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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10. 2021

불만을 없앤다고 만족하지는 않는다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일하는 마음의 작동법



‘뭐가 불만이야?’, 직장에서 우리가 종종 접하는 말입니다.


조직 내에 불만요인을 찾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구성원들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은 좀 더 적극적으로 조직문화 진단이나 리더십 진단을 활용해 불만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애씁니다.


그렇다면, 이런 불만 요인을 없앤다고 해서 직무 만족이나 조직 몰입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도 높아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만을 없앴다고 해서 만족감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 불만과 만족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은 불만과 만족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우리가 우리 마음의 작동법을 안다면, 불만을 다스려야 할 장면과 만족을 높여야 할 장면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만을 줄이고 만족을 높이는 조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불만과 만족에 관한 마음의 작동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불만은 비교에 기반하고, 만족은 독특함에서 나온다




우리는 흔히 불만족과 만족을 하나의 선 상에 있는 양극단의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만족할 일이 없으면 불만이 야기되고, 불만 요인을 없애면 만족으로 옮겨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마음은 불만과 만족을 다르게 처리하곤 합니다. 불만이 없어진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뭐가 불만이야, 그것만 해결해 주면 만족할거야?’라고 묻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장인 아버지가 매달 월급을 이만큼이나 벌어다주면 만족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항변한다면 이 역시 타당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의 불만이 없어진다고 해서 갑자기 만족감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데 방해 요인을 없앤다고 해서 공부에 몰입하지는 못합니다. 매달 가족을 위해 벌어오는 월급은 가족의 불만을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만족감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공부에 몰입하는데 더욱 필요한 것은 소음과 같은 방해 요인이 없는 환경보다 재미나 의미감과 같은 동기 요인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 마음은 불만과 만족을 분명 다른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여러분 앞에 노트북 A와 노트북 B가 있습니다. A와 B는 저장 용량, CPU, RAM, 가격처럼 서로 비교하기 쉬운 측면도 있고 사과 로고나 펜 기능과 같이 비교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컴퓨터 A는 컴퓨터 B를 비교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압도합니다. 하지만 컴퓨터 B에는 컴퓨터 A에는 없는 사과 로고, 펜 기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불만이나 후회 등 부정적 감정을 줄이고자 할 때, 비교 가능한 측면에 주목하는 반면, 만족을 높이고자 할 때는 비교 불가능한 영역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노트북을 구매할 때, 고장이 없어야 하고 비싸게 사면 안되고 주변으로부터 제대로 모르고 샀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고 등등의 부정적 감정은 저장용량, CPU 등 기본 사양에 우리를 주목하게 만듭니다.


반면, 도서관이나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멋진 모습, 혹은 일을 하면서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 등은 다른 노트북에는 없는 독특한 기능에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이처럼 우리가 불만을 떠올릴 때는 비교 가능한 영역들을 생각하게 되고, 만족을 느낄 때는 비교가능한 영역보다는 독특함에 주의 집중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불만은 비교에 기반하고 만족은 독특함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독특함은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만족을 높이기 위해 외적 비교보다는 내적 비교를, 독특함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하라




가족을 사랑하는 이유를 떠올려 보세요. ‘무슨 이유가 필요해. 그냥 가족이니까 사랑하는거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이 순간 당신은 비교라는 기제를 발동시키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 가족이 사랑스러운 점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가족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도 처음 탄생되는 장면은 좀 다릅니다. 이런 가상의 상황을 함께 생각해 보시죠. 제가 지금의 아내를 만난 첫 날입니다. 서울 시내 가장 근사한 호텔의 커피숍에 지금의 아내는 먼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 저는 머리를 감지 않아 정돈되지 않았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찢어진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첫 만남 상황에서 여자는 이 만남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그 자리에서 그만 헤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할까요? 여자 입장에선 이 따위 남자를 만나야 할 이유가 없죠.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좀 다릅니다. 저는 앞에서 묘사한 똑같은 모습으로 아내 옆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에 아내는 제게 헤어지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첫 만남에서는 분명히 헤어졌을텐데 오늘 아침은 왜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오늘 아침엔 비교라는 기제를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모습을 보고 만족하지도 않았을테지만 말이죠.


아이를 불만 속에 가두고 싶다면 아주 단순합니다. 비교만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옆집 아이, 같은 반 친구, 사촌 등과 학교 성적, 영어 레벨 등 비교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면 아이에 대한 불만은 금세 높아집니다.


