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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Feb 16. 2018

좋아하는 일하면서 돈 걱정 없이

액션 건축가 이슬기

제목은 속은 느낌이야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후 또 한 권의 책을 골라서 읽어봤다. 서점에 앉아서 책 읽는 거는 집중이 안 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도 엄청 크게 틀어주는데도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옆에 모르는 사람 앉아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데 그런 기분을 없애려고 좀 더 책에 집중하는 것 같다. 퇴사를 앞두고 이런 책들만 자꾸 끌려서 읽게 되는데 이미 퇴사한 사람들의 책. 퇴사에 관련된 책들을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보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좋아하는 일하면서 돈 걱정 없이]에 대한 해답은 나와있지 않았다. 물론 작가는 그 방법을 찾은 것 같다 ㅎ  오히려 작은 제목 [욜로 라이프를 위한 퇴사 연습] 이 좀더 이 책의 제목과 어울릴 것 같긴 한데 눈에 띄는걸로 치면 지금 제목이 맞겠지. 뒷부분에 진짜 방법이 나와있는 거 아닌가 하고 열심히 읽었다가. 이건 아니지! 했던..

액션 건축가?

액션 건축가 이슬기. 낯선 직책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적절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대놓고 전 직장이 삼성!이라고 쓰진 않았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삼성인게 나온다. 재미있는 점은 이 사람도 삼성. 내가 또 읽고 있는 [퇴사의 추억]을 쓴 장수한 씨도 삼성이 전 직장이라는 거다. 게다가 본사!! 둘이 같은 시기에 다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다들 가고 싶어 한다는 초일류 기업 [삼성]을 박차고 나온 젊은이들의 이야기. 나 같은 일반 퇴사자들한테 호기심이 가기에 충분했다.
내가 생각하는 삼성의 이미지는 일단 들어가기가 힘드니까 스펙좋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고, 삼성 같은 곳은 오래 다니지 못하고 일찍 퇴사를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경력 쌓아서 다른데 스카우트 되거나 회사를 차린다고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삼십 대 초반 한창 일할 사람들이 퇴사하는 곳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카드섹션의 충격

막연히 답답한 삶. 위계질서가 잡혀있는 그런 곳 일 거라는 상상을 하긴 하지만 실제 삼성 직원들의 생활상은 알지 못했었는데, 재미있게도 둘 다 삼성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묘사한 부분이 있었다. 그게 임직원 5000여 명이 함께하는 하계수련회?에 가서 하는 신입사원 카드섹션이었다. 그런 건 공산주의 북한에서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은 거기에 가서 신입사원 신분으로 카드섹션을 했고 파란 카드를 들어 삼성 로고를 만들었다. "이러다가 피가 파란색으로 변할 것 같다."

라고 적혀있던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눈치성 야근을 하고 이렇고 저렇고 작장에서의 힘듦을 묘사하는 것보다 자신이 카드섹션 속의 한 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격하게 와닿았다. 삼성에서 그들은 거대한 삼성 로고를 만들기 위한 작은 카드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회사: 돈을 받고 일을 배우는 곳. 제대로 활용하자

또 같은 곳을 퇴사한 사람들의 책의 느낌이 너무 대조적이어서 재미있었다. 애초에 그냥 이 사람[이슬기]은 이런 조직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단 생각을 했다. 책의 초반에 너무 격한 감정이 느껴졌다 너무 감정적, 전투적 아닌가! 싶었는데 그 괴로움을 표현하는 글도 격했고, 책 내부의 문단 배치도 안쪽으로 치우쳤다 밖으로 치우쳤다 들쭉날쭉했기에 더욱 요란한 느낌이었다. 북 디자인 자체가 특이했다.


 우연히 사내 동아리? TEDx 삼성 모임에서 가게 되었다가 자진해서 사회자가 단숨에 되어버리고, 신나게 행사,파티를 준비하고 이뤄내고 가슴 뛰었다 말하는 모습을 봐도 격했다. 입사 초기에는 자신이 생각한 회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공무원 준비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사내 활동을 하면서 활기를 되찾았고 회사 내에서 일과  딴짓(사내에서 인정하는 내부 활동들)을 신나게 하고 때가 돼서 떠나게 된다.


 이 사람은  마당발 스타일에 사람들 대하고 만나는 걸 좋아하는지 난 감투 쓰는 거나 기획하고 통솔하는 거 부담스럽고 싫어하는데 이 사람은 정말 딱 자기 적성에 맞아 보였다. 너무 진취적으로 보여서 난 저렇게는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삼성이니까 복지는 진짜 좋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자기만 능동적으로 활동한다면 정말 많은 것을 얻어 나올 수 있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구린 직장이라도 그 안에서 배울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곳은 그래도 선택받은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 아니겠어, 그에 따른 지원도 다른 회사들보다 좋을 거고. 원 없이 회사 안에서 실험하고 즐기고 배우다가 때가 돼서 퇴사를 했고, (5년이면 오래 다니긴 했다.) 회사에서 시도하고 해왔던 일들을 지금 밖에서도 하고 있었다.  나도 회사를 다니면서 딴짓(창작활동)을 해보긴 했지만 퇴근 후 밤마다 주말마다 하기에는 벅찬 건 사실이었다. 몸이 축난다. 그리고 그 딴짓이 더 나를 심장 뛰게 하고 즐겁다면? 언젠간 선택을 해야 할 것이고, 난 이미 했다. 당장 액션플랜이 쫙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댄스 위드 파파

