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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Nov 25. 2016

그래서 돌고 돈다는 돈은 어디로 갔을까?

양귀자<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


1.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은 어디인가.


소설과는 조금 무관하지만 소설을 보면서 2002년, 고대 병원 뒤편에 허름한 집들이 총총히 모여 있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던 그 곳이 떠올랐다. 삼성은 그곳을 용역 깡패들을 동원해 해치우고는 래미안이라는 아파트를 세웠는데, 그 아파트를 광고하던 이영*의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영*의 환한 미소를 보고 너무 역겨워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끼얹을 뻔 했던 나의 모습도 떠올랐다.

서울. 도시. 화려함. 허상. 관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은 티비 속 이영애가 선전한 깨끗하고 안락한 아파트였을까,

한 평 남짓한 허름한 판잣집, 그곳을 지키려고 절규하던 철대위 분들의 삶이었을까.

 

2.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허상.


시골서 볼 때는 돈이란 돈은 왼통 도시에 몰려 있는 것 같음서도 정작 나와 보니 돈 구경하기 힘들더라는 임씨는 소위 노가다 삶을 산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비가 오는 날은 떼인 돈을 받으러 가고,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연탄 배달을 시킨다. 돈을 벌기 위해 한 시도 쉬지 않고 모든 최선을 다한다. 돈 떼먹은 가리봉 그 새끼는 맨션아파트에 살고 어떤 놈은 외제 자가용 타고 다니며 꺼덕거리고, 어떤 놈은 룸살롱에서 몇 십만 원씩 팁 뿌리며 산다. 이거 뭔가 굉장히 잘못된거 아니냐고 작가는 묻는다. 돌고 도는 돈 본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외친다.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가난하냐고 소리친다.

 

3. 너무 알량해서 더 아프다.


작가는 그래도 조금 성공한 월급쟁이인 ‘그’의 눈으로 이야기한다. 벌써부터 서울 집값을 수소문 하는 아내, 알 수 없는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는 으악새 할아버지, 세상물정 모르고 멋 부리기에 한창인 젊은 인부. 모두 다 임씨의 삶을 더욱 슬프게 그려내는 데 영향을 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와 아내가 원미동에 집 장만 정도 해낸 계급이라는 알량한 위선으로 임씨를 얕보고, 의심하고 무시하는 모습이 더욱 임씨를 처량하게 만든다. 게다가 임씨는 ‘그’와 아내의 광복절휴일 내내 가슴 졸이게 했던 수리비에 조금의 웃돈도 받지 않고, 서비스까지 팍팍해준다. 우리는 ‘그’와 함께 귓불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우리는 얼마나 알량했는가.

 

4. 화해할 수 있다.


결국 ‘그’가 임씨의 삶에 대해 들으면서 자신의 삶이 그리 위선 떨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토끼띠라고 이야기 한다. 알량한 위선을 걷어치우고 술 한 잔을 사면서 비오는 날 가리봉동에 가는 임씨에 대해 더 듣게 된다. 임씨의 한 맺힌 술주정을 들으면서 우리는 임씨를 이해하게 되고 화해하게 된다.

 

5. 그래서 돌고 돈다는 돈은 어디 갔을까?


가리봉동에서 직공들 임금도 못주며 임씨의 돈도 못 갚고 있는 사장새끼는 멘션아파트에 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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