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10대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삼성출판사 청소년 필독서' 전집이다.
책 사랑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였을 거다. 두 살 위 언니와 나, 이렇게 딸이 둘인 집에서 엄마의 교육열은 펄펄 끓는 용암보다도 더 뜨거웠다. 첫째인 언니가 엄마의 기대를 족족 잘 따라주었으므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언니보다 조금은 덜 빡빡하게 클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으면 아무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책이 좋아서 읽기 시작한 건지, 잔소리 방패용으로 읽기 시작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거실벽 두 개에 책장을 빈틈없이 놓고, 그 책장엔 또 책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그리곤 그 한가운데에 긴 책상이 놓였는데 그 모습이 꼭 도서관 같았다. 언니는 공부를 하면 난 그 앞에 앉아서 책을 읽는 일상이 이어졌다.
어렸을 때도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특히 소설을 좋아했었는데, 그때의 소설은 나에게 일종의 오락이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 경험할 수 없는 과거, 평생 만나기 힘든 인물들이 소설만 읽으면 곧장 나의 세상이 되었다. 소설 속 세계가 내 세계가 되었고 인물들이 내 주변인들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밤새서 읽을 정도로 재밌었다. 그다음으로 가장 좋아한 소설은 '남쪽으로 튀어!'이다.
성인이 되고 보니 소설은 훨씬 더 깊고,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 청소년이었을 땐 마냥 재밌기만 했던 소설 속 사건들이 내 삶에 펼쳐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허구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나 자신이 이해되기도 했고, 주변인을 용서하기도 했다. 배경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소설 속 주인공이 언제는 나 같았고, 엄마 같았다가, 또 내 친구 같기도 했다. 소설 덕분에 다양한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하는 소설인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에 그런 구절이 나온다.
"읽는 사람은 언젠가 쓰게 된다."
50일 챌린지의 완주까지 약 보름 정도가 남았다. 완주를 기쁘게 해내고 나면, 3월에 중단했던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