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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Jul 17. 2021

길이길이 기억될 30번째 생일날

1편 - 개고생의 서막

1편 - 개고생의 서막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30대가 되는 날이. 말도 안 돼. 이 망나니 같은 내가, 날뛰는 망아지 같은 내가 서른이라니! 맙소사!


    "30대가 별거야? 나이가 뭐 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대 후반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20대를 이렇게 보낼 순 없었다. 그래서 28,29살 즈음에 그전에 하지 못했던 여러 짓(?)들을 했다. 물론 그중엔 좋은 짓도 있었고 나쁜 짓도 있었고 아주 아주 미친 짓도 있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은 다 뻥이었다. 20대 후반은 유난히 쏜살같이 지나갔고, 그렇게 서른이 되었다.


    서른이 되고 나니, 이래서 땡구에서 땡영이 되면 (19->20, 29->30, 39->40처럼) 꺾인다고 표현하나, 싶을 정도로 나와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물구나무를 서서 뒤집힌 시각으로 세상을 보듯, 좋던 건 싫어지고 싫던 게 좋아지는 그런 변화가 마구마구 일어났다. 바뀐 건 겨우 내 나이 하나뿐인데 말이다.


    그중 무척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게 왜?"라고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등산을 ‘극’ 혐 하던 사람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파란색을 무척 좋아했고, 파란색 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푸르른 바다를 무척 좋아했다. ‘바다 vs산’ 이런 고전적인 양자택일의 문제는 나에게 0.001초의 고민거리도 안 되었다. 그러던 내가, 그랬던 내가, 산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허투루 먹지만은 않은 것인지, 언젠가부터 ‘힐링’의 장소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은 곳, 핫플 등등을 좋아했 '었' 다. 지금은 그저 조용하고, 고요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곳, 방해받지 않는 곳이 좋아졌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서울 중에서도 이른바 핫플 동네에 살다 보니 한적하고 공기가 좋은 곳 또한 무척이나 좋아졌다. 조용하고 고요하며 공기가 좋은 곳. 이 세 가지 조합의 교집합은? 바로바로 바아 로오 산.


    나는 생일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고, 다른 기념일보다 ‘내가 태어난, 나의 날!’ 이런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으레 생일이면 생일 파티를 하고 화려하고 좋은 곳을 가곤 했다. 근데 이제는 그런 생일을 보내고 싶지 않아 진 게 아닌가. 두둥.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에게 변화는 서른이 되었다는 것뿐..


    그리하여 결정된 나의 생일 일정. 서울에서 멀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은, 인스타에 등장하지 않은 그런 보석 같은 자연을 찾아내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평 잣 숲’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다음 글은 2편에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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