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술과 법

1_미술과 법의 지난 이야기

1_02. 예술 속 법,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by 김두만

1_02. 예술 속 법,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예술은 표현의 행위다. 하지만 인간의 표현이 언제나 완전히 새로울 수는 없다. 예술은 늘 어떤 방식으로든 과거의 무엇, 혹은 타인의 창작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 영향이 공감의 여지를 만들며, 예술로서 의미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때때로 '표절', '도용', '오마주', '패러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타인의 창작물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 앞에 놓이게 된다. 그 경계는 종종 모호하며, 의도와 맥락에 따라 법적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표절(plagiarism)*은 타인의 창작을 자신의 것처럼 무단 사용하는 것으로, 명백한 권리 침해다.
*도용(misappropriation)*은 그 표현을 넘어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오마주(hommage)*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특정 창작을 인용하거나 변주하는 표현이다.
*패러디(parody)*는 풍자와 비판의 목적을 담아 원작을 재구성하는 창작 행위로, 일정 조건에서 정당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표절’이란 이름으로 부분적 베끼기에 대한 미술계 논란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아래 그림은 당시 논란의 적품들이다.

image01.png 중앙미술대전에서의 수상작 ‘전철정류소(84년)’


image02.png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의 대상작, ‘또 다른 꿈(91년)'


이러한 논란에 대해 1991년 12월 12일 자 중앙일보 사설*은 당시 상황을 “순진한 표절”이라 지적하며, 반복되는 부분적 베끼기 현상을 “혼성모방–이미지 차용”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사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창작 윤리의 문제를 넘어, 미술계 공모전 중심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당시 장정일은 해당 논란에 대해 “표절이 아니라 혼성모방 기법”이라고 주장했으며, 김욱동 교수 또한 그 입장에 동의했다. 사설은 특히 일부 공모전 시스템이 표절을 조장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는데, “작가의 의도나 기존 작품의 흐름을 평가할 기회 없이, 이력서와 한두 점의 슬라이드만으로 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 방식은 이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장에서는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쟁점들이 예술과 법의 경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음을 짚어두고자 한다.


특히, 법적 시선으로 미술계를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예술적”이라는 추상적 용어는 대중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마치 “너희는 예술계의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는 오히려 예술을 특정한 권위의 영역으로 고립시킨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인간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오랬동안 미술과 법을 관찰해 온 결과 아직 위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을 갖지 못한 듯하다.

따라서 본 원고의 글들은 그 세부적인 판단을 불러일으켜 무언가를 판단하지 않고 이어가려 한다.

아니, 이 글은 우리 함께, ‘그 답을 찾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되묻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잠시..., "혼성모방–이미지 차용(Hybrid Imitation – Image Appropriation)"에 관해 이해해 보기로 하자 ...


혼성모방- 이미지 차용은 기존의 시각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창작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인 ‘창조’ 개념에서 벗어나, "재구성(reconstruction)"과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를 통해 창작의 새로운 층위를 열어 보인다.


이러한 방식은 종종 기존 작품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병치하고, 다양한 문화 코드나 시대적 배경을 뒤섞는 전략을 통해 기존 이미지에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다. 즉, 단순한 복제나 표절이 아닌, 의도적 인용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문화적 메시지를 생산하려는 시도다.


대표적으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마릴린 먼로 이미지,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광고풍 문구 이미지 등이 이러한 혼성모방적 이미지 차용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동시대 예술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비판, 풍자, 존경, 전유 등 다양한 의도를 담고 사용되며, ‘원작과 차용 사이’의 경계와 저작권적 쟁점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법적 쟁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본 원고의 목적이 이니기에 이는 본격적인 본론에 들어가면서 하나씩 이해 혹은 질문들을 해 보기로 하며 이외 대표적인 쟁점의 사례들을 간단하게만 짚어보기로 한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image03.png

1. 제프 쿤스(Jeff Koons) 표절 다수 소송

내용 : Koons의 조각 는 사진작가 Art Rogers의 작품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저작권 침해로 패소

의의 : 패러디나 오마주가 아닌, 상업적 이용과 형식적 동일성이 문제 됨


오바마_.jpg

2.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vs. AP 통신

쟁점 : 오바마 “Hope” 포스터가 AP 기자의 사진을 무단 이용한 것으로 저작권 침해 주장

결과 : 법정 외 합의, 변형의 정도와 예술적 목적이 논점이었음

의의 : 공정 이용(fair use)의 경계 문제 -> 해당 쟁점은 "2_06. 미술의 공정이용"에 다시 거론됩니다.



리처드 프린스_1.jpg

3.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Instagram 차용 논란

쟁점: 타인의 인스타그램 사진에 사소한 변형만 가해 대형 갤러리에서 판매

결과: 일부 작가로부터 저작권 소송. 법적 판단이 엇갈림

의의: 디지털 이미지의 2차 창작 범위와 작가의 ‘아이디어’ 보호 문제

이 외에도 프린스는 평소 “주제가 제일 중요하고, 도구는 그 다음(The subject comes first, the medium second)”임을 주창하며 낯익은 이미지들을 차용해오며 언제나 그랬듯 법적 쟁점 위에 서 있다. (관련기사 참조) **


Screenshot 2025-06-15 at 12.58.54 복사.jpg

4.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 스타일 차용

쟁점: Supreme 브랜드의 로고가 크루거의 작품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주장

법적 대응은 없었지만 크루거는 해당 브랜드를 공개 비판









앞서 언급했듯이, 이 글의 목적은 단순히 법적 판단이나 판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각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해석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예술이라는 행위가 법과 만났을 때, 그 만남의 본질은 무엇일까?
예술가의 창의적 영감과 표현은 법의 시선 아래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다름’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예술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그 자유조차도,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때로는 제한되고 규제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원작가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혹은 문화 소비자와 사회 전체의 균형과 안전을 위한 장치일까?


이 질문은 아직 완전히 해답을 얻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제 막 이 질문을 제대로 던지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장에서는 이 고민의 한 단면인 ‘표절’ 문제로 들어가 본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서,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 “‘혼성모방-이미지 차용’ 부분적 베끼기 늘어” 사설 중. (1991.12.12.일 자 중앙일보)

** "이제 함부로 패러디도 못하겠네!" 美유명작가 프린스 패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2/0002187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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