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알 Feb 02. 2022

택배 박스, 제대로 버려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이 골치 아픈 쓰레기를 두고 가셨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은 택배 기사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기사님을 대면하지 않지만, 기사님이 조용히 놓고 간 택배 상자는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처럼 여전히 설렙니다. 상자를 열고, 내용물을 꺼내 상태를 확인하기까지는 모두 순조롭습니다. 하지만 ‘언박싱’이 끝나고 쓸모가 없어진 상자들은 이제 쓰레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주택가를 걷다 보면, 방금 막 내용물을 꺼낸 듯한 택배 상자가 굴러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택배 상자를 잘 버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이번에도 분리배출 4대 원칙을 따라 택배 상자를 제대로 버려봤습니다.

버블티 컵과 화장품 용기를 제대로 버린 후기에도 적었던 재활용 4대 원칙입니다. 환경부에서 배포한 "재활용품 배출 가이드"에 보다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1. 비운다. 2. 헹군다. 3. 재질별로 분류한다. 4. 섞지 않는다.

제대로 버려봤습니다 03


1. 비운다. – 택배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냈기 때문에 비우는 과정은 이미 끝났습니다.


2. 헹군다. – 종이로 만든 상자이므로 건너뜁니다.


3. 재질별로 분류한다. – 송장 스티커와 테이프를 떼 주었습니다. 상자를 열 때부터 칼을 쓰지 않고 테이프를 떼면서 열었더니 훨씬 간편했습니다.


꿀팁: 상자 옆면을 눌러주면 테이프를 쉽게 뗄 수 있습니다.

4. 섞지 않는다. – 송장과 테이프는 일반쓰레기로, 상자는 접어서 부피를 최소화해 그대로 배출했습니다. 단독주택에서 상자를 배출할 때 따라야 하는 규정은 따로 없지만, 편의상 재활용 쓰레기와 따로 배출하고 있습니다. (공동주택은 ‘박스류’로 분리배출해야 합니다.[1])


택배 상자 잘 버리기, 참 쉽죠?

솔직히 말하자면, 택배 상자 잘 버리는 방법은 이렇게 글로 쓰는 게 더 번거로울 만큼 간단합니다. 다만 송장 스티커나 테이프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나 조금 특이한(?) 상자를 버리는 경우 잘 버리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택배 상자는 어떻게 재활용될까?

대부분의 택배 상자는 누런 골판지로 만들어집니다. 딱 봐도 왠지 재활용이 잘 될 것 같고, 비닐이나 플라스틱보다는 친환경적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골판지는 폐지를 주원료로 합니다.[2] 폐지로 수거한 상자들은 펄프 형태로 풀어준 후 잉크나 이물질을 제거해 다시 골판지로 만드는데, 이렇게 상자를 만들면 새로 나무를 베지 않을 뿐더러 물도 아끼고,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3]

단, 골판지 상자는 책이나 신문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종이류”와 섞이면 안 됩니다. 반대로 골판지가 얇은 종이 사이에 섞인 채 배출돼도 안 됩니다. 골판지의 단면을 보면 물결 모양의 단단한 종이(골심지)가 한 겹 이상 있는데, 이 골심지 층이 주로 폐지로 만들어집니다. 골심지가 완충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단단해야 하고, 그래서 재료가 되는 폐지에 부드러운 일반 종이나 다른 이물질이 섞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폐지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요인이 상자에 섞여 있는 이물질과 잘못된 종이 분류라고 합니다.[4]


송장과 테이프 외에도 떼어내야 할 “이물질”

최근 명절 선물로 간장게장을 택배로 받았습니다. 귀한 선물인 만큼 상자가 조금 특이했는데, 흔히 안팎이 누런 일반적인 택배 상자와 달리 밖은 검은색이고, 내부는 은박지로 코팅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안에 은박지가 붙어 있는 상자에 신선식품을 담아 배송하거나, 고가의 상품인 경우 보기 좋게 상자 겉면을 비닐로 코팅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모두 택배를 받는 고객을 위한 것이지만, 상자를 버릴 때는 다 떼어내야 하는 “이물질”입니다.

스티커나 테이프와 달리 비닐이나 은박지는 모든 면에 완전히 ‘코팅’되어 있어서 다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20분이 넘게 고군분투했지만, 비닐은 거의 떼지 못했고 은박지도 반 이상을 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대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닐과 은박지로 무장한 택배 상자에게 졌습니다.

택배도 가끔 와야 반가운 법

택배 상자는 비교적 분리배출하기 간단하고, 대부분이 골판지 상자로 재활용되기 때문에 자원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택배를 배송하는 과정, 배출한 상자를 수거하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물이 쓰이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다회용 택배 상자도 상자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과 자원을 아끼기 위한 대책 중 하나입니다. 다회용 택배 상자를 사용하거나 택배 상자를 잘 버리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택배를 필요 이상으로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2020년 1월에는 한 달 동안 약 2억 4533만 개의 택배가 배송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센 것입니다.)[5]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매일 찾아오면 귀찮아지기 마련입니다. 택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 문헌 및 사진 출처

타이틀: 물류on뉴스 – 서울 택배, 1년새 27% 늘었다…공공·민간 빅데이터 융합해 정책 실효성↑

분리배출 4대 원칙: 환경부 <분리배출 재활용 가이드라인 요령>

상자 테이프 떼는 꿀팁: mbc 뉴스투데이 - [스마트 리빙] 택배 상자 테이프, 손쉽게 떼어 내는 법 


[1] 내 손안에 서울 – 먹깨비가 알려주는 ‘주택별 재활용품’ 분리배출법 

[2] 한국제지연합회 – 종이이야기 

[3] 김해 분야포털 – 종이의 재활용 

[4]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 인터뷰 - 류정용 "폐지도 여러 용지로 구분해 분리수거해야"

[5] 환경부 – 택배 종이상자, 올바른 분리배출 위해 업계와 맞손 



베일리 Bailey

사람을 위해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공대생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비건이 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