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관련 기사를 함께 보겠습니다. 2020년 12월 5일 산업종합저널에 “코로나19 시대, 곁에 좋은 리더가 있나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요, 관련 내용을 일부 발췌해서 소개합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리더십’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의 확산 속에 조직 내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조직의 리더라면 응당 여러 가지 자질들을 갖춰야만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질로는 책임감(53.6%, 중복응답)이 꼽혔다. 신뢰도(49.4%)와 소통능력(48.5%), 실무능력(48.4%)의 중요성도 많이 강조했다. 하지만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직장인의 84.3%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말 믿고 의지할 만한 리더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응답했다. ‘현재 직장생활을 하면서 존경하거나 따르는 대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도 '없다'고 말하는 직장인이 더 많은 비중(없음 48.8%, 있음 38.7%)을 차지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들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리더의 자질로 책임감, 신뢰도, 소통능력, 실무능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임감은 신뢰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신뢰하지 못하는 리더를 책임감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사 결과를 해석하면, 코로나 시대에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신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리더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까요?
심리학자들은 신뢰감 형성을 위해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을 꼽습니다. 하나는 인간미(따뜻함:Warmth)이고 다른 하나는 유능함(역량:Competence)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직업들 가운데는 신뢰도가 높은 직업이 있고 그렇지 못한 직업도 있습니다. 미국의 성인들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에 대해 의사, 간호사라고 응답했고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직업에 대해서는 영업직을 꼽았습니다.
신뢰하는 직업의 특징은 전문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자기 희생과 같은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미국 내 직업 신뢰도에 관한 Fiske & Dupree(2007)의 연구를 그래프로 바꿔서 표현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한 인간미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 사람들은 이 두 가지의 조합에 따라 리더에 대한 정서를 형성합니다. 이를 고정관념 내용 모델(Stereotype Content Model)이라고 합니다.
신뢰감은 유능함과 인간미의 조합이다
고정관념 내용모델은 리더가 신뢰를 형성할 때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려줍니다.
먼저 모델에 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X축인 유능함은 리더의 업무수행 장면에서 드러나는 지적 특성을 의미합니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해 나가는 특성입니다. 그리고 Y축인 인간미는 자기 희생을 보이며 온정감과 좋은 성품으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인간미는 타인과의 교류장면에서 나타나는 리더의 사회적 특성입니다.
우리는 유능함에 인간미를 겸비한 리더를 존경하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한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이러한 리더의 성공을 돕고 함께 성장하려 합니다. 한마디로 세상 모든 리더들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유능하지도 않은데 인간미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대개 우리는 경멸감을 느낍니다. 경멸감을 주는 리더가 있다면 리더가 가진 권한 때문에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구성원들은 리더를 떠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한 번 떠나게 되면 두 번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경멸감이라는 정서는 가장 회피하고 싶은 대상에게서 경험하며 경멸감이 한 번 느껴지면 그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해 경멸감으로 인식된 리더는 이미지 쇄신의 기회를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능하지만 인간미가 없는 리더에게는 부러움이나 질투심을 느낍니다. 리더가 가진 능력으로 인해 구성원들도 도움을 받기 때문에 리더 곁에 머물러 있으나 리더의 성공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이 영역의 리더가 보이는 인간미가 크게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라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능력이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역의 리더에게 인간미나 인성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질투심으로 변질됩니다. 이때, 구성원들은 리더의 성공을 위해 자신들이 이용당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더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면 구성원들은 리더를 그 위치에서 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거나 험담을 퍼트리는 등의 부정적 행위를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미는 넘치지만 능력이 없는 리더에 대해 우리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사람은 참 좋은데…’ 이 영역의 리더는 구성원의 심리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합니다.
신뢰 형성은 인간미에서 시작된다
리더의 유능함과 인간미가 구성원들에게 인식되어야 구성원들은 리더를 신뢰합니다. 그런데 둘 중 어떤 측면이 보다 중요할까요?
해답을 얻기 위해서 유능함과 인간미의 서로 다른 심리학적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유능함은 영역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영역 특정적(domain-specific)인 특성인 반면, 인간미는 특정 영역과 관련없이 일관된 인식을 보이는 영역 일반적(domain-general) 특성입니다.
유능함은 영역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에 어떤 직무를 수행할 때는 유능함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나 다른 직무에서는 유능함을 인정받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인간미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장면에서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 번 인식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보인 다른 장면에서 선행은 위선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다시 말해, 유능함에 관한 인식은 이후 얼마든지 다시 보완할 수 있지만 인간미는 다시 보완되기 어렵다는 측면에 유념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신뢰 형성에 있어 인간미가 낮게 인식되는 태도나 행동을 유능함이 낮게 인식되는것보다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인간미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미는 1대 多의 관계가 아닌 1대1의 관계에서 느껴집니다.
우리는 흔히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존경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타인을 똑같이 대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그 리더가 나에게만 특별한 무언가를 보였기 때문입니까?
존경감을 받는 리더는 따뜻함을 보일 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비록 이끄는 대상은 전체지만 따뜻함은 개별적으로 공유되어야 합니다. 개별적인 배려를 보이지 않는 리더는 존경받기 어렵습니다.
따뜻함이 없는 상태에서의 업무지시를 받은 구성원은 리더의 진심을 늘 왜곡하기 마련입니다. 리더가 구성원의 성장을 고려하여 업무를 할당하더라도 구성원은 믿지 않습니다. 채소를 파는 사람이 채소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채소를 사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는 옳지만 채소 장사의 이익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시지가 옳아도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에 대해 색안경을 낄 수밖에 없습니다. 개별적인 배려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기대에 대해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리더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스킬 수준의 값싼 신호로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사실 리더의 신뢰감은 비단 코로나 시대에만 독특하게 요구되는 자질이 아닙니다. 어느 시기에 설문을 해도 신뢰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힙니다. 신뢰 형성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 구성원 각자가 품은 조직 생활에 관한 기대를 분명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개별적 배려가 쉽지 않다고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시기에 리더의 시도는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