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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l 26. 2018

부적이라니

0726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괜히 점을 보러 갔다가 144만 원짜리 부적만 만들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250만 원인데 깎아준 게 그 가격이었다.
어느 정도 신뢰하지만 또 신뢰하지 않는 점. 신점이긴 했지만 신을 느끼진 못했고, 사주를 기반으로 풀이한 궁합, 사주를 보고 왔다. 신이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기가 막히게 내 성격과 지금 내 고민을 잘 맞춘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는 인상과 말투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뒤늦게 의심했다.
 그래도 점집을 때때로 찾는 이유는 마음이 복잡할 때 좋은 말 듣고 싶고 조언을 듣고 싶어서다. 내 인생 고민을 생판 남에게 이야기하고 돈을 내고 오는 신기한 공간.  재작년엔가 봤던 점집에서는 정말 내가 궁금한 건 안 알려주고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 고쳐야 할 부분을 알려주는 신기한 곳이었다. 엄청나게 울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실연의 아픔이 뒤늦게 밀려오던 늦가을.

그 후로는 점은 다시 보지 않겠다. 난 이제 괜찮다. 생각하고 지금까지 잘 지냈는데 또다시 방문하게 된 이곳은 시작부터 나에게 독박살 인가가 있다고 이 살을 없애야 행복한 연애/결혼이 가능하다고 부적을 만들라고 해서 초장부터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나는 이전에 봤던 점처럼 조언을 얻고 싶은 거지 100만 원이 넘는 부적을 사고 싶어 가는 게 아니니까. 내가 기대한 방향성과 다소 달랐던 곳이다.

인생을 바꾸는데 백얼마가 큰돈이면 큰돈이고 작은 돈은 작은 돈이지 않냐고 말하는데 부적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는 이 점집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신의 싹이 트고 있었다. 예전에 갔었던 점집처럼 노력의 방향성을 알려주지 그 해답이 종이 한 장이란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같이 갔던 친구는 나보다 비싼 금액으로 천도재? 인가를 하자고 했단다. 애라이 

친구가 돈 밝히는 것 같다고 자기도 어느 정도 맞추긴 했지만 시간대비 너무 비싸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현혹되지 않았다. 
친구가 그랬다. 한 팟캐스트에서 들었다며 사주의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럼 사주를 믿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차피 내가 듣고 싶었던 말만 기억하고, 하라는 대로 하지도 않을 거 알면서 찾아간 점집. 결국 내가 선택하고 내가 노력해봐야 하는 문제 아닐까? 복채주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던 날. 그 살인지 뭔지는 신경 쓰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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