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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6. 2018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김지영 씨를 위로하며..

[84년생 좐느씨의 독후감]
우연히 82년생 김지영 책을 본 남녀의 리뷰 영상을 유튜브로 보고 한번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봤을 때는 살짝 인상이 써지기도 했는데, 한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겪었던 많은 일들이 너무나 성차별적인 상황에 놓인 이야기들이었고, 이렇게 한 사람이 이런 일들을 다 겪었다는 건 너무 억지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들고 밤새 한 번에 읽어버리고 나서는 정말 이 이야기는 그냥 소설 속 김지영 씨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읽고 나면 기분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고, 내 초중고 시절 대학교 시절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평상시에 살면서 옛날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살지 않는데 나도 김지영 씨 같은 생각을 했고 겪었던 일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나야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서 딸딸 아들 있는 집의 둘째 딸의 삶을 100%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외할아버지 댁에서 설이나 명절에 제사를 지내게 되면. 왜 절은 남자만 하고 왜 밥상은 할아버지와 큰외삼촌 큰외삼촌의 두아들으 밥이 따로 차려지고 나와 할머니와 엄마 이모들이 다른 상을 피고 먹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자이기 때문일까. 어렸을 때야 나도 이뻐해 주셨지만 조금 크고 나서는 그놈의 손자들만 엄청 챙겼던 할아버지다. 자기 제사를 지내줄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랬을까?  

 그리고 어렸을 때에는 왜 나는 아빠 성을 따라서 이씨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엄마성을 넣어 내 이름을 불러보면 그것 또한 어색해 보이고 몇몇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빠 성 엄마성을 같이 넣어서 쓰기도 했는데, 그렇게 쓰는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나 성소수자들의 투쟁같이 느껴젔다. 내 이름은 [이하나]이지만 엄마성을 따라 [전하나]라고 하면 몬 가 어색하고 [이전하나]라고 해도 이상하고 [전이하나]라고 해도 어색했다. 그래서 그냥 [이하나]로 살아야지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부모가 정해준 이름이 아닌 내가 정한 이름 [좐느]로 사는 게 더 좋다. 거기에 님 자 까지 붙이면 더 좋고. 난 [좐느님] 이란 호칭이 좋다 +_+
 초등학교 때 난 항상 부반장을 했고 반장은 남자애들이 했던 기억도 있고, 김지영 씨를 엄청 괴롭혀서 정말 그 애가 싫은데 좋아하는 표현을 한 거라고 선생님이 말해주던 부분은 정말 와 닿았다. 그건 그저 폭력일 뿐. 성추행을 하고  그저 손녀딸 같이 생각해서 그랬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음.


 여중 여고를 나온 터라 여자들의 세상에서만 살아서 모르고 있다가. 대학교에 가서는 성차별이 심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대학생활을 했다. 37명 남짓의 동기중 고작 7명이 남학생이었고, 전공이 힘을 많이 쓰는 분야여서 남자애들이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심부름하고 고생하긴 했지만. 교수님들이 무조건 남학생만 이뻐한다는 생각은 항상 했다. 그게 학년이 올라가고 몇몇 되지도 않는 복학생 오빠들이 들어오면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어차피 졸업을 하면 여학생들은 다 사라지고 작업한다고 남아있는 건 남자들이라고, 물론 정말 그 말대로 난 전공과 상관없이 다른 곳으로 떠났고 동기들 소식을 들어보면 그 몇 안되던 남학생들이 작업한다고 남아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게 처음부터 그런 상대적인 대우를 받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는지, 정말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남녀가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대학시절처럼 남녀 성에 관해서 생각하고 고민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작업도 그런 쪽으로 많이 했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그땐 나에 대해서 열심히 연구하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졸업을 하고 10년이 지나도 찾아지지 않는 거란 걸  깨달았다. 지금도 찾고 있으니까!  대학시절은 지금보다 한참 미성숙한 시기여서 남녀에 관한 생각을 엄청 극단적으로 하기도 했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긴 했었지만. 남학생만 우대하는 과네의 분위기가 싫었다. 단지 이쁨과 총망을 받는 상황들보다 그걸 즐기고 으스대는 것 같이 행동하는 애들이 싫었다.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고  잊고 살았던 대학교 때의 기억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안 좋았다. 다시 생각해도 그때의 그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이 든달까. 거기에 더불어 내 기준에서 너무 여자 같은 여자애들은 또 싫어했던걸 생각하면 난 대학교 때 왜 그렇게 사람들을 싫어하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냥 나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을 내 기준으로 판단해서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성숙된 인간은 아니지만 대학교 때는 정말 더 어렸던 것 같다.

2017년 현재. 임신을 해서 회사를 그만두는 친구를 보게 되었다. 임신=퇴사. 중간중간 육아휴직을 하고 일과 육아를 하는 워킹맘 친구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성은 많지 않다. 나도 거기에 포함이 되어 언제 결혼할지 언제 아이를 가지게 될지 모르나 확실한 건 아이를 가지면 헌재 다니는 회사에 다닐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좀 더 내가 내실을 가지고 준비하자고 지금 뛰쳐나오기 일보직전 이긴 한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네. 취준생, 실업자가 그렇게 많다고 하는데 내 자리 공고에는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자리였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30대 초반까지는 남자나 여자나 회사에서 잘 팔리는 나이인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중반 그 이상이 되면 늙은 사람 취급하는 것 같다. 좀 더 어린 여성을 찾고, 아이까지 있는 여성이라면 고용대상에 껴주지도 않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 

이 책은 여성들은 전부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반전을 보고 나면 허탈감마저 든달까. 대부분 남자들은 이럴 것 같다 정말. 신나게 읽고 나서 허.. 해버렸다.
책이라고는 자기계발서를 최고로 생각하는 나인데 소설이 이렇게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책이다. 퇴사를 하게 되면 자기계발서-인문-소설을 세트로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는 삶을 살아야지.
82년생 김지영 씨 나보다 두 살 언니인데  정말 살아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라 내가 다 위로하고 싶은 심정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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