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광어면 더 좋고요.
연말은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크리스마스는 말할 것도 없고. 거리는 온통 빨갛고 노란 알전구들로 물든다. 옆집 강아지보다 더 반가운 트리가 곳곳에 눈에 띄기 시작한다.
친구에게 선물할 일이 있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켰는데,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홀리데이 카테고리에 등장한 '아르마니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화장엔 관심이 전혀 없지만 파란색 아르마니 쿠션엔 온 심장을 뺏긴 기분마저 들었다. '홀리데이'와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니... 온몸의 세포가 들뜨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영롱하다 못해 황홀한 자태의 블루 쿠션.
'화장도 안 하는데 뭐, 사지 말자.' 하고 다음날 같은 페이지를 다시 들어갔다.
없다. 없어...! 이럴 수가!
빠르게 네이버와 아르마니 공홈도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매장을 검색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 "파란색 홀리데이 리미티드 그거 있나요?!"
- "네 있습니다 고객님~"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눈썹을 휘날리며 뛰쳐나왔다. 나오고 보니.. 양말도 파랑, 가방도 파랑•••
백화점에 도착해서 쿠션 겟!!
신난 마음 그대로 지하로 내려갔다.
지친 내 몸과 마음을 뉘일 곳, 아아, 백화점 식품관. 아름답게 진열된 각종 식품들을 보면 그 어떤 테라피보다 마음이 더 충만해진다. 목적을 달성하고나니 배가 고파와 푸드코트를 두어바퀴쯤 돌다가 회전초밥집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몇 접시 간단히 먹고 깔끔히 배를 채우기에 초밥만 한 건 없지, 암.
맛있는 건 레일에 없다, 메뉴판엔 있다.
묵은지광어와 갈릭연어를 주문했다.
김칫국물을 쪽 빼고 채 썬 후, 설탕과 참기름에 챡챡 버무린 새콤달콤 묵은지는 광어회를 만나 입 안에서 왈츠춤을 추고,
살짝 느끼하면서 고소한 마늘맛의 마요네즈가 혀 안을 찌르면, 이윽고 불향 가득 나는 연어가 입 안에 가득 찬다.
각 4피스씩 먹고 장국을 비우니 배도 따땃하고 마음도 부른 것이 매우 행복해진다.
묵은지광어 초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삭하지만 부드럽고, 물렁한 듯 쫄깃하고.
새콤하지만 시원하고, 삼삼한 듯 고소하다.
욜라 매력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