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에서 봐요.
다리 밑 말고 다리 위에서-
#
짝사랑해 본 적 있어요?
말도 못 꺼내본 거 있죠?
거절당하는 걸 상상해본 적 있어요.
아니 사실, 많아요. 그런 상상 매일 했죠.
그런 상상을 매일 할 수 있었다는 건,
맞아요. 그런 상상을 해도 별로 아프지가 않더라고요.
어차리 안 될 사랑이라 여겨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 건가? 싶기도 하고..
자꾸 보고 싶긴 한데.
자꾸.
#
제가 고백하면 그녀가 그럴 거 같아요.
"부담스러워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고.
그럼 전 쿨하게,
"그죠? 하핫"
하고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나지 못할 거예요.
아, 그래서 고백을 못하는 거였어요.
고백을 하면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그러긴 또 너무너무 싫은 거죠.
#
언젠가 혼자 단념해야 할 날이 올 텐데
생각해보면,
혼자 단념해도 그녀를 보지 못할 거 같네요.
단념하고 나면 너무 슬플 거 같은 거 있죠?
그녀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플 거예요.
공존한 적도 없는 관계였는 데, 전 떠나야만 하죠.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할 수 없을 때,
떠나야만 할 거예요.
이런 얘기하다 보니
더 그녀가 보고 싶네요.
보고 싶어-
#
한강에서 봐요.
다리 밑 말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지 않아요.
그냥 높은 곳에 서 있고 싶을 뿐이에요.
시원한 바람맞으며 그냥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