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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l 09. 2021

글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글태기, 글럼프.

    이 글 또한 브런치에 얼마 만에 올리는지 모를 에세이다. 무엇이 그토록 바빴냐고 에세이 한 편 안 쓰고 살았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을 쉬게 된지도 1년이 넘었다. 본업을 쉴 뿐, 그전에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왔다. 소셜 살롱, 프립 호스트, 남의집 호스트, 탈잉 튜터, 스포츠 선수 매니지먼트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예상한 그림과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1년이 흘러간 것 같다.


    처음에는 빨간 장미가 가득 핀 담벼락처럼 낭만적인 시작이었다. 글을 읽는 것이 좋고, 쓰는 것이 좋으니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 작가의 꿈을 꾼 적도 있으니까. 일을 관둔 후, 드디어 그 꿈을 실현시킬 때가 왔다며 글을 쓰면서 집에 틀어박혀있기 시작했다.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굉장히 어둡고 어딘가 우울하기까지 한 영락없는 백수 꼴이 돼버렸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후로는 열심히 밖으로 돌아다녔던 것 같다. (참으로 극단적인 성격이 아닐 수 없다…)


    꽤 유명한 독립출판물 저자의 에세이 수업도 들었고,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소설 수업도 들었다. 에세이 수업은 어딘가 묘하게 구멍 뿅뿅 난 바게트 빵 같았고, (적어도 바게트는 맛있기라도 하지… 쩝) 소설 수업은 마지막 수업에 참석을 못 하게 됐다. 사실 참석을 안 한 걸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된 것 같았다. 시작도 중간도 중요하지만 결국 파이널 테이프를 끊어내는 그 순간이 중요한 것처럼.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려서 나만의 ‘글’ 또는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 굉장한 끈기와 지구력이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소설은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에세이는 있는 나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독자로 하여금 ‘저자가 이만큼 매력 있어요’란 생각이 들게끔 써야 했다.


    양쪽 모두 보통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대단히 긴 장문의 투정을 부린 것 같다. 아니, 투정이 맞다. 그래도 지금은 과정을 지나가는 중이라고 믿고 싶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한 유명한 소설가가 말했다. “글이 안 써지는 날이면 왜 글이 안 써지는지, ‘오늘은 글이 안 써진다.’라고 한 문장이라도 쓰려고 노력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글이 안 써지네요.


    글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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