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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Jun 16. 2018

반포한강공원 그리고 친구

0616 (D-92)


30년 지기 친구랑 반포 한강공원에 갔다. 횟수로 정확히 30년을 채우진 못했지만 얼마 남지도 않았다. 유치원, 초중고 동창이니 나에겐 최초의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친구가 남자였으면 tvn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이야기가 전개됐을지 모르겠으나 이 친구는 여자고 현재 유부녀다. 
결혼하고 평촌으로 이사를 가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각자 다른 대학에 들어간 20살 이후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진 건 사실이지만 아예 거주 지역이 달라지니 정말 보기 힘들어진 친구. 뜬금없이 주말 낮에 전화해서는 한강 가고 싶다고 한강에서 보자 해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섰다.

한강 초짜구만. 조그만 돗자리 하나 달랑 들고 온 친구와 텐트와 작은 테이블, 담요까지 부랴부랴 들고 온 나. 나는 우쭐거리며 원터치 텐트를 자랑했다. 나는 나무 그늘만 찾아보지만 그늘 자리는 남아있지 않다. 한강에 왔으니 한강뷰에 자리 잡아야 하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에 정말 한강이 코앞에 보이는 땡볕에 텐트를 쳤다.

먹을 건 자기가 다 사겠다며 라면과 핫도그, 닭튀김, 아이스커피, 칸초, 아몬드 초코를 사들고 텐트로 돌아왔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라면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30대 중반이 돼도 똑같다. 현재와 미래 이야기, 남편/남자친구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고 노을이 지는 멋진 풍경을 보고 헤어졌다. 

반포 한강공원은 처음이라 몰랐는데 생각보다 주차장이 넓고 반포대교 무지개분수라는 걸 볼 수 있었다. 정보 없이 갔다가 다리에서 물 나오는 거 보고 놀랐다. 좀 더 밤에 보면 이쁘긴 하겠다만 일찍 들어가야겠지. 8시쯤 돼서 부랴부랴 텐트를 접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가 있던 자리쪽에서 팡팡 소리가 난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 바로 앞에 한강유람선이 서서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세상에! 10분만 늦게 나왔어도 정말 가장 좋은 자리에서 불꽃놀이를 보는건데! 우리가 모 커플이냐 그러고는 계속 발길을 옮겼지만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생각보다 화려하고 엄청 오래 했던 불꽃놀이. 

어렸을때는 맨날 집에 놀러가고 뻑하면 만나 떡볶이 사먹고 그랬던 친구인데 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만나대나무 숲에 온것처럼  마음속 이야기를 많이 끄집어내는 하루를 보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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