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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Nov 22. 2021

넌 천재다.

급식실에 계시는 선생님의 고함이 들렸다. “아이가 급식실 지붕에 있어요.” 점심을 먹다 말고 후다닥 뛰쳐나왔다. 급식실 지붕에는 2학년 남자아이가 쭈그려 앉아있었다. 그 아이 손에는 축구공이 들려져 있었다. 아마 축구공이 급식실 지붕으로 올라간 모양이다. 그걸 내리려고 이 아이는 급식실 지붕에 올라간 것이다. “저곳에 어떻게 올라갔을까?” 가슴이 벌렁거린다.

     

조심조심 아이를 안아 내렸다. 물론 아이가 올라간 급식실 지붕은 그리 높지 않다. 급식실은 강당 아래쪽에 있는데, 아이가 올라간 지붕은 급식실 입구 위쪽에 낮고 평평하게 만들어진 지붕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이 놀다 보면 공 등 놀이기구가 가끔씩 올라가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막대기를 이용하여 조심히 내려주곤 했다. 

    

급식실 선생님이 놀란 표정으로 호통을 쳤다. “너 왜 여기에 올라가니?” 아이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아이의 대답을 듣고 선생님과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대답은 이렇다. “왜 공이 올라가도록 지붕을 만들어 놓았어요.” 맞다. 지붕이 평평하지 않았다면 절대 공은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이 아이는 기본적인 규칙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이 아이에게 교실이나 복도는 운동장이다. 실내에서 달리기는 평범한 일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아이가 급식실에 도착하면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영양교사 선생님은 이 아이에게 시선을 떼어놓지 못한다. 이 아이는 급식실에서도 달리기 선수다. 이 아이에게 선생님의 시선이 사라진 순간 급식실은 언제 수류탄이 터질지 모른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급식 판을 들고 자리로 들어가던 중 이 아이가 넘어졌다. 급식실은 음식물 파편으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선생님의 시선이 다른 곳에 잠시 머무르는 사이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이 아이는 다친 곳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과 영양교사 선생님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되었다. “너 왜 급식실에서 달리니?” 이 아이가 무어라고 대답했을까? “미끄러워서 넘어졌어요.” 

     

이 아이의 설명은 이랬다. 식당 바닥이 미끄러워서 넘어졌다는 것이다. 식당 바닥을 미끄러운 타일로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 수도 없고. 이 모습을 보신 교감 선생님은 어땠을까?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한마디 하신다. “저 아이 천재가 아닐까요?”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뛰어넘는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 분야에 남다른 소질이 보인다고 한다. 질문, 호기심이 매우 많은 아이라는 것이다. 다만 자기중심성이 문제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자기중심성이 크다 보니 친구 간에 다툼이 자주 벌어진다.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하루도 없단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모과나무가 한그루가 떠올랐다. 우리 학교에 있는 심은 지 2년이 조금 지난 모과나무이다. 그 나무에는 어른의 두 주먹보다 큰 열매가 하나가 열려 있다. 가늘고 여리여리한 가지가 그 큰 열매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 모과나무 가지는 가을바람이 아무리 심하게 흔들어도 절대 열매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늘 선생님의 모습이 모과나무 여린 가지처럼 보였다. 자기중심성이 강한 아이가 모과 열매처럼 보였다. 여린 선생님이 헌신이라는 열정으로 그 힘든 아이를 지켜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아이는 천방지축 에디슨에서 규칙을 잘 지키는 에디슨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잘못에 대한 변명 천재가 아니라 질문, 호기심 천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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