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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Aug 05. 2020

엄마의 목소리

(아이의 감정 온도)

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저음인가요? 아니면 날카로운 고음인가요?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엄마가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잘 성장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엄마의 부드러운 저음이라면 아이의 거울 세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엄마와 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똑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는 말하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상대의 말하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나의 뇌에서 똑같이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시뮬레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을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아이 뇌의 거울 세포는 엄마가 하는 말의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하여 엄마와 똑같은 뇌 부위를 작동하게 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럼 아이 뇌에서는 엄마와 비슷한 뇌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이때 변수가 나타납니다. 우리 뇌의 유전자 기록이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유전자에는 부드러운 저음은 나를 보호해주는 목소리이며, 날카로운 고음은 생명에 위험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프리카 사바나와 같은 자연환경에서 살아왔던 인류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 날카로운 비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위층의 부부싸움에서 들리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날카로운 비명은 짐승을 만나거나, 해를 당했을 때 나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비명이 나에게 해를 전혀 까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털이 곤두서고, 심장 박동이 빨라집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날카로운 고음이라면 아이의 상태는 어떠할까요? 엄마가 특별한 감정이 없어도 아이 뇌는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고음을 듣는 순간 유전자의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아이는 불안의 양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나를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아이의 뇌는 흥분되며 감정 온도가 올라갑니다.

    

감정 온도가 올라가면 엄마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불안이라는 느낌이 나의 뇌를 꽉 채워버립니다. 당연히 엄마가 하는 이야기가 뇌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럼 엄마는 이야기합니다. “너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니?” 아이와 엄마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반면 부드러운 저음은 어떠할까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저음으로 부드럽게 말을 하면 아이의 뇌는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이것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았던 조상들의 유전자 기록입니다. 부드럽고 낮은 소리는 생명에 해를 주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입니다. 부드러운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의 감정 흥분을 떨어뜨립니다. 감정 흥분이 떨어지면 생각이 작동하게 되며, 엄마의 이야기가 쏙쏙 귀에 들어옵니다.  

  

학교에서도 보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있습니다. 그 특징 중의 한 가지가 부드러운 목소리입니다.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복도를 지나가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한 학기가 지나면 그 반의 아이들도 선생님을 닮았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도 부드러우면서 조용조용합니다. 물론 학습, 인성 모두 바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반면 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교장실에서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큽니다. 그 반 아이들의 특징은 소란합니다. 시끄럽게 떠들면서 공부가 이루어집니다. 수업 후에 질문하면 조금 전 배운 내용도 아이들은 대답을 듣지 못합니다. 불안의 양이 아이 뇌를 꽉 채워서 생각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인간이 선호한다는 것은 영화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남자 배우는 누구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병현의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현은 하선, 광해, 광해가 된 하선 등 일인 삼색의 목소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로 이병현의 일인 삼색의 목소리를 주목하였고, 관객 수 1천만 명을 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병현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대표선수입니다. 보통 남성의 경우 100~150Hz의 주파수를 갖는데, 이병현 목소리는 90~100Hz의 주파수를 갖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엄마가 어떻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필자는 교사 시절에 수업을 녹음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스마트 폰이 없어서 녹음하기가 여간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가면 녹음기를 틀어놓고 수업을 반성해 보았습니다. 처음 녹음은 수업을 좀 더 잘해볼 수 없을까?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저의 목소리가 거칠고 크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작으면서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수업 시간, 아이들과 대화에서 항상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어느 날 녹음을 다시 해보았습니다.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스마트폰으로 녹음해보세요. 아니면 친구들과 대화를 녹음해도 됩니다. 그리고 저처럼 연습하세요. 몇 달이 지나면 낮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이들의 감정 온도를 낮추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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