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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Dec 17. 2018

김영하 산문 [말하다]

김영하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책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집 시리즈 중 두 번째 책 [말하다]를 읽다. 이렇게 모서리 많이 접은 책은 처음이야! 탁탁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 많았던 책이다.
이 책은 김영하 작가의 강연, 인터뷰를 모은 김영하의 생각모음집이다. '알쓸신잡'에서 말 잘하고 유식하고 기발한 사람이란 건 느꼈지만 여러 명의 출연자 중 한 명이었다. 분량도 딱 나올 만큼만 나오는. 이 책은 김영하의 모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김영하 개인의 생애, 그의 가치관과 소설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김영하의 테드 강연은 다시 한번 영상으로 찾아보고 싶을 만큼 감화가 됐다. 방치해두었던 우리 마음속의 '어린 예술가'를 구하자.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래는 모든 사람들이 다중 정체성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내용을 읽다 보니 전에 읽었던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이 떠올랐다. 한 사람이 한 작업만 가진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다능인이 되자고 말했던 책이었다.
당장은 돈이 안되고 남들이 모라 해도 내가 재미있다면 해보자.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유쾌한 예시가 많았던 김영하의 강연 내용이었다.
잠깐 회사를 나와 돈을 벌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노선을 거부하게 되었으니 이것저것 나에게 즐거운 일,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요즘인데 좀 더 그렇게 살아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던 챕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aja-8sYjNaY

2010년 무려 8년전의 영상이다. 8년이나 더 젊은 김영하를 볼 수 있다 +_+ 긴장해서 그런지 말이 엄청나게 빠르다.

p22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고 가족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문구에서 팍. 김영하 소설이 왜 그런 느낌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비관적 현실주의자 김영하. 
친구들에게 말했다. 알쓸신잡의 김영하는 너무 좋고, 그의 에세이나 일반 글들은 너무 잘 쓰고 좋은데 왜 소설은 그렇게 파괴적인지 모르겠다고. 꼭 아수라 백작. 지킬앤하이드 같다고. 하지만 이제 그의 소설 스타일이 왜 그러한지 이젠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p122
작가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상상력 안에 갇혀 있을 때 작가들은 더 멀리 나아가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감히 꿈꾸지 않는 것, 감히 경험하지 않는 것, 또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경험하고 그 경험을 사회로 가져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서 그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입니다.

p152~
사람들이 책(이야기)을 보는 이유. 시뮬레이터를 통한 가상 연습이다. 조너선 갓셜 [스토리텔링 애니멀]
소설은 영상(영화)와 다른 강력한 흡입력, 가상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가상세계는 독자마다 다르고 이야기를 보고 받아들이는 정보, 감상도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난 미술을 했고 시각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영화와 영상을 많이 보고 좋아했었는데 소설을 접하고 나니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소설 안에 있었다. 그게 바로 소설의 매력이겠지. 

p162
독자와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소설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아요. 소설을 쓰는 동안에 저는 오직 제 소설과 소통을 합니다.
p181
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 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독자를 소통을 생각하고 글을 쓰냐는 질문에 단호박처럼 NO!라고 말했다. 소설 쓰는 것 자체가 즐겁고 가능하다면 공개하지 않고 혼자만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자신과 소설의 관계가 있고, 출간이 된 후엔 소설과 독자와의 관계가 있을 뿐이다 라고. 
독자로서 다소 섭섭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마음으로 소설을 쓰는구나.를 알게 됐다. 출간 이후의 평가, 판매량, 인기 이런 거에 연연하면 될 것도 안되겠지.. 물론 신인 작가 시절에는 달랐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전업작가니까. 그의 단호박을 인정한다. 방송출연도 환영한다.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메시지가 없다.라는 말은 다른 인터뷰에서도 본 적 있다. 책을 다 읽고 어떠한 감정은 일었는데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답답하다!라고 느껴지는 소설이 종종 있다.(내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였단 말이겠지)  작가 말대로 메시지가 없거나 혹은 드러나지 않게 숨겨 놓는 것이 소설이라면 소설 안에서 주제를 굳이 찾으려 노력하지 말고 이야기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생각해야겠다. 

[오직 두 사람]으로 김영하작가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가 왜 이렇게 파괴적인가.라고 생각했었다. 폭력,불륜,섹스,정신이상 내 마음속 어딘가 불편함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 이후에 봤던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로도 봤고 김영하작가의 남다른 매력을 느꼈지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좌절하고 난 이제 김영하 소설은 못읽겠어 >_< 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예약해놨다. 김영하 소설 완주는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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