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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Jan 20. 2022

내가 비건이 된 이유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재작년 겨울,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 넷플릭스에서 본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 여러 계기들 중 하나였다. 제목대로 어떻게 몸을 죽이는 밥상이 자본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권장되고 있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충격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냐고? 내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한 부분들을 몇가지 적어보려 한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1. 권장식단과 자본

 세계보건기구에서 가공육을 담배, 석면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그리고 붉은 고기는 2급 발알물질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의 심장협회와 암 협회, 당뇨 협회의 홈페이지에서는 가공육과 고기가 포함된 식단을 추천한다. 알고보니 각 단체들은 낙농업, 축산업을 주로 하는 회사들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우리에게 권장되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이 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2. 축산 시설의 비위생적인 환경

 찬찬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축산 시설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긴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산하고자 하는 축산 시설에서 소, 돼지 등의 가축들은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자신들의 배설물과 뒤섞인 채 살아간다. 유해한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에 놓인 동물들의 살을 먹는 것이니 동물들이 살아가는 비위생적인 공간은 동물권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이를 먹게되는 사람들의 건강의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동물들이 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사실보다 그들을 먹을 때 더러운 공간의 일부가 내 몸에 들어오게 된다는 사실이 더 강하게 다가왔을 때 내가 참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같이 이기적인 사람들을 겨냥해 감독이 채식을 인간의 건강과 연결지어 다룬 걸까?


3. 공장식 축산업, 인종차별, 불평등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축산 농장 주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돼지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과 전염병 방지를 위해 뿌리는 약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 한 분의 가족은 거의 다 암으로 돌아가셨고 이웃들은 대부분 천식이나 아토피와 같은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농장에서 뿌리는 약품의 냄새가 지독해서 약을 뿌리고 있을 때는 밖에서 바베큐를 하거나 산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대규모의 축산 시설이 지어지는 위치는 대부분 유색인종, 흑인, 라틴계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공장식 축산업은 인종차별, 불평등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많은 이미지들이 우리의 눈 앞에서 삭제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삼겹살 전문점에서 돼지가 그들의 배설물과 뒤섞여 살아가는 공간, 목이 잘려나가는 순간, 농장 주변에서 약품을 맞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을 만들고 버리지만 쓰레기가 모여있는, 지독한 악취가 나는 쓰레기장과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다가 죽어버린 새의 시체는 보지 못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을 종종 먹지만 어린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카카오 열매를 따는 장면은 보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생활을 이루는 많은 부분들은 내게 보여지는 것과 달리 세상의 이곳 저곳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보려고 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연결지점을 짚어내고자 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 나에겐 그 노력 중 하나가 채식을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처음의 충격이 옅어지면서 가족들이 시켜먹는 치킨이나 피자를 함께 먹기도 하고, 선택지가 너무 없어 (실제로 선택지가 너무 없긴 하다. 학교 안에서 채식을 하려면 채식뷔페를 이용하거나 카페에서 햄과 치즈와 소스를 뺀 샌드위치를 먹는 것 밖에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요즘에는 채식뷔페를 운영하지 않아 선택지는 더 적어졌다. 학식 메뉴 중에 단 하나라도 채식 식단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며  육식을 하기도 하지만, 비건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고자 이 글을 쓴다.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던 그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나의 밥상과 연결된 착취와 불평등을 잊지 말아야지.



아암 Aam

연결의 감각을 잃지 않고자 환경문제를 공부하는 미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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