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맞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주 유명한 3대 도둑이 있다. 연정훈, 비 그리고 간장게장이다.
간장게장은 흰 밥을 훔치는 밥도둑이다. 간장, 생강, 마늘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이고 식히고, 싱싱한 게의 집게발에 찔리지 않도록 두꺼운 고무장갑을 끼고 게를 손질하고. 이렇게 힘들게 간장 준비와 게 손질을 마쳐도 바로 먹지도 못한다. 깨끗한 유리 반찬통에 담고 하루도 이틀도 아닌 무려 삼 일 후에나 먹을 수 있다.
이번에 지인으로부터 간장게장과 각종 젓갈을 선물 받게 됐다. 락앤락 통에 가득 담긴 꽃게가 실해 보였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비주얼로 위용을 뽐냈다. 흰 밥 한 공기에 간장게장 한 마리를 발라먹다 못해 씹어먹기까지 하며 밥 한 공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뚝딱 해치웠다. 게장을 맛있게 다 먹고 나니 반찬통 가득 남아있는 간장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마늘, 생강, 양파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맛있게 달인 간장일 텐데. 어디선가 단골 식당에서 간장 게장을 판매하며 '남은 간장은 버리지 마시고 맛간장으로 꼭 활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본 것도 같았다.
나의 살림 선생님인 초록창에 검색하니 간장 게장의 남은 간장은 한소끔 끓이면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다고 한다. 새우장, 메추리알 간장 조림 등등. 한창 감바스에 빠져 새우살을 사두고, 또 언젠가는 낙지볶음에 빠져서 절단 낙지를 사둔 것이 떠올랐다.
그래, 간장 게장의 인생 2 회차다!
[ 새우장 & 낙지장 ]
1. 간장 게장의 간장은 체에 한 번 거른다.
2. 냄비에 간장을 붓고 팔팔 끓인다. 이 과정에서 냄새가 많이 나므로 집 안 모든 창문 개방은 필수! 끓다 보면 떠오르는 거품은 불순물일지도 모르니 걷어준다. 순식간에 끓어 넘치므로 조심할 것.
3. 간장이 식을 동안 새우와 낙지를 먹기 좋게 손질해준다.
4. 낙지는 끓는 물에 한 번 가볍게 데친다.
5. 소독한 유리 반찬통에 낙지와 새우를 각각 담고, 홍고추, 청양고추를 썰어서 마무리해준다.
처음 해본 거지만 제법 먹음직스러운 낙지장과 새우장이 끝나고, 각 한 통씩 푸짐하게 담갔건만 아직도 간장이 꽤 남아있었다. 남은 간장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국민 반찬'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간장 게장의 인생 3 회차다!
(바로 내일, 2편이 이어집니다.)
- 파랑 -
온 집안에 맛있는 간장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반찬 세 개 생성하는 게 이리도 힘든데, 엄마들은 어쩜 그리 뚝딱뚝딱 하시는 걸까요. 매우 존경합니다.
아침부터 글을 쓰기 전까지 '오늘은 뭘 쓰지...?'라는 생각에 뇌를 지배당했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서 브런치에 매일 올리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