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박이 무침
"여름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네~"
엄마가 요즘 부쩍 자주 하시는 말이다. 그렇다, 본격 여름이 온 것이다. 근데... 입맛이 없는 게 뭐지? 강력한 여름 햇살도 내 입맛을 앗아갈 수는 없다. 여름 햇살을 가득 받고 자라서 더 맛있는, 여름의 맛을 지닌 음식들이 있으니 말이다.
여름의 맛 하면 대표적으로 각종 여름 과일들이 떠오른다. 국가 대표 선수 격인 수박, 참외부터 시작해서 자두, 복숭아까지.. 무거운 수박 한 통 끙끙 이고 지고 집에 와서는 큰맘 먹고 수박 해체 쇼를 연다.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있는 통 없는 통 총동원하여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물론 복숭아도 마찬가지! 딱복은 아삭아삭 달달해서 맛있고, 물복은 주륵 흐르는 달콤함이 또 맛있다.
여름에 먹으면 더욱 맛있는 여름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라고 쓰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오이소박이와 열무물김치가 있다. 사실 이 둘은 평소에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사계절 김치이지만, 아삭아삭하고 수분이 많은 오이로 담근 오이소박이는 여름에 먹으면 특별히 더 더 맛있다.
1-2인 가구 특성상 제일 작은 단위로 오이소박이를 구매해도 오백 그람 또는 일 킬로인데, 삼시세끼 오이소박이만 매일매일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늘 삼분의 일 정도는 푸욱 익어버리고 만다. 이것이 오이소박이인지 오이묵은지인지 모르겠을 때. 그냥 먹자니 부담스럽고, 버리자니 아까울 때. 쉽게 해 먹기 좋은 오이소박이 무침을 강력 추천한다.
1. 오이소박이에 들어가는 속인 부추와 무채는 분리해도 좋고 그대로 써도 좋다.
2. 오이소박이를 볼에 담고 물을 부어 빨간 양념을 씻어준다.
3. 물을 한 번 버린 후, 다시 물을 담아서 오이소박이가 품고 있는 염분을 빼준다.
4. 염분이 빠진 오이소박이를 건져서, 물기를 쪽 뺀다.
5. 오이소박이는 먹기 좋게 썬다.
6.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참기름, 통깨를 넣고 조물 조물 버무린다.
(애초에 집을 나가지도 않았지만) 이제 입맛이 돌아올 차례다. 차가운 보리차 물에 밥을 스윽 말아서 이 아삭하고 감칠맛 나는 오이소박이 무침이랑 먹으면 밥이 어디 갔는지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여름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네요."가 아니라 "여름이라 더 맛있네요!"라고 말하게 될 것!
- 파랑 -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렵게 썼지만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이 악물고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