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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Sep 13. 2018

우물 안 개구리

D14_0911

세상의 중심은 나였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지역도 크게 옮기지 않고 한 동네에서 살았다.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서울깍쟁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동네는 조선시대였다면 한양 밖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25개의 구 중 하나를 차지한다. 우리 집은 동대문 시장이 가까웠고, 시청, 경복궁, 종로가 가까웠다. 학창시절 만만한 소풍 장소가 창경궁이었고, 조금 멀리 간다 치면 롯데월드였다. (세상에 롯데월드에 소풍이라니. 그날 왔던 사람들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전체 서울 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약간 위쪽이지만 내가 사는 곳이 서울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내가 사는 지역과 내 주변 환경만 보고 살았다. 나는 서울에 살고 서울에서 누리는 생활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꽤 많은 지역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서울 번화가 뿐이었다.


최근 서울 밖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그곳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걸 알게된다. 서울에 있는 게 없는 곳이라면 서울에 없는 것이 있는 곳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낚시를 하러 서울 밖을 떠나는지 주말마다 자연으로 도피하는 건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서울둘레길을 다녀보면 같은 서울이라지만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산도 있고 물도 있고 나무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서울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울하면 고층 건물이 빽빽히 들어서고 차들과 사람이 많은 곳이었는데 그렇지 않은 서울도 있다는걸 알게됐고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것도 알게됐다. 


계곡 옆 작은 마을은 수해를 입어 텐트와 콘테이너에서 생활을 하고있고 또 어떤 곳은 철홍성 같은 높은 담벽의 고급 전원주택 마을이 있다. 서울이 이렇게 다양한 곳이었구나. 단지 빈부차를 이야기하려는건 아니다. 

항상 내 기준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다 다른 지역도 가보고 다른 사람들의 삶도 바라보게 되니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엄청 좁았구나. 내가 내 생활이 익숙해져서 내 위주로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래서 어쩔건데? 계속 안가본 곳을 돌아다녀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비행기표 끊어서 한국을 떠나지 않아도 가보지 않은 옆동네를 조금만 거닐어도 그게 여행이라는 깨달음이랄까?  

 책을 읽었을때는 그렇게 해외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많이해서 내가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게 만들어 놓고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여행일 수 있다고 말했던 이다혜 작가의 책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에서 하고자 하는 말과 지금의 내 생각이 통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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