빨간책방 189회 190회에서 소개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들었다. 빨간책방을 워낙 뒤늦게 들었기에 최근 몇 편만 들었었는데 그동안 어떤 책들을 소개했을까 하고 훑어보다가 제목이 자극적인 이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엄청 강렬했기에 내 눈에 띈 이유가 되었지만,  빨책에서는 원제랑은 너무 다른 우리나라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책이 눈에 띄어야 하고 팔려야 했기에 이런 제목이 지어졌겠지. 원제는 A Mother's Reckoning 엄마의 추정? 엄마의 심판? 정도 되는 것 같다. 살짝은 무덤덤한 제목의 이 책을 이렇게 센 제목으로 바꿨다. 살인자라는 단어를 썼다면 좀 더 자극적이었겠지만 어느 정도 완화시킨 거라 생각된다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13명이 죽었고 24명이 부상 입었던 사건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사망자는 15명인데 가해자였던 2명은 희생자에서 제외된다. 그 가해자 중의 한 명 딜런의 엄마가 사건 이후 17년이 지나서 적은 책이다. 사실 좀 읽고 싶은 류의 책은 아니었는데 빨간책방을 듣고 나서 자식을 잃은 엄마의 고통 또한 큰데 그 일이 있은 후로 평생을 살인자의 부모로 살아야 하는 한 여성의 솔직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아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빌린 뒤에도 조금은 읽기 쉽고 가벼운 책들만 손에 들었고 선뜻 첫 장도 읽기가 꺼려지긴 했는데 맘먹고 읽어 나가니 무리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주홍글씨

대부분 큰 사건이 나면 그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거나 하는데 이 부부는 떠나지 않았다. 어디를 가더라고 똑같이 견뎌내야 한다는 점과 자신의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성이 많지 않아서 이름만 가지고는 어떤 사람인지 살인자의 부모여도 크게 눈에 띌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딜런 클리볼트 라는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엄마인 수 클리볼트, 남편인 톰 클리볼트는 이름만 말해줘도 뜨끔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끔찍한 상황이다. 가해자였던 아들은 자살을 해서 세상에 없고, 그 모든 책임과 비난이 부모에게로 쏟아졌다. 

아이가 죽은 뒤에 이혼율이 급증한다. 책의 중간중간 남편 톰과 서로 다른 애도 방식과 성향으로 점점 멀어진다는 기술을 여러 번 한 적 있다. 각자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서였을까. 결국 43년 만에 남편하고 이혼했다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여자와 남자의 애도 방식이 다르다. 남자들은 아이가 자라서 어떤 존재가 되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자기가 기억하는 아이를 잃은 것을 슬퍼하곤 한다. 남편의 톰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점점 어두워졌을 것 같다. 수도 물론 힘들었지만 다니던 회사에도 다시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같았어도 딜런의 엄마 수가 다시 원래 다니던 회사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직장 내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던 건 아니지만 살인자의 엄마를 자신의 조직에 받아들였다.              


엄마란

아들 딜런을 키우기까지의 17년 그 후로의 17년 34년간의 이야기를 적어놓았는데 그녀가 평생을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던 것도 도움이 되었고 사건 이후에도 많은 일기를 작성했기에 이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자식의 자살에 대한 이해와 폭력성을 이해하려는 끝없는 노력. 많은 소송 문제와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여론, 주변의 시선까지 감당해내는 그간의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유방암을 치료하고 공황장애까지 겪으며 힘들었던 시기. 죽지 못해 살았겠다 싶었는데 자살예방연합에 가서 자신과 같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위로받으면서 현재는 우울증 조기 발견 및 자살 예방에 관한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사람에게는 너무 늦었을지라도 다른 사람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다는 것


사람들은 콜롬바인 사건에서 살인만을 바라보지만 엄마는 살인-자살  자살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우울증이 유발하는 자살을 예방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끔찍한 총기사건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왜?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생각하기 보다 어떻게?라고 묻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자식의 자살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자신의 업보라 여기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자녀 있는 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고민하고 있는 부모라면 이 책을 읽고 더욱 불안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 가득 키워도 자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고 말하지 않는다. 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엄마에게 절대 털어놓지 않고 혼자 고민하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나도 그저 사춘기를 겪었던 거다 어렸으니까.라고 생각하고 성장했지만 청소년의 두뇌는 아직 미성숙한 상태라는 걸 생각해보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자녀들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면장애와 식욕부진 짜증 또한 우울증의 증상이라고 하니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행동을 주시하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빨간책방에서 다혜 작가는 정말 방을 뒤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으니 풀기 어려운 숙제다. 


폭력

수많은 책을 보고 강연을 듣고 딜런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자식의 우울증과 자살에 관한 부분은 이해를 했다. 하지만 자녀의 폭력성은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마지막 부분에는 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좀 더 연구가 되어 사회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서 어렸을 때부터 건강검진하듯 조기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또한 정신과라고 하면 미친 사람들 심각한 사람들만 찾는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바꿔서 뇌 또한 건강 문제고 아프면 치료해야 한다고, 많은 부분의 정신질환도 조기진단해서 상담받고 약물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방치하면 위험한 상태에 노출될 수 있다.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이 책은 마무리된다. 저자 수 클리볼트는 지금도 하고 있겠지만 평생을 이 문제에 바치는 삶을 살 것이다. 그녀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이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딜런이 본인의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엄마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았다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봤다. 엄마가 평생 생각하는 부분일 거다.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조금만 빨리 알아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끝없는 죄책감과 후회들. 


 자살률 1위

OECD에서 우리나라가 13년째 자살률이 1위라는 기사를 봤다. 40분마다 1명 하루 평균 36명이라고 하니 놀라운 수치다. 모든 자살이 청소년 인건 아니겠지만 우선 부모들이 노력해서 자살을 예방하고 사회적인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예방 방법에 대해서는 나 또한 막연한 건 사실이다.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꼭 조금 있다가 또 비슷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최근엔 종현의 안타까운 기사를 봤고 조금 지나지 않아서 전태수의 기사도 접했다. 방송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 연예인들의 죽음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자살률도 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방송에서 아예 연예인 자살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두 연예인이 우울증을 겪었다는 기사를 접하면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이 우울증 조기진단과 우울증 치료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살면서 많이 접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는 시기가 되면 우울하다.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지금은 그 시기가 돼서 내가 우울하고 안 좋은 시기가 온다면 이건 다 호르몬 때문이다 이시기만 지나면 괜찮다 하고 다시 원래대로의 내 모습으로 돌아오곤 하지만 살면서 많은 상황들이 우울감을 만들고 나 또한 취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학생들은 친구 문제, 이성문제, 학업 문제도 있을 것이고 어른들은 취업 문제, 돈 문제 등 많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때 오는 무력감,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생각에서 오는 좌절감, 실패감등 많은 감정들이 우울과 연결돼 있다.  이래서 저자가 마지막에 뇌 건강을 강조했던 걸까. 


밝은 책을 읽어야겠다

사실 책을 읽으니 너무 우울하고 마음이 무겁다. 최근에 읽었던 [쇼코의 미소] 도 전반적으로 우울감 그리움 등이 깔려있고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또한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나에게 골치 아픈 물음들을 많이 해왔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까지 읽어버리니 어둠의 그림자가 나에게 드리워지는 느낌이라 다음 책은 좀 더 가볍고 희망찬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는 가끔 읽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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