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효과는 일관적이지 않다. 조직, 담당 업무, 부하 직원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 리더십 이론이 완벽하지 못해서인가?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환경과 같은 맥락 요인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관적이지 않은 리더십의 효과를 이해하려면 맥락 요인에 관한 파악과 이해가 필요하다.
대개 칭찬과 같은 긍정적 피드백은 상호 간 긍정 정서를 유발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칭찬에 익숙치 않은 리더라면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십 교육 중 단골 메뉴는 긍정적 피드백이다.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사소한 것을, 우연히,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당사자가 아니라 제삼자에게 등등... 실습도 필요하다. 둘씩 짝을 지어, 서로의 장점을 찾아 칭찬을 주고받는다. 긍정 정서와 동기가 유발되는 경험을 한다. 이 경험을 학습한 리더는 업무 현장에서 배운 바를 활용한다. 부하 직원에게 일을 지시하기 전에 칭찬을 한다. 그런데 부하 직원의 반응은 기대한 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맥락이 바뀐 탓이다. 교육장은 모든 것이 통제된 환경이다. 교육장에서는 칭찬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똑같은 칭찬을 교육장이 아닌 서울역 앞에서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서울역 앞에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선 안된다. 경계심이 발동해야 돈과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
부하 직원에게 칭찬하는 상황은 리더가 가진 신뢰, 업무 환경이라는 맥락 요인이 작동되는 환경이다. 나에게 칭찬하는 리더에게 긍정 정서를 경험하기 보다는 ‘얼마나 더 부려 먹으려고 칭찬을 할까’라는 경계심이 발동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 관한 구체적 이해 없이 칭찬으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은 넌센스다.
그래서 단순한 리더십 스킬 학습은 리더십의 효과성을 높이기 어렵다. 공감적 경청 스킬만으로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말을 반복하는’ 공감적 경청 스킬로는 공감을 경험하기 쉽지 않다. 부하 직원 입장에서 잠깐 생각해 보자.
'회사의 상사들은 교육만 다녀오면 안 하던 행동을 한다. 조용히 회의실로 불러 수첩을 들고 메모를 하면서 안 하던 질문을 던진다.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띤 채,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한다. 아마 교육부서에서 과제를 준 듯하다. 대충 반응해주고 말자고 마음먹는다. 어차피 이러다 말 것임이 뻔하기 때문에.'
단순한 리더십 스킬 학습은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다. 그래서 단편적인 리더십 행동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리더십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떠한 맥락 변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학습이 필요하다. 상황이라는 맥락의 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강력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이력서를 조작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답을 한다면, 아마 조작 행위가 나쁘거나 나쁘지 않은 이유를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들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은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사회발달심리학과 시몬 슈날(Simone Schnall)은 사람들을 끈적거리고 더럽고 혐오감을 주는 식탁에 앉게 하면 깨끗한 식탁이나 청결한 방에 있을 때보다 조작 행위가 나쁘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깔끔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이력서 조작 행위를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정서는 의사결정 장면에 쉽게 전이된다. 와인 가게에서 프랑스 와인을 팔고 싶다면 샹송을 배경 음악으로 틀어 놓으면 된다. 독일 가곡을 틀어 놓으면 독일 와인의 판매량이 증가한다. 매년 전사(全社)적으로 조사하는 조직 만족도 점수를 높이고 싶은가? 인센티브 지급 결정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공지한 후 설문을 시행하면 된다.
리더십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리더십 행동의 효과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상황이나 환경 중 어떤 요인이 결정적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 요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시행착오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