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북소리가 울립니다
로버트 그린은 저서 '전쟁의 기술'에서 '전쟁의 북소리가 둥둥 울린다. 당신은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전장(戰場)이건, 사무실이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 전쟁의 북소리가 둥둥 울리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냉혹한 전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먼저 무엇을 할 것입니까?
만약 취업을 원한다면 '나는 반드시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부터 다지세요. 적당히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또한 취업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 험난할 수 있어 수시로 여러분의 멘털을 쥐고 흔들 것입니다. 그때마다 좌절하거나 힘들어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리고 꼭 한 번은 자신에 대해 성찰(省察)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반드시 진지하고 깊은 성찰이어야 합니다.
취업은 사회적 욕구입니다
'최종 지원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를 클릭하는 순간 가슴이 두근대고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서류 전형이라도 통과됐으면, 에이 안되면 말지, 꼭 되면 좋겠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왜 그럴까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취업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욕망이 발현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손실의 두려움이 생기면서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사회적 욕구라고 본다면 여러분은 지금 사회적 욕구가 가장 강해질 즈음입니다. 매스로우(Maslow)라는 인본주의 심리학자가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 가설이 있는 데 그중 3단계 정도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가족, 학교 친구 같은 자연 발생적인 관계에 속하였다면, 앞으로는 직장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 범주 안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흔히 ‘사회생활’이라고 부릅니다. 즉, 직업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실현하고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 하게 됩니다.
다만, 이런 이익 사회관계에서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그에 상응하는 자격이나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내 능력이나 역량에 따라 성취도나 만족도가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직장이란 어디일까요
어디에 취업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좋은 직장이란 어디일까요. 연봉이 높은 곳? 승진이 빠른 곳? 오래 다닐 수 있는 곳? 업무량이 적은 곳? 이런 것들 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여러분은 아직 사회 경험이 없다 보니 흔들리기 쉽고, 상처받기 쉽습니다. 반면, 직장이라는 곳은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에, 무림이나 정글 같은 곳입니다. 따라서 처음 직장 생활을 하는 여러분이 실수를 하더라도,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잘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는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아야 훗날 어엿한 경력자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제가 현직에 있을 때 가장 좋아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하루의 피로가 머리 꼭대기까지 쌓여 있다가도 이 말 한마디에 눈 녹듯 사라지곤 했습니다. 바로 퇴근 시간에 동료들과 주고받는 인사, ‘내일 봐요!’였습니다. 내일 내가 돌아올 자리, 내일 주어지는 다른 기회, 내일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입니다.
취업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 여러분에게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유리한 점은 ‘시간이 많다.’입니다. 여러분이 정년퇴직하려면 아직 40년이 훨씬 더 넘게 남아 있잖아요? 그러니 못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이 없다.’는 불리한 점도 있습니다. 졸업하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 전략입니다. 그래야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입직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이라는 개념은 앞으로 여러분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입에 달고 살아야 합니다. 저도 33년 동안 그렇게 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바둑과 골프를 좋아합니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바로 전략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바둑판에는 361개의 착점이 있어 365일을 살아가는 인생과 닮았다고 합니다. 처음 포석을 할 때는 정석에 따라 두는 수가 비슷합니다. 하지만 몇 수 지나지 않아 가는 길이 제각각 달라지게 됩니다. 공격할 것이냐 방어할 것이냐, 어느 쪽에 먼저 착점 할 것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따라서 열 번을 두더라도 똑같은 판이 한 번도 없는 게임입니다.
골프에서는 각 홀마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줄여서 타수를 잃지 않는 전략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티그라운드에 올라서면 페어웨이의 목표 지점을 향해 정확한 에이밍을 해야 합니다. 조금만 오조준하더라도 큰 차이가 벌어집니다. 그린 위에 올라가면 공이 굴러갈 길을 살피고 적당한 힘과 방향으로 공을 보내야 합니다. 작은 실수에 공이 홀에 이르는 길은 멀어지게 됩니다.
이 두 가지 게임을 언급한 이유는 이들 게임의 전략적인 개념이 취업 전략하고 닮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취업은 시작은 비슷해도 가는 길은 전부 다를 수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지금 내 앞에 일어난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둘째,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끊임없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러 가지 취업에 관한 변수들 중에서 어떤 것에 비중을 두고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게 됩니다.
셋째, 취업 목표는 처음부터 잘 정해야 합니다. 엉뚱한 방향을 향하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수습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적으로 짜인 로드맵을 따라가야 길을 잃어 헤매는 일이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잘 보이지 않는 세부 사항 속에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집중력을 가지고 세세히 알아보고 살펴보지 않고, 뭐든 건성건성 대응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합니다.
용기를 내어 도전하세요
저도 현직에 있으면서 적지 않은 지원자의 채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어떤 사람을 합격시키고 또 어떤 사람을 탈락시켰을까요? 그건 시쳇말로 며느리도 모릅니다.
취업이라는 놈은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꼭, 반드시’ 이런 말을 싫어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운칠기삼’ 즉,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내가 불합격하더라도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 회사가 나랑 맞지 않는 것뿐입니다. 언젠가, 나랑 찰떡같이 맞는 회사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도전하십시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부르는 ‘황금별’이라는 곡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하늘을 봐.
황금별이 떨어질 거야.
황금별을 찾길 원하면 그 별을 찾아 떠나야 해.
널 기다리는 세상을 향해.”
첫 단추처럼 첫 직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직업 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평생 두세 번의 직장을 옮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에도 첫 직장이 좋은 계기가 되거나 아니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첫 취업, 첫 직장이 여러분이 생각하고 원하는 곳이기를, ‘내일 봐요.’하고 퇴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많은 회사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