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작품을 받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튤립에게 주고픈 말’입니다. 어제, 오늘 교장실 문이 사람 꽃 방문으로 쉴 틈이 없습니다. 벌써 200명 넘는 아이들이 다녀갔습니다. 한 문장의 동시를 지어온 1학년 친구로부터 시작해서, A4 1장 빼꼭히 튤립 사랑을 고백한 고학년 아이들도 있습니다.
작품을 가져온 아이와 나란히 앉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그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잘 표현된 문장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 같은 단어, 문장이 숨어있었습니다. “좀 더 일찍 이런 기회를 마련할걸” 아이들이 두고 간 글들이 채찍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 마음 풍경을 자세히 읽어보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 누가 내 마음 뺏지 바로 튤립
․ 튤립은 염색했나 보다.
․ 우리 반 튤립 중에 네가 가장 작아. 빨리 커 주렴
․ 노란 튤립은 발랄하게, 하얀 튤립은 쑥스럽게
․ 너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 힘들면 나에게 말해줄래
․ ‘천 개의 바람’ 들으며 너를 보고 있어.
․ 난 너의 이름을 ‘평화’라고 부르기로 했어.
․ 지나가던 꼬마가 슬쩍, 지나가던 할머니가 슬쩍, 넌 사랑을 많이 받아서 좋겠다.
․ 너의 꽃잎에 팔랑팔랑 나비가 앉으면 기분이 어때
․ 너는 말은 못 해도 들을 수는 있는 거지.
․ 겨울엔 추웠지. 잘 견뎌줘서 고마워
․ 토닥토닥 흙을 덮고 매일매일 보고가
․ 너에게 말하면 꿈틀꿈틀 움직인다.
위의 내용은 아이들의 글 중 일부 표현을 옮겨적어 보았습니다. 위의 마지막 내용 중 ‘너에게 말하면 꿈틀꿈틀 움직인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말을 걸었더니 튤립꽃이 꿈틀꿈틀 움직였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튤립이 들을 수 있을까요? 튤립꽃도 귀가 있어 아이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아이의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님들께 질문하여 보았습니다. 튤립꽃이 꿈틀꿈틀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환상일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구의 이야기가 맞을지는 모릅니다. 다만 식물도 사람 못지않게 귀한 생명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식물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답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처럼 기억할 수 있고, 느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사실이라면 아이가 바라본 튤립꽃이 ‘꿈틀꿈틀’했다는 표현은 틀림없이 진실이겠지요.
이 아이는 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입니다. 튤립꽃을 하나의 고귀한 생명체로서 받아들였겠지요. 그 순간 아이의 마음에는 식물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 존중의 마음으로 튤립과 대화를 했겠지요. 튤립은 아이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꿈틀꿈틀’로 답했을 것입니다.
튤립에게 전하는 아이의 동시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봄날입니다. 아이의 동시는 꽃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꽃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생명체라는 것. 보는 것을 넘어서 꽃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 그것들이 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임을 아이 동시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좋은 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