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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Sep 05. 2017

대화록


#

한강에서 봐요.

다리 밑 말고 다리 위에서-


#

짝사랑해 본 적 있어요?

말도 못 꺼내본 거 있죠?

거절당하는 걸 상상해본 적 있어요.

아니 사실, 많아요. 그런 상상 매일 했죠.

그런 상상을 매일 할 수 있었다는 건,

맞아요. 그런 상상을 해도 별로 아프지가 않더라고요.

어차리 안 될 사랑이라 여겨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 건가? 싶기도 하고..


자꾸 보고 싶긴 한데.

자꾸.


#

제가 고백하면 그녀가 그럴 거 같아요.

"부담스러워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고.

그럼 전 쿨하게,

"그죠? 하핫"

하고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나지 못할 거예요.


아, 그래서 고백을 못하는 거였어요.

고백을 하면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그러긴 또 너무너무 싫은 거죠.


#

언젠가 혼자 단념해야 할 날이 올 텐데

생각해보면,

혼자 단념해도 그녀를 보지 못할 거 같네요.

단념하고 나면 너무 슬플 거 같은 거 있죠?

그녀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플 거예요.

공존한 적도 없는 관계였는 데, 전 떠나야만 하죠.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할 수 없을 때,

떠나야만 할 거예요.


이런 얘기하다 보니

더 그녀가 보고 싶네요.


보고 싶어-


#

한강에서 봐요.

다리 밑 말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지 않아요.

그냥 높은 곳에 서 있고 싶을 뿐이에요.

시원한 바람맞으며 그냥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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