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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6. 2018

우울감에서 발견한 따듯한 이야기

[쇼코의 미소] 최은영

신인 작가의 화려한 등장

[쇼코의 미소]를 읽게 된 이유는 요즘 간간이 듣고 있는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다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랑 동갑인 저자 최은영 작가도 함께 나왔다. 일단 작가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괜히 같은 나이라고 하면 한번 더 눈여겨보게 되는 그런 게 있다. 묘한 비교의식 같은 걸까. 나랑 같은 시간만큼 살아온 사람의 다른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 말이다. 
 일반적으로 나랑 동갑 연예인들은 줄줄이 꿰고 있지 않은가? 나는 구혜선, 박한별, 남상미같이  고교 얼짱 시대의 연예인들과 동갑이다. 하아.. 
 여하튼 [빨간 책방]에 나왔으니 일단은 검증된 책이라 생각하고 들었는데 문학계는 잘 모르지만 쇼코의 미소로 신인상, 젊은 작가 상들을 받으면서 등단하고 현재 주목받는 작가 대열에 오른 듯하다. 빨간 책방 [쇼코의 미소] 편이 1편 2편 있는데 1편을 듣고 안 되겠다. 책을 보고 다시 들어야겠다 하고 듣지 않고, 책을 빌리려는데 인기 책이네 예약을 걸어 넣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었다. 한 달은 기다린 것 같네.



쇼코의 미소 & 소유의 눈물

분명히 빨간 책방을 들어 놓고, 가장 먼저 나오는 쇼코의 미소 이야기가 책 끝까지 진행되는지 알다가 확 끝났을 때 당황했다. 이 책은 단편소설들의 모음이었던 것. 짧았던 만큼 임팩트가 컸고,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데 책 보면서 눈물 찔끔거려보기는 정말 처음인 것 같다. 쇼코의 미소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유의 감정이 마구마구 펼쳐질 때 나는 너무나 격하게 공감했다. 그 나쁜 감정들까지 말이다.
 그리고 작가 또한 나랑 동갑이었고, 국문과를 나와 계속 글은 썼지만 아직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태. 글은 계속 쓰고 있지만, 그런 상태를 영화감독을 꿈꾸는 소유에게 투사해서 적어놓은 글 같다고 느꼈기에, 소설 속 주인공의 생각이 아니라 이 소설을 쓰던 당시의 작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왜 이렇게 동감이 가는 건지..
 나는 조부모들과의 관계가 깊지 않아서(지금은 돌아가시기도 했고) 할아버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마음이 꿈쩍도 하지 않다가. 소유가 자신의 앞날을, 꿈을, 미래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아마도 20대 중후반 30대 초반의 취준생이라던지  학창 시절의 꿈과 현실의 내 모습이 너무 다름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쇼코의 미소 속 소유에게 공감을 많이 할 것 같다.

처음부터 사람 마음을 이렇게 후벼 팠으니 뒷이야기는 어떨지 걱정이 되어 못 읽다가 다음 이야기들도 읽어 내려갔다.




공통분모 = 여성, 유대감, 이별, 죽음, 외국

쇼코의 미소 
씬짜오,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한지와 영주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

7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인데 정말 각기 다른 이야기인데도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다. 글에 등장하는 화자가 여성이고 책 뒤에 나와있는 해설 글을 보면 이 책을 이루는 바탕은 우울의 세계라고 표현했는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뭔가 다들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의 관계에 대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다. 가족, 친구를 잃은 상태 쓸쓸한 상태다. 그리고 친한 친구 이웃, 가족 등이 등장하는데 현재는 그게 단절돼 있는 모습이다. 이별이나 죽음을 통해서 말이다. 많은 이야기가 사람이 한 명씩은 죽는데.  이 작가는 왜 이렇게 등장인물들을 죽여서 슬픈 정서를 만드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명시절의 작가는 과거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우울하게 보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역시나 책 마지막 부분의 작가의 말에 짧은 무명시절 작가가 너무 되고 싶었지만 그동안 힘들었었다는 이야기가 짧게 담겨있다. 

