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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04. 2018

물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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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광은 여름 장마철 물먹는 하마 같아서 자꾸자꾸 수분을 모은다. 특히 낯선 환경에 가면 더욱 수분을 열심히 모으는 것 같다. 남자친구는 내가 어디를 가면 무조건 화장실을 가는 터라 처음엔 내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몸에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자주 가고 싶을 뿐. 수컷 개도 아니면서 여기저기 영역표시한다며 모라 그런다.


군산으로 혼자 떠났을 때 처음으로 도미토리에 묵었다. 여성 8인실이었는데 처음에는 나 포함 3명인지 알고 좋아했다가 자꾸자꾸 사람들이 와서 7명이 한방에서 잠을 자는 상황에 처했다.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하룻밤 지내는 건 괜찮았는데 내 몸속 물먹는 하마가 자꾸 신호를 보내서 야밤에 몇 번을 화장실을 가고 물을 내렸나 모르겠다. 소리는 어찌나 큰지. 물론 새벽 1시가 다 돼서 들어온 여성 두 명 때문에 자다 깨서 그 이후에 잠을 못 이룬 것도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며 누워있는 상황은 더욱 괴로웠다.


좀 더 저렴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처음 도전해본 거였는데 도미토리는.. 정말 나하고 맞지 않았다. 다른 경비를 줄여서라도 독방을 묵는 수밖에.. 이렇게 나를 한 번 또 알아간다.


처음으로 알바를 하러 가는 날이었다. 집에서 편하게 있다가 갑자기 답답하고 건조한 사무실에 있으니 숨이 턱하고 막힌다. 역시나 물먹는 하마는 신호를 보낸다. "왜 불편하고 낯선 곳에 앉아있는 거니?" 하는 듯이.  내가 앉은 자리는 방에서 안쪽에 자리 잡고 있고 화장실에 한 번 가려면 방을 나와 큰 방의 복도를 지나 또 한 번 복도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첫날 내가 생각해도 비정상적으로 많이 갔다 왔다.


 물을 그렇게 많이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어디에서 그렇게 물을 만들어 내는 건지. 우리 몸의 수분은 몸무게의 70% 라지. 그런데 그건 피를 말하는 거 아닌가? 불필요한 물을 자꾸 뿜어내는 내 몸도 불편하고 적막한 사무실도 너무 불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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