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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20. 2022

#61 다들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ㅇㅇ아, 잘 가...


    한 달이 넘게 쉬지 못했다는 절친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 주말엔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비워!”


    사람이 싫다는 친구의 진심 어린 토로에 호텔스닷컴 말고 에어비앤비 어플을 켰다. 검색한 키워드는 ‘촌캉스’. 높다란 건물과 수많은 사람들을 피해 갈 수 있는 곳! 시골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주말에 다녀올 거니까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독채였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나하나 가지치기를 하다 보니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절벽 위 독채 숙소가 눈에 들어왔다. 링크를 바로 공유하고, 띠링.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 가자!"


    주말 일정을 비운 친구와 연천으로 향했다. 향하는 길마저 논밭이 가득하고 한여름의 녹음이 푸르러서 가는 길부터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숙소에 가기 전, 전곡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는데 마트 규모도 크고 ‘로컬 식자재 코너’라는 곳에는 각종 야채가 너무나 저렴한 가격을 뽐내며 있었다. 야채가 너무 저렴하여 서울의 야채값이 야속할 정도였다. 오늘은 왠지 삼겹살 말고 생선이 당긴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먹고 싶어 하는 갈치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풍경을 한껏 즐기고 더 늦기 전에 바비큐를 해먹을 준비를 했다.


우리는 이때 미처 알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말이다.

    생선을 굽기 위해 양면 석쇠도 샀고, 식용유가 없어서 석쇠의 양면에 버터를 넉넉히 바르고 갈치를 올렸다. 바비큐 기계 속 불은 ‘무엇을 넣던 맛있게 구워줄게!’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빨갛게 불타올랐다. 챙겨 온 구운 소금도 갈치 위에 촤락촤락 뿌리고, 기계의 뚜껑을 닫았다. 고소한 버터 냄새와 갈치의 비릿한 향이 묘하게 풍겨오기 시작했다.



    “음~ 맛있는 냄새~ 맛있겠다~”

    친구랑 나는 기대를 한가득 품고 뚜껑을 열었다. 갈치는 여전히 맛있어 보이기만 했다. 앞뒤로 갈치를 노릇노릇하게 굽고 넓은 접시에 담으려는 그. 순. 간.


    

    석쇠에서 갈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고등어나 삼치 같은 생선과는 다르게 갈치의 살은 그리 많지 않다. 껍질에 붙은 살 한 점 한 점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석쇠에 어마어마한 양의 살점이 붙어있었다. 겨우 떼어낸 갈치구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맛.. 맛있겠지.."

    첫 입을 친구에게 양보했는데, 한 입 먹은 친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아닌가!

    "버터랑.. 갈치랑.. 진짜 안 어울려..."

    프랑스 요리 중에 생선과 버터를 함께 지지는 '뫼니에르'라는 요리가 있는데 가자미로 한 것은 봤어도 갈치로 한 건 못 봤다. 그리고 바비큐로 갈치구이를 하는 사람도 못 봤다... 갈치를 겨우 겨우 발라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라면을 끓여서 끼니를 마저 해결했다.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었다. 다들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갈치야.. 잘 가고 석쇠 너도 잘 가렴...




- 파랑 -

바비큐는 고기죠, 암요.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올리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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