하지만 정말 특이하게도 이 책은 착한 책 느낌이 난다. 우울한 슬픔의 정서가 가득한 책이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는 않은 특이한 책이다. 
 작가의 담담한 이야기가 마음속에 동요를 많이 일으켰다. 극적인 사건사고가 있는 화려한 내용은 아닌데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다니..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는 볼 때마다 울컥해서 울었다고 고백했는데 나도 두어 번 울컥했다. 책 보고 울다니 내가..



한지와 영주

[쇼코의 눈물]을 보다가도 눈물이 났고 [한지와 영주] 부분에서도 둘의 사랑, 우정이 그렇게 긴 것도 깊은 것도 아닌데 그 헤어짐이 아쉬워서 괜히 눈물이 났다. 100%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짧은 만남과 이별에 대한 애틋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 갔던 수련회에서 우리를 담당했던 남자 조교. 어린 나이에 그 사람이 모가 그렇게 좋다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탈 때 아쉬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그 조교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얼굴도 생각 안 나지만 잘생겼다고, 멋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영국에 연수를 갔을 때 한 달간  수업을 같이 듣고 생활했던 유고슬라비아 친구들 안드레아랑 요바나. 서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각자의 나라말로 집 주소를 적어서 교환했지만 나도 그렇고 그쪽도 그렇고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메일은 생각도 못했던.. 시절. 그냥 그렇게 잠깐을 함께하고 엄청 아쉽지만 내 자리에 돌아와서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잊었다.
  나와는 다른 가상의 이야기 분명 소설인데, 왜 소설을 읽으면 기억에서도 사라졌는지 알았던 옛 기억들과 감정이 솟아나는 건지 신기했다. 소설을 거의 전혀 읽지 않고 살아왔었기에 왜 지어낸 남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지? 정말 길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라고 생각했던 내가 소설의 묘미를 조금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소설 읽는 행위만 있는게 아니라 그 행위가 나한테 영향을 미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빨간책방 다시 들어야지 하고 안 듣고 있다가.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들었다. 작가의 성격이나 생각들을 들어보는 시간. 작가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이 곳곳에 들어있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작가 자신 같은 느낌이랄까. 작가 자신도 조부모님께 길러져서 그런지 책에 유독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나온다. 책 속의 아버지는 무능력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나오는데 이건 작가도 실제 그러하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암튼 엄마와 조부모가 주로 등장한다. 
  책에서 느낀 바로는 작가는 페미니즘이라던지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세월호 이야기도 나오고 민주화 이야기, 베트남 전쟁 등. 자칫 무겁고 소설에 왜 나와?라고 생각할만한 소재들을. 따듯한 관계의 사람들 이야기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결말은 거진 다 우울하게 끝나지만
 나도 아직 방향이 막연하지만 글을 쓰고 싶다.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하고 내 이야기를 담아봐야겠다. 생각을 해보다가. 어디까지 내가 솔직하게 나의 전부를 표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 주변의 관계도 있으니 막상 글을 쓰고 남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든 생각이. 내가 주인공이 아니고 소설인 척 다른 주인공을 앞에 내세워서 적어볼까 생각했다. 나는 앞에 세워둔 주인공 뒤에 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겪은 일들을 소설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거기에 살짝 조미료를 첨가해서 좀 더 읽기 좋게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일이 커지는 거다. 
 [쇼코의 미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했고,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가가 책을 쓰고 그 후에는 안녕~ 하고 작가의 판단과 생각에 맡기겠다 말한 부분이 저렇게 생각을 해야 내가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 보는 사람들의 반응에 전전긍긍하다가는 아무것도 못 쓸 것 같다. 내 생각을 마음껏 쓰고 표현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지금의 나처럼 느끼는 바가 있으면 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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