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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Jan 12. 2022

화장품, 제대로 버려봤습니다.

화장품 용기의 80%는 재활용이 안 된다.

 평소에 화장품 어떻게 버리시나요? 저는 화장품 용기 통째로 일반쓰레기에 버렸던 것 같습니다. 분리배출하려고 해도 립스틱이나 아이셰도우 같은 종류는 복잡한 구조에, 크기도 작아서 어떻게 버려야 할지 감도 안 옵니다.


 마침 화장대를 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로션과 매니큐어 리무버가 있었습니다. 로션 하나는 반도 안 쓴 것이었습니다. 집에 로션이 3병이나 있는데도 새것을 사서 쓰고 있는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지난 번의 버블티 이어서, 이번에는 화장품 용기를 제대로 버려보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백과사전’ 사이트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분리배출 규정에 맞게 쓰레기 버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화장품은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물건인 만큼 버리는 방법과 주의할 점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습니다.[1] 저는 쓰레기백과사전의 내용을 참고하면서 ‘재활용 4대 원칙’을 따라 화장품을 버려보았습니다.


환경부에서 배포한 "재활용품 배출 가이드"에서 소개하는 재활용 4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운다. 2. 헹군다. 3. 재질별로 분류한다. 4. 섞지 않는다.

1. 비운다. - 우선 내용물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어디에 버릴지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쓰레기 백과사전에 따르면 화장품 내용물을 그대로 물에 흘려보내면 토양,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은 로션과 매니큐어 리무버는 종이에 부어준 후 적당히 말려서 일반쓰레기로 버렸습니다. 

남은 화장품을 종이에 부어서 말리는 과정입니다.


2. 헹군다. - 내용물을 최대한 비운 화장품 통은 비누와 물로 헹궈 주었습니다.

깨끗이 씻어준 뒤 라벨을 떼고 있는 모습입니다. 힘으로 떼는 것은 이 정도가 최대였습니다.


3. 재질별로 분류한다. – 제가 버리려는 화장품 모두 라벨과 통, 뚜껑이 각각 다른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뚜껑은 쉽게 분리할 수 있었지만, 라벨을 떼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힘으로 반쯤 떼다가 포기하고 ‘라벨 쉽게 떼는 법’을 검색해보니, 열을 가하면 라벨이 쉽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드라이기로 라벨 모서리부터 열을 가했더니 조금씩 라벨이 떨어져 결국 손상 없이 완전히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개를 겨우 다 떼고 나서 또 라벨을 떼야 할 로션을 보는 순간… 귀찮음이 확 몰려왔습니다. 아, 한 개는 그냥 버릴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두 통 다 라벨을 깨끗이 떼 주었습니다.

드라이기로 열을 가하니까 좀 더 쉽게 라벨을 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번거로웠기 때문에 남은 통의 라벨을 또 떼려니 귀찮음이 몰려왔습니다.

4. 섞지 않는다. – 작은 플라스틱 부품은 일반쓰레기로, 분리한 라벨과 뚜껑, 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배출하였습니다.

작은 플라스틱 부품은 일반쓰레기로, 라벨과 뚜껑, 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했습니다.

 제가 버린 화장품은 형태가 단순했기 때문에 라벨을 떼는 것 외에는 버리는 데 어려울 게 딱히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장품은 2가지 이유로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플라스틱 Other’ 재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2] ‘Other’는 가소제 등의 첨가물을 넣었거나 두 가지 이상의 재질을 섞은 것이라, 우리가 “재활용” 하면 흔히 생각하는 ‘다 쓴 플라스틱 통으로 새로운 플라스틱 통을 만드는’ 식의 재활용은 불가능합니다.[3] ‘비닐 Other’은 그나마 SRF(Solid Refuse Fuel; 폐기물 고형 연료)로 만들어 연료로 재활용되지만, ‘플라스틱 Other’ 제품은 대부분의 선별장에서 따로 분류하지 않아 일반 쓰레기처럼 소각, 매립되고 있다고 합니다.[4]

 두 번째 이유는 재질별로 분리하기 어렵거나 분리했을 때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제가 버린 로션은 뚜껑, 용기, 라벨 3가지로 쉽게 분류되었지만, 뚜껑처럼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선별하기 어려워 결국 소각, 매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재질별로 분류된다면 다행이지만, 쿠션이나 아이셰도우, 틴트 등 유리, 플라스틱, 철 등 다양한 재질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화장품은 분리하는 것부터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통째로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화장품은 80% 이상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한다고 합니다.[5] 재활용 등급 표시제의 정확한 명칭은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로, 시행된지는 1년이 넘었지만 준비기간과 제도 수정 기간을 거치다 보니 아직 익숙한 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6]  재활용 등급은 최우수 – 우수 – 보통 – 어려움 4단계로 나눠서 포장재에 표기하고 있는데, 제가 버린 로션을 평가한다면 어느 등급에 해당할까요. 라벨 떼는 수고를 생각하면 일단 최우수는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 생산된 제품의 겉면을 잘 살펴보면 위와 같이 재활용 등급이 표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하는 제도는 주로 ‘재활용 등급 표시제’로 불리지만, 정확한 명칭은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입니다. 시행된지 1년이 넘었지만 준비기간과 제도 수정 기간을 거치다 보니 아직 익숙한 제도는 아닙니다.[6] 재활용 등급 표시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소비자가 재활용 등급을 보고 물건을 골라야 할 텐데, 저는 아직 물건을 사기 전에 재활용 등급을 눈여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품질이 비슷한 제품들 중에 고민 중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재활용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버리기 어려운 걸 잘 버리려 하지 말고, 살 때부터 버리기 쉬운 걸 사 봐야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사진 출처

타이틀: Photo by Sonia Roselli on Unsplash

분리배출 4대 원칙: 환경부 <분리배출 재활용 가이드라인 요령>

재활용 등급 표기 예시: 한국환경공단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 https://www.keco.or.kr/kr/business/resource/contentsid/3354/index.do


[1] 쓰레기 백과사전 – 화장품 버리는 방법 

https://blisgo.com/%ED%94%8C%EB%9D%BC%EC%8A%A4%ED%8B%B1/%ED%99%94%EC%9E%A5%ED%92%88-%EB%B2%84%EB%A6%AC%EB%8A%94-%EB%B2%95/

[2] 화장품 용기, 재활용 안 되는 OTHER가 90% https://www.chosun.com/special/future100/fu_general/2021/02/02/YMH43KXP7JFYXLT4WGRHGY37ZA/ 

[3] 즉석밥 용기는 재활용이 안된다는데 사실인가요? https://youtu.be/pJzkJDNuZy4 

[4] OTHER 비닐도 재활용이 안되나요? https://youtu.be/eh_w59nFzBA 

[5] 화장품 용기 재활용 등급 표시 면제? 이들이 바꿨다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living-environment/zerowaste/88554/

[6]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도 시행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58706 



베일리 Bailey

사람을 위해 환경을 공부하고 있는 공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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