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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이 Feb 07. 2024

좋아하는 것들
우울속의 나를 북돋았던 단어들


내 동반자

맛있게 탄 쎳더뻐꺼커피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치킨

소나기

비 오는 날 흙냄새

초봄의 연록빛 새순들

산책

자전거 탈 때 바람



운전 잘하는 사람

멋진 바이크

지프차, 사륜구동

깔끔한 집

적당한 포만감

자는 것

수박

망고 체리 머루포도

여름

물놀이

가벼운 옷차림



허벅지 엉덩이에 찜질팩 할때

마사지

깨끗한 발

환기시키기

소풍

새로운 장소

면 요리

너무 달지 않고 촉촉한 디저트



복근 운동 후 뻐근함

열려있는 사람

말하기보다 듣는 사람

맵지 않은 닭발

자유분방한 옷차림

여행은 무조건!



셀레이는 마음

에너지 넘치는 사람

새로운 지식

배움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처음 먹어보는 음식

원두향

우유 거품이나 생크림 잔뜩 올려진 커피

달지 않은 온갖 종류 밀크티



허브, 아로마 향기

씻고 나서 뽀득거리는 귀

숲속 노천온천

소소한 선물

고기

비빔밥 샐러드 곱창 초밥

용돈

루즈핏 원피스

편한 개량한복

푹신한 신발

성격이 예쁜 사람

잡학다식

가오리핏

적당히 슬림한 허벅지



고독하고 듬직한 괴수

말 없는 위로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

생각보다 행동이 멋진 사람

~척 없는 사람

송군 엉덩이

풀냄새 낙엽냄새 흙냄새 비냄새 새벽냄새



맘에 꽂히는 인디음악

고속도로 휴게소

빗소리

자연이 보이는 큰-창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

좋아하는 이들과 편한 자리에서 맛있는 식사

다리에 스치는 시스루 치마

당첨



소유물이 줄어드는 것

안 들어본 칭찬을 듣는 것

표현 적은 이의 긍정적인 평가

호감을 표현해 주는 것 (습관적인 거 말고)

봄, 여름날 약간 따스한 바람

자리 많은 지하철

늦은 밤, 새벽의 고즈넉함

노트북 자판 두드리며 뭔가 적는 것





오래전, 오랜 세월 우울에서 허적일 때, 어떻게든 스스로를 일으키려 안간힘을 써야 했을 때.

납처럼 무거운 무기력이, 온몸을 지하로 내리누르던 깜깜한 슬픔이 나를 가뒀을 때.

티끌 같은 마음을 그러모아 좋아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적어가며 읽고 또 읽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나를 일으켜 살고 싶었다. 내가 채 못 본 세상의 모퉁이를 돌아보고 싶었다.



그런 습관으로. 그런 기억으로.

자신감이 바닥을 뚫고, 크게 무너지는 일을 겪었을 때도 계속 살기 위해, 나를 일으키기 위해

그날 하루 내가 잘한 일을 3개만 찾아서 적어보자고. 

진짜 소소해도 스스로 칭찬할 거리를 찾아서. 나를 북돋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 -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설거지를 했다. 누워있지 않았다. 

손톱을 물어뜯지 않고 손톱깎이로 다듬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누가 일으킬 수도 없고 나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아니까.



어떤 식으로든 혼자 그런 싸움을 할 때 도움이 되어준 주문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적고, 반복해서 읽는 것. 

나에게 도움이 됐듯이 누군가에게도 이 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혹시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된 우울한 당신도, 

세상이 검정이나 회색만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무지개도 많이 뜬다는 걸 보게 되는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언젠가의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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