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ed by 사랑한 후에 오는 것들
비행기 창가로 서울의 야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홍이의 눈가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뿌예진 창가 너머로 넘실거리던 불빛들은 이내 홍수에 잠기듯 홍이의 눈짓 한 번에 모조리 무너져버렸다. 후드득 떨어지는 물방울을 쓸어내릴 생각조차 않은 채 그렇게 눈을 감고 가만히 흐느낄 때 비로소 이 비행기는 곧 착륙할 거라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자기 옆자리의 어린 소녀가 슬픔에 잠겨있었음을 깨달은 한 이국의 노파는 급히 손수건을 홍이에게 건넸다. 물먹은 목소리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되뇌던 홍이는 '아, 내가 왜 일본어로'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이내 손수건으로 쓱 눈가를 훔치고는 노파를 제대로 쳐다보지는 못한 채 다시 손수건을 건넸다. 노파는 아무 말 없이 홍이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 자리를 떠났고 왜인지 몸을 꿈쩍도 할 수 없는 홍이는 눈물 자국조차 그대로 남겨둔 채 자리를 지켰다. 모든 승객이 빠져나간 뒤 곧이어 객실을 정리하던 스튜어디스가 흠칫 놀라며 홍이에게 말을 걸려다 몸을 돌려 자신보다 직급이 높아 보이는 다른 스튜어디스에게 다가가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홍이는 이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얼빠진 사람처럼 창가만 바라보다 이내 코를 한번 킁하고 들이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가방을 챙겨 비행기를 빠져나온다. 꾸벅 인사를 하는 스튜어디스에게 자신도 꾸벅 인사를 하고는 또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아리가또', '아리가또'를 읊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