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떡국을 먹은 새해 아침. 평소보다 아주 조금, 일찍 일어나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다급하게 출근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물론 빨간날 출근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방송국은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공장이니까.
나는 떡국떡을 좋아한다. 우리 집 냉동실에 떡국떡은 항상 구비돼있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엄마에게 "배고파! 떡국떡국!" 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떡국이 차려졌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 색색 지단 정말 귀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금방 만들지.'
오늘따라 슴슴하니 담백하고 맛이 좋았던 떡국이다. 잘 익은 총각김치와 함께 먹어주니 뱃속이 춤을 춘다.
엄마에게 떡국 국물 뭐 썼냐고 물어봤다.
"뭘 넣었긴. 그냥 고기지."
오늘따라 맛이 담백하니 맛이 좋아서 뭔가 다른 걸 넣었나 했더니 그냥 고기 국물이란다.
고기를 물에 넣고 끓여서 마늘이랑 간장 조금 넣고 엄마의 만능 조미료 표고버섯 가루를 넣으면 끝이라고 했다.
떡을 넣고 파를 넣고 마지막에 지단을 올리고 김자반을 올리면 끝. 떡국처럼 만들기 쉬운 음식도 없다고 했다.
신나게 건더기랑 국물을 모조리 흡입하고 배가 너무 불러 떡을 몇 개 남겼지만 거진 다 먹었다. 밖에서 사 먹으면 지단이 웬 말이냐. 파나 김가루 이런 것도 감질나게 들어있을게 뻔한데 엄마표 떡국엔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지단도 한뭉텅이 김도 한뭉텅이 파도 설렁탕인 양 잔뜩 넣어준다. 고기도 말해서 뭐 하겠어 큼직큼직한 소고기가 듬성듬성 들어있다.
2019년, 이제 36살이나 되었는데 빼박 삼십 대 후반인데! 여전히 엄마에게 밥 달라는 소리를 하고 새해 첫날부터 떡국을 얻어먹기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나 자식에게 휴일 아침밥을 차려줘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자취를 해서 혼자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아도 돼서 좋지만 나이와는 다르게 여전히 나는 엄마 품 안의 자식 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서 좋지 않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엔 새해 첫날이라고 떡국이나 백종원 떡국 레시피 같은 게 검색어에 뜨지만 내 입맛엔 엄마가 해준 떡국이 최고로 맛있다. 엄마가 해준 밥을 맛있게 먹는 게 효도라고 우겨보면서 새해 첫날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