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BC 뉴스데스크
칭찬은 공개적으로, 질책은 비공개적으로 단둘이 있을 때 하라.
이 문장은 유독 오래 살아남은 리더십 격언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조언이 사람들의 직관을 정확히 건드리기 때문이다.
첫째, 질책은 사회적 평가 위협(social-evaluative threat)이다.
공개적 질책은 개인을 타인의 시선 한가운데에 세운다. 사회심리학 연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듯, 이런 상황은 사회적 평가 위협(social-evaluative threat)을 급격히 높이고, 방어적 반응과 위축, 관계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위가 낮거나 심리적 안전감이 취약한 구성원에게 공개 질책은 학습 신호가 아니라 생존 위협으로 해석되기 쉽다.
둘째, 칭찬은 사회적 강화(social reinforcement)다.
공개적 칭찬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강력한 사회적 신호로 작동한다. 조직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집단 전체에 명확히 알리고, 규범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 지점까지만 보면, ‘칭찬은 공개, 질책은 비공개’라는 원칙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격언의 치명적인 한계는 사람, 과제, 맥락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우선, 모든 칭찬이 공개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개인 기여가 명확하지 않은 협업 과제, 경쟁이 강한 팀의 구성원에게 공개 칭찬은 오히려 질투와 사회적 비교를 자극한다. '왜 저 사람만?'이라는 공정성 갈등이 생기고, 실제로 팀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에서도 공개적 개인 칭찬(individual-focused public praise)이 협업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때의 대안은 명확하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전략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개인 기여는 개별 피드백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질책에 있다.
모든 질책이 비공개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명확한 규칙 위반,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친 행동, 반복되는 역할 이탈은 공개적 피드백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늘 사적으로만 처리하면 기준은 흐려지고, '말만 안 하면 괜찮다'는 신호가 조직에 퍼지며, 책임 회피 문화가 자리 잡는다. 핵심은 공개 여부가 아니라 질책의 내용이다. 행동 기준, 역할, 프로세스, 원칙은 공개적으로 다뤄야 하지만, 의도 추정이나 성격 평가, 감정적 판단은 반드시 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결국 진짜 핵심 변수는 ‘공개 vs 비공개’가 아니다.
성과와 관계를 가르는 것은 평가의 초점이 사람인가 행동인가, 기준이 개인 감정인가 사전 합의된 규범인가, 관계 자산과 팀의 성숙도는 충분한가라는 조건들이다. 공개와 비공개는 기술에 불과하고, 본질은 기준, 신뢰, 맥락이다.
사람들은 공개 질책을 곧바로 모욕이나 공포 정치와 연결한다. 그러나 연구가 말하는 공개 질책의 핵심 기능은 다르다. 공개 질책의 본질은 사람을 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기준을 명확화하는 행위다.
Cialdini, Reno, & Kallgren(1990)의 규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동을 가장 강하게 바꾸는 것은 보상이나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가’가 공개적으로 선언되는 순간이다. 비공개 질책은 문제를 개인 간 사건으로 축소하지만, 공개 질책은 문제를 집단의 학습 사건으로 전환한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는 장관과 고위 관료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질책은 언제나 '누가 틀렸는가'가 아니라, 싱가포르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Tetlock(1985)의 책임성(accountability) 연구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사후적, 비공개 질책은 변명과 자기합리화를 강화하지만, 사전적으로 공개된 기준 아래에서의 질책은 책임 의식을 높인다.
컬럼비아 사고 이후 NASA가 선택한 방식도 이와 같았다. NASA는 개인의 실수보다 의사결정 구조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반대 의견이 묵살된 과정, 리더의 판단 오류, 안전보다 일정이 우선된 기준을 드러낸 이 공개 질책은 처벌이 아니라 신뢰 회복 장치로 작동했고, 이후 이견 제기와 위험 보고는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심리적 안전감은 흔히 '뭘 해도 혼나지 않는 분위기'로 오해된다. 그러나 Edmondson(2018)은 정반대로 말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기준이 없을 때가 아니라, 기준이 명확할 때 형성된다.
도요타의 안돈(Andon) 시스템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안돈 코드가 당겨지는 순간, 오류는 즉시 전 공정에 공개되고 판단 실패는 숨길 수 없으며, 문제의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프로세스로 귀결된다. 이는 감정 없는 공개 질책 구조이며, Edmondson이 말한 학습 조직의 전형이다. 그 결과 '숨기는 게 손해'라는 강력한 규범이 자리 잡았다.
공개 질책이 일관된 기준 아래에서 이루어질 때, 구성원들은 경계를 학습하고 불필요한 눈치 싸움을 줄이며 명확한 행동 기준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불안의 총량을 낮추는 효과를 만든다.
모든 질책을 비공개로 처리하는 조직에서는 기준이 말이 아니라 눈치와 분위기로 전달된다. 문제 행동은 반복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Morrison & Milliken(2000)이 말한 조직 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은 대개 이런 조건에서 발생한다. 이 침묵은 충성의 결과가 아니라, 합리적 자기보호 전략이다.
이 논리를 대통령 조직에 적용하면 핵심은 분명해진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개인 피드백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규범 선언(normative declaration)이다. 특정 인물을 조롱하지 않고, 판단 기준과 역할 기대를 명확히 하며, 동일한 기준이 반복적으로 적용될 때 공개 질책은 위축이 아니라 행동의 재정렬을 만든다. 이는 공포 정치가 아니라, 책임 정치의 기반이다.
“칭찬은 공개, 질책은 비공개”는 정서 관리에는 편하지만, 조직 설계에는 위험한 문장이다. 심리학 연구가 지지하는 더 정확한 원칙은 이것이다.
성과와 규범을 다루는 피드백은 공개적으로, 자존과 정체성을 다루는 피드백은 사적으로.
공개 질책을 감정 배출로 사용하는 리더십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규범을 명확히 하는 장치로서의 공개 질책은, 오히려 조직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