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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Oct 13. 2018

건강

D24_1012

엄마가 치과에 다녀와서 하는 말


"아까 치과 갔다 왔어. 너도 치과는 자주 가서 검진해. 치과가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예전에 어금니 땜질한 게 떨어져서 그래 이참에 가자. 하고 갔는데 견적이 500이나 나왔어"

"스케일링도 20년 치를 하니 너무 오래 하고 치료까지 한 시간 반 넘게 누워있으니 허리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오늘 그만하자. 하고 나왔어."


 세상에.. 그렇게 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은 이것저것 챙겨 먹고 주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는 엄마가 치과를 20년 만에 갔다고? 치과 견적에도 뜨악했지만 엄마가 20년 만에 치과에 갔단 사실은 다소 충격이었다. 엄마도 정말이지 치과는 가기 싫었었나 보다. 


 나도 어릴 때는 치과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아이였지만 엄마 손에 이끌려 치과에서 은색 쇠붙이로 어금니를 덕지덕지 때우러 갔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이빨색으로 티안나게 하는 세상이지만. 치과는 그 쌔한 냄새도 싫고 그 칭칭거리는 기계 소리도 괴롭고 애나 어른이나 가기 싫은 곳인 건 확실하다. 


나는 엄마에게 난 1년에 두 번 가서 스케일링하고 검사한다고, 예전에 몇 년 치 몰아서 했다가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자주 간다고 걱정 말라고 말했다. 다른 건강은 1도 생각 안 하고 있지만.

여하튼 엄마는 어금니 땜질 했던 것도 다시 손봐야 하고, 어떤 이빨은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가 보다. 임플란트가 들어있으니 치료 견적이 몇백만 원에 이른다. 


엄마는 몇 달 전 무릎인대 수술을 받았다. 멀쩡하던 인대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한쪽 다리는 인대 붙이는 수술을 하고, 반대쪽 다리도 좋지 않아 신경치료 같은 걸 동시에 했는데. 엄마가 양쪽다리를 아예 쓰지못하니 한달동안 나도 차로 엄마병원에 왔다 갔다 이동시켜야 하고 집안일 도와줘야 하고, 집안일이야 거진 엄마가 다 하긴 했지만 엄마도 나도 그간 힘들었다. 혼자 보행이 안되는 게 이렇게 불편한 건지 처음 알았다. 


또 최근에는 눈에 눈물이 자꾸 흐른다며 안과에 다녀왔는데 눈물샘이 막혀서 그렇다나 한쪽은 눈에 무슨 용액을 넣어서 뚫렸는데 한쪽 눈은 꽉 막혔나 보다고 자기들 선에선 안된다고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단다. 서울대학병원에 가서 보니 몇 박 며칠 입원해서 코 안쪽으로 눈물샘을 뚫어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다리 수술한 것도 힘들었고 고생했다며 수술 안 하고 그냥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살겠다고 했다. 


나보다 장거리 잘 걷고 힘센 엄마였는데 왜 갑자기 다리 인대가 끊어지고, 눈물샘은 왜 막히는지, 이빨은 왜 임플란트까지 해야 하는 건지. 올해 엄마가 환갑을 지났다. 60세가 넘으니 엄마의 몸이 하나씩 고장 나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이상 신호를 보낸다. 앞으로도 계속 운동하고 병원 다니면서 관리하며 노년을 살아야 한다. 언제 또 어디가 좋지 않다고 신호를 보낼지 모른다. 불안하다.


어른들이 건강이 최고라고 하는 말이 귓전에도 안 듣고 살아왔는데 몸의 기능이 하나씩 문제를 일으키는 엄마를 보니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알 것 같다. 엄마는 그동안 보험도 꽤 들었고, 엄마 몸 치료하는데 필요한 적잖은 돈을 지불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다리 인대가 끊어져서 300만 원이 필요하고 이빨 고치는데 500만 원이 필요하면 바로 큰돈 들여 고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엄마는 나보다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 집엔 큰 병에 대한 가족력도 없어서 건강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요즘은 나와 엄마의 건강에 대해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다. 


치과에 언제 갔는지 확인해보고 방문해야 할 것 같고, 저번 치과 방문때 의사쌤이 어금니 땜질한 거 떨어져 나났다고 고치자는거 그냥 생각해본다 하고 나왔는데 늦기전에 고쳐야 할 것 같다. 4-5년 전인가 거금 들여 처음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았는데  내년에 한 번 더 받아야 하나 어쩌나 한 번 알아봐야겠다.


 나도 엄마도 나이듦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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