화려한 삼성맨 생활을 마치고 조금은 늘어지게 살고 방황하다가. 아버지와 함께 훌쩍 외국여행을 떠나고 책을 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책을 검색해보니 [댄스 위드 파파] [아빠도 여행을 좋아해] 두 권이나 있네.. 충격적인 건 여행 가기 전에 책 제안서를 여기저기 출판사에 보내서 여행 가기 전에 이미 계약을 완료하고 떠났다는 사실이다. 진짜 추진력 최고인 듯.. 책도 3권이나 내다니 부럽다!!! 전부 자신의 이야기로 나만의 콘텐츠로!! 나도 백수가 되면 엄마랑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지고 간간이 여행도 가고 그럴 생각이긴 하다. 진짜 부모와 길게 여행 가볼 수 있는 날이 언제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를 키우고 대학 보내느라 엄마가 은퇴하면 나는 또 돈을 벌고 (아마도) 결혼생활을 하느라  같이 여행을 갈 순간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엄마랑 어디 교외 놀러 가기만 하면

 " 너 결혼하면 같이 어디 멀리 못 다니지 않겠냐"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런 말 들은 지 몇 년 됐지만 딸은 결혼을 안 했다.ㅋ 이 책 보면서 좀더 이 황금같은 백수기간을 엄마와 많이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동딸이지만 무뚝뚝했고 까칠했던 딸인지라 같이 막 데이트하고 외식하고 그래본 적이 별로 없었다. 
 자신의 퇴사 아버지의 은퇴. 여행가기 최고의 타이밍 이었던것 같다. 거기에 책이라는 결과물까지.. GREAT!

이 사람의 직업을 하나로 정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을 액션 건축가로 칭했는지 모르겠다. 아웃풋이 어떠한 형태로라도 상관없이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것 같다. 거기에 추진력까지 로켓급인 거 같으니까. 나도 주변에선 한 추진력 소리 듣지만 저자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Q 내가 만나고 싶은 부족은 어떤 사람인가?
Q 회사 안과 밖에서 나와 마음이 맞는 부족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자기랑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같은 부족이라고 칭했다. 처음에는 자신과 비슷하게 퇴사를 생각하는 동료였고, 나중에는 같이 프로젝트를 만들고 기획했던 사람들이 같은 부족이었다
책에서 청년허브, 위즈돔, 무중력 시대, 액션 랩 등을 예시로 써놓아서 따로 적어놓았는데, 무중력 시대, 액션 랩은, 저자가 하고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자신과 맞는 부족사람들을 찾아보라고 했다. 저런 공간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내가 해본 바깥활동이라고는 스윙댄스 동아리가 전부였는데.. 나도 내 부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퇴사를 하면 일단 시간이 직장인들보다는 많을 테고, 뭔가 다른 사회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내 고향 성북구 쪽에 내가 할만한 지역 활동들이 있지 않을까. 봉사를 해볼까. 어디를 가면 재능기부를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었는데, 저렇게 청년들이 있는 활동,창작모임 같은 게 있다면 찾아보고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거는 [집밥]이나 [프립] 정도였는데 대부분 원 데이 클래스 이런 느낌이라서 소소하게 취미 하기엔 좋았는데 조금은 지속적이면서 좀더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내 부족 사람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맷 커츠 특강강연영상 - 30일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


완벽하지 않아도 될 경우 내가 하고싶은 것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할거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시작 할 용기가 안나는 성격이었는데 [완벽하지 않아도 될 경우 내가 하고싶은 것]을 작성하고 많이 개선 되었다면서 맷커츠의 30일 동안 새로운 것 도전하기 TED강연을 꼭 보라고 추천을 했다. 그래서 그영상 링크를 걸어본다. 3분남짓 짧은 영상인데 간결하다. 나도 영상을 보고 이것저것 작성해 봤는데 하고 싶은게 엄청 많았다. 지금 하고싶은 일들은 대부분. 예전에는 시간이 나지않아 힘들던 것들의 리스트였다. 친구들 만나기(같은 서울하늘 아래 사는데 왜그렇게 만나기가 어려웠을까?) 대낮에 커피숍가서 책읽기, 만화카페가서 조금있으면 개봉하는 [신과함께] 완독하기 등이 있다.ㅋ

단지 제목에 혹해서 진짜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걱정 없이 살수 있는 방법이 적혀있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전혀 다른것을 얻은 책이었다.  저자의 다양한 활동들이 궁금하고 대단해보여서 기웃기웃 구경해보고 있다. 이 사람도 내또래고 나보다 한두살 어려보이기는 하는데 암튼 또래의 친구가 이렇게 즐겁게 열정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극이 되기도 했고, 나에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사람과 똑같이 살 수는 없겠지만. 나도 좋아하고 가슴뛰는 일을 하면서 돈걱정없이 살고싶으니까..  이렇게 길게 독후감을 쓰게 될지 몰랐는데 적다보니 엄청 길어졌고, 자소서 쓰는거 마냥 조금씩 고치고 고치고 하다보니 시간도 훌쩍 가버렸다. 이 책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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