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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13. 2018

돈복

D23_1011

안되면 내 탓 잘되면 사주 탓. 좋은 일이 생기면 '그래 사주에서 내가 상팔자랬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반대로 잘 안되면 전부 내 탓이고 우울모드로 돌입한다.

 작년 겨울 퇴사를 하고 신나게 살아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현실 (나의 게으름과 게으름과 게으름 때문에) 울적해지기도 하고 괜스레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가 있었다.

퇴사하고 야심 차게 해보려던 일도 잘 안되는 것 같고, 뭔가 내 것을 해야 하는데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랬는데 요즘은 돈복의 기운이 들어와서 좀 즐겁다. 


1) 우선 예상치 못한 일자리(고수익 단기 알바)가 들어와서 하고 있다. 물론 백수일 때보다 내 오후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내일을 하려면 퇴근 후에 하느라 늦게 자야하고 시간과 집중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어찌 됐건 회사라는 공간은 덥고 피곤한 곳이다. 고작 일주일 일했는데 한 달 일한 것 같고 그러네. 그래도 오후에 출근하고 늦게 일어나도 되니까 좋다. 돈도 많이 준다. 바짝 모아서 또다시 즐거운 백수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내년 봄이 되면 다시 유럽에 가겠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고 있다. 


2) 언제나 쉬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둬도 일이 끊임없이 들어와 항상 바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이번에도 쉬고 싶다며  직장을 그만뒀는데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쁜 요즘이라 내가 그 친구의 일을 조금 나눠서 하고 있다. 물론 복잡한 건 그 친구가 다하고 나는 내가 하기 쉬운 거 편한 거 위주로 선택해서 도와주고 있는데 오래간만에 일하는 느낌도 나고 좋다. 무쓸모 인간에서 쓸모 인간으로 잠깐 회귀하는 느낌이랄까. 


 3) 유튜브 강좌 영상도 다달이 5개씩 올리고 홍보비를 받고 있다. 그것도 해야 하는데 빨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자유롭게 운영하는 유튜브지만 이미지 소스도 받고 돈도 받고 내 백수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게티. 빨리 영상을 찍어 보답해야 한다. 때때로 유튜브가 하기 싫어지고 게을러졌을 때도 내가 그만두지 않게 해줬던 약속의 끈 같은 존재. 


4) 백수되고 가장 열심히 한 게 유튜브가 아니라 오히려 블로그여서 1년 사이에 많이 성장했다. 블로그에서 성장이라 함은 포스팅 개수보다 하루 방문자 수가 절대적이다. 몇 달 전 로직이 바뀌었다는데 그 후에 오히려 올랐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정말 열심히 올렸던 100여 개의 이탈리아 여행기나 포토샵 강좌 때문인 것 같은데 그거 말고 다른 포스팅도 많이 노출이 되다 보니 꼬꼬마 블로거 시절엔 알지 못하는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 

 블로그를 팔라느니 (가장 많이 부른 게 300 이었다. 너 같으면 300에 너네 집을 팔 수 있냐!라고 답멜 하려다 신고만 했다.) 카테고리 하나에 몇십을 주겠다느니, 다 작성된 원고와 사진을 줄 테니 올리면 건당 얼마라느니 그런 건 전부 스팸/신고해버리지만 내가 직접 사용해보고 후기를 올리는 건 그동안 신나게 했고,(지금도 하고 있지만) 리뷰 제안을 받고 포스팅을 올리는 것, 그걸 원고료를 받고 하는 상황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단순 제품 사용기가 아닌 좀 더 나와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의 포스팅 제안을 받는 거다. 아도비라니! 아도비라니이!! 프리미어 활용방법 포스팅을 조만간 업로드할 예정이다. 비슷한 비유는 아닌 것 같지만 성공한 덕후 같달까. 감계 무량한 느낌마저 든다. 



10월이 되니 몰아닥치는 일들. 뭔가 엄청 바빠질 것 같지만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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