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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08. 2021

눈치의 심리학

좋은 관계를 만드는 심리학



적당한 눈치가 원만한 관계를 만든다



여러분은 눈치를 많이 보고 사는 편입니까? 직장에서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눈치를 살피고 에둘러 표현하거나 입을 닫는 편인가요?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눈치라는 심리적 기제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발달되었습니다. 그래서 ‘눈치 없다’ 보다는 ‘눈치 빠르다’라는 표현을 우리가 더 선호하는 것이죠.


적당한 눈치는 인간관계에서 필수입니다.


눈치가 있다는 것은 상황에 맞춰 자신의 감정이나 표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눈치가 있어 다른 사람의 감정 표현에 반응하고 상대의 요구를 비교적 정확히 읽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눈치 있는 사람들은 사회성이 뛰어나거나 성격이 좋다는 평을 듣기 쉽습니다. 반면에 눈치 없이 타인의 기대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면 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세상 살면서 눈치는 필요합니다.


문제는 항상 과유불급, 즉 지나치게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에 생깁니다. ‘눈치를 많이 본다’는 ‘눈치 빠르다’의 눈치처럼 센스가 있고 상황인식과 판단이 빠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할 때의 눈치는 주변의 기색을 살피느라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의미로 바뀝니다.


실제 직장에서 눈치를 지나치게 많이 보면서 주변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업무 효율성도 저하되고 심지어 창의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눈치는 없어도 안되고 너무 지나쳐서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적당히 눈치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눈치를 보는 사람인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눈치를 보는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확인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테스트가 있습니다. 단 1초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안히 고개를 들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해주세요. 이제 여러분의 이마에 평소 쓰는 손의 검지 손가락을 올리신 후, 알파벳 대문자 E자를 써보세요. E자를 어떻게 쓰셨나요?


이 때, 자신이 보기 좋게 E자를 쓰는 사람도 있고, 남이 보기 좋게 E자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E자를 타인이 읽기 쉽게 쓴 사람을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High Self-Monitoring 성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변의 시선에 민감하고 상황에 휩쓸리기 쉽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조직 내에서 자신의 행동이 조직 문화나 상사의 기대에 부합하는지에 관심이 높습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갈등 상황에서 양보하고 타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보는 방향에 맞게 E자를 쓴 사람은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Low Self-Monitoring의 성격입니다. 이 사람들은 주변의 기대보다 자신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행동합니다. 이 때문에 책임감도 높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향도 있어 조직에서는 팔로워들에 비해 리더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조직의 리더들처럼 권력이 생기면 사적 자기의식이 강해진다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한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미국 Columbia대학교 경영대학장인 Adam Galinsky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자신이 명령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명령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명령을 했던 고권력자 그룹의 33%는 자신이 보기 쉬운 방향으로 알파벳 E자를 쓴 반면, 저권력자 그룹은 12% 정도만이 자신이 편한 방향으로 E자를 썼습니다. 고권력자 그룹에서의 Low Self-Monitoring, 즉 사적 자기인식 비중은 저권력자 그룹에 비해 대략 3배 정도 높았습니다.


눈치를 보는 것은 타고난 성격적 요인도 있지만 권력을 떠올리기만 해도 남의 눈치를 덜 보게 된다는 통찰력을 보여준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High Self-Monitoring이나 Low Self-Monitoring은 타고난 성격적 요인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눈치를 많이 보는 상황이라는 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구직 면접이나 첫 번째 데이트를 하는 장면, 장례식장에서 예의를 표한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상황 등은 High Self-Monitoring이 높아지는 상황인 반면, 혼자만의 여행이나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TV를 보면서 집에 있을 때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적당히 눈치 있게 살아야 한다



눈치가 상황에 따라 특히 권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의 어두운 측면은 평소 눈치만 살피던 사람에게 작은 권력이라도 생기면 안하무인격으로 무자비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전은 자신에게 작은 권력을 느끼게 합니다.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 누군가 끼어들기를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흐름대로 운전하는 것을 방해받을 때 분노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가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한다면 작은 권력이 주는 힘에 심취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눈치만 보던 사람에게 작은 권력의 힘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분노를 표출한 후에 다시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자괴감이 들어 당장은 후회스럽지만 다음 번에 똑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자동화된 습관 때문입니다.


이처럼 눈치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눈치를 지나치게 봐도 눈치가 너무 없어도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적당한 눈치, 즉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자존감을 유지시켜 행복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장면과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적당히 눈치 있게 산다는 것은 ‘적당한 범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범위를 수용가능한 행동(acceptable behavior)라고 합니다.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 내에서의 행동은 눈치 있게 여겨져 타인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고 자존감과 행복감을 높이지만 범위 밖의 행동은 타인에게 거절당하거나 나쁜 평판을 얻고 심하면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눈치 본다

조직 내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의 행동은 자신의 성과만이 아니라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팀워크를 증진시킵니다.

그런데 수용가능한 행동의 범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범위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또 사람에 따라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리더는 팔로워들에 비해 수용가능한 행동의 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같은 행동이라도 윗사람이 하면 수용하지만 아랫사람이 하면 눈치 없는 행동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같은 행동이라도 부하직원이 하면 무례하게 느껴지지만 상급자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눈치 없는 인턴이나 신입사원은 실제로 이들이 눈치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그들의 수용가능한 범위 내의 행동이 매우 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재량권도 없고 성과도 떨어집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지나치게 눈치를 보거나 눈치 없는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이 범위를 넓히는 것이 적당히 눈치 있게 사는 것의 핵심입니다.




수용가능한 행동(acceptable behavior)의 범위를 넓히려면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를 넓히려면 먼저 주장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기 주장 연습에 관해서는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스킬 과정에서 단골로 배웠던 I-Message 기법(‘나’를 주어로 하여 상대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대화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대변하는 주장일 때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가 넓어집니다.


타인을 대변하는 것을 엄마 곰 효과(The Mama Bear effect)라고 하는데, 아기를 돌보는 엄마 곰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기 위해 I-Message를 활용하는 것보다 타인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행동을 취해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를 넓힌 후에 자신의 주장을 I-Message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는 선택권을 넓히는 연습입니다. 일 처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노골적으로 지적만 하고 다니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A방식과 B방식을 제시한 후, 어느 쪽이 좋을지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노련한 영업사원은 한 가지 제품만을 제안하지 않습니다. 여러 옵션을 두고 선택하게 합니다. 앞서 알파벳 E 테스트에서 소개한 Galinksy 교수는 자신의 또 다른 연구에서 넓은 선택권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특정 차를 소개할 때보다 “고객님이 이 차를 구매할 때 두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만 4천 달러에 5년 보증, 또는 2만 3천 달러에 3년 보증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고객들은 덜 방어적이었고 차량을 구매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선택권을 넓히려면 그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일 처리는 A방식과 B방식이 있다고 제안하기 보다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A나 B의 상황에서 각각 예측되는 결과를 함께 보여줄 때, 수용가능한 행동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겸손하게 낮춰 조언을 구하면 상대는 당신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당신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의 수용가능한 범위는 넓어집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누군가를 좋아합니다.


만약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를 넓히면서 역량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심리학적 접근이 그렇지만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를 넓히는 연습은 꾸준해야 합니다.


이번 시간엔 너무 많아도 너무 없어도 문제인 눈치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조직생활을 위해 현재 내가 눈치를 보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신경쓰기 보다는 자신의 수용가능한 행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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