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E.T

Come Back Extra-Terrestrial

by 여림

프롤로그


동굴같이 어두운 곳이다. 치익-하고 성냥을 그어 램프에 초를 밝히는 로자 아줌마의 얼굴이 드러나고 곧이어 치지직하는 잡음과 함께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

“... 당시 미국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3차 세계 대전, 이 우라질 핵전쟁은 예견된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미국 땅이 어디 미국 땅입니까? 그러면서 이민자들 모조리 쫓아내고.. 에.. 맞습니다. 중국도 잘한 것이 없습니다. 쇼비니즘이니 뭐니... 아.. 제가 언제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까? 중국에서 일어난 한국인 피살 사건은 당연히 중국이 잘못한 것이지요! 하지만 무리하게 군사훈련을 진행한 것이 발단이다 이겁니다!..”

곧이어 약간의 잡음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고 로자 아줌마는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살피며 이불을 걷어찬 아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인자한 미소의 로자. 그러다 문득, 아이 한 명이 없음을 깨닫는다. 심각해지는 로자 아줌마, 고개를 홱 돌려 어둠을 살피더니 서둘러 땅굴의 입구 쪽을 향한다. 쿵, 쿵, 쿵- 발걸음이 거칠다.
한 소년이 맨홀 뚜껑처럼 보이는 문을 살짝 열고는 밖을 보고 있는 중이다. 밖은 어둡고 달은 가깝다. 알 수 없는 생명의 커다란 발들이 지나간다. 어떤 발이 멈춘다. 거대한 물갈퀴가 달렸다. 그런데도 소년은 그저 달을 바라볼 뿐이다. 쿵. 쿵. 쿵. 쿵- 황급히 아이를 낚아채고는 문을 닫는 손. 로자 아줌마다.

“민수! 내가 경고하지 않았나요?! 밖은 위험하다고! 우리 모두를 곤경에 빠지게 할 거예요?!"

말이 없는 민수다. 사실 말이 통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다. 말없이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킨다. 달이 있던 곳이다.

“민수! 잘 들어요. 나는 당신의 엄마는 아니지만 당신은 어리고 또 저기 잠들어 있는 친구들도 모두 어리고.. 휴..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어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소중히 여겨요. 언제 천상계 사람들이 쳐들어올지 몰라요. 또 저 다리 달린 물고기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고요! 우선은 저 다리가 네 개 달린 닭으로 버텨야 해요. 그때까지 외출은 물론이고 밖을 쳐다보는 행동도 금지예요! 알겠어요?!”

그런데 그때 쿵! 하고 천장이 흔들린다. 쿵! 쿵! 쿵! 상어 대가리를 한 괴생물이 사람의 냄새를 맡아버렸다. 맨홀 뚜껑이 심상치 않은 곳임을 알았나 보다. 자신의 대가리를 계속 박으며 뚜껑을 열려고 한다. 로자 아줌마는 재빨리 민수를 끌어안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이미 깨어나 있다. 아줌마는 숨겨놨던 총을 꺼내 들었다. 입구 쪽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는 눈을 부릅뜬다.
그런데 그때, 꽤에엑-하는 괴생명체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누군가 맨홀 뚜껑을 연다. ‘여기 숨어들 계셨군.’ 상어 대가리를 어깨에 메고는 1등급 한우를 획득한 듯 비열한 웃음을 띠고 있는 사람이다. 군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다. 천상계 사람이다. 천상계 사람임을 확인한 아이들이 머리맡에 두었던 자신들의 무기들을 재빨리 꺼내 든다. 누군가는 포크를, 누군가는 무민 인형을, 누군가는 부적을, 누군가는.. 천상계 군인은 번쩍이는 은니를 보이며 씩 웃더니 맨홀 뚜껑을 완전히 열어젖히고는 우람하게 생긴 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발포한다.

쾅!

총이 아니라 바주카포 같다. 겁에 잔뜩 질린 아이들과 로자 아줌마. 그런데 그때 민수가 앞으로 튕기듯 나아간다.

“민수!!!” 로자 아줌마의 외침.

아랑곳하지 않는 민수,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 군인의 뒤쪽을 가리킨다. 황당한 군인 너털웃음을 짓는다. 곧이어 군인의 등 쪽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문득 이상함을 느낀 군인이 뒤를 돌아본다. 커다란 달에 마치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림자, 곧이어 모가지가 길고 눈이 무척 큰 생명체가, 아니 생명체 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자그마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민수는 손가락을 든 채로 서서히 앞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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