하지만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비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재가 너무 불만스러울 때 비교를 보다 쉽게 작동시킵니다.


불만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하향비교가 자연스럽게 작동됩니다. 자신보다 한심해 보이는 인생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 것보다는 낫잖아’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불만을 줄인다고 해서 만족감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래가는 만족감은 독특함에서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이런 마음의 작동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조절이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독특함을 살피기보다는 비교하기 너무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먼 옛날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인간은 어느 한 가지 분야만 뛰어나도 쉽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넓어진 네트워크와 정보는 해당 분야에서 우리보다 탁월한 사람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게 만듭니다.


과거엔 동네에서 공을 제일 잘 차는 것으로 쉽게 만족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만 접속하면 엄청난 기량의 선수들을 아주 쉽게 접하게 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독특함을 발견하기는 매우 어려워진 반면, 비교는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지속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큰 이점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은 자긍심(Self-esteem)을 높여 모든 일에 자신감을 넘치게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지나친 자긍심은 스스로를 자만하게 만들고 타인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성적인 대담성과 폭력성을 나타내는 것과 관련이 높습니다.


실패 없이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접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긍심의 기반 자체가 타인과의 비교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내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서 실망과 만족을 끊임없이 겪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외적 비교가 아닌 내적 비교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건강한 자긍심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편, 비교를 멈추고 독특함에 주목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교를 멈추라'는 충고를 자주 접하지만 비교는 매우 자연스러운 심리적 기제이기 때문에 멈추라는 지시에 알아서 멈추지 않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분명 있을테지만, 멈추는 방법을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한들 실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교를 멈추기보다는 그대로 두고 다른 쪽에 주의를 옮기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다른 데 주목하는 것은 의지가 동반되는 일입니다. 만족도 행복도 의지와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비교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반면, 독특함을 찾는 것은 노력이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오래가는 만족감은 거저 얻어지지 않습니다. 대상을 자주 들여다보고 찾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나만의 여행 경험, 친구와 함께 지낸 우정 깊은 순간, 사랑스러운 나의 가족은 비교로 인해 찾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독특함으로 인한 만족감은 정체성의 기반이 된다




비교와 후회, 불만족을 줄이고자 할 때 우리는 비교에 주의가 집중되고, 만족, 행복을 높이고자 할 때는 독특함에 주목하게 된다는 것을 아셨다면 조직 내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지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동료나 부하직원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실패해 우울해하고 있다면 비교에 기반하여 불만을 줄이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 '비록 이번 프로젝트엔 실패했지만 너만의 독특한 일처리 방식을 보고 감동했다'는 표현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전 프로젝트를 동시에 놓고 비교하면서 어떤 점이 향상되었는지를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반면에 칭찬의 방법은 달라야 합니다. 지난 프로젝트나 동료의 다른 프로젝트와 비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비교의 칭찬은 불만을 줄일 수는 있지만 만족을 높이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칭찬을 통해 만족감을 높이고자 한다면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독특함을 발견하고 이 요인에 기반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인정이나 칭찬은 결코 쉬운 스킬이 아닙니다. 독특함을 발견하는 과정이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비교를 통해 얻은 결과는 지속성이 길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교를 기반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특함에 기반한다면, 그 결과는 오래갑니다.


우리가 앞서 제시했던 컴퓨터 A와 컴퓨터 B를 하루나 이틀이 지나서 다시 떠올린다면 사과로고나 펜 기능은 빠르고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PU나 RAM과 같은 비교 가능한 수치들은 느리게 떠오를 뿐 더러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각자의 독특함을 발견하고 집중한다면 스스로에 대해 만족감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오래가는 정체성 개발도 가능합니다.


조직 정체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조직의 독특한 강점이나 장점을 빠르게 떠올릴 수 있고 구성원 각자가 그 강점과 장점에 기여하는 바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바로 조직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독특한 강점을 발견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강점 진단 및 개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곤 합니다만, 효과는 기대만큼 높지 않습니다. 진단 자체가 비교 가능한 차이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또 우리 조직만의 독특함을 발견하고 싶다면 반드시 성찰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자신과 우리의 독특한 경험과 기억을 되짚어보며 말과 행동,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비교는 매우 쉽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고, 독특함을 찾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 번 형성되면 오래오래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나와 우리 구성원들의 독특함을 발견하고 그 독특함이 서로에게 또 우리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잠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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