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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Apr 13. 2022

침팬지는 서로 가르치지 못한다

세계적 학술지에서 찾은 직장생활 꿀팁

어떤 리더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까?


1. 목표 지향적, 지시적, 결과 지향적, 강압적인 리더

2. 과정 지향적, 민주적, 우호적, 배려형 리더


당신이 선택한 정답은 무엇인가?


나는 ‘그때그때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많은 리더십 이론과 가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리더십 이론과 가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십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강압적이기도 하고 민주적이기도 한 리더가 성과를 잘 낸다는 모순된 결론을 얻게 된다. 각각의 리더십 모형은 상호모순적이라는 주장을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된다. 세계적인 인지심리학자인 미국텍사스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Texas-Austin) 심리학과의 아트 마크먼(Art Markman) 교수는 인간의 똑똑함의 90퍼센트는 자신이 제어할 수 있으며, 그 핵심은 인과 지식을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과 구조를 알지 못하면 기존과 다른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서로 가르치거나 배우지 못하며 현재 방식을 향상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면 리더십 효과의 인과 구조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과 구조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더 복잡한 문제나 새로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더십에 관한 제대로 된 인과 지식은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


먼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내가 강의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져간 노트북을 빔 프로젝터와 연결하는 일이다. 스크린에 노트북 화면이 제대로 투영되길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처음엔 연결 케이블과 노트북의 접촉면을 살펴본다. 이상이 없다. 변환 젠더를 바꿔 본다. 여전히 반응은 없다. 강의장에 미리 준비된 다른 노트북에 연결해 본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프로젝터와 케이블의 연결 상태를 확인한다. 화면이 출력되지 않으면 이제 원인은 하나로 압축된다. 케이블이다. 케이블을 교체하면 화면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을 활용한 추론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기대하는 대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과정 중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따져 본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질문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답을 찾는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에 관한 지식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추론 과정 없이 리더십 학습은 요원하다.


심리학자 대니얼 포비넬리(Daniel Povinelli)는 인간과 유인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인간은 인과 추론에 능하지만 유인원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침팬지는 도구 사용법을 배울 수 있지만, 도구의 작동 원리는 학습하지 못한다. 침팬지는 사물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지 못한 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다양한 방법을 무작위로 시도한다. 그렇게 해서 알맞은 행동을 찾으면 미래에도 같은 행동을 지속한다. 특정 행동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배우지만 왜 그런지는 깨닫지 못한다.


‘왜’에 관한 답을 알지 못하면 기존 행동의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효과적인 리더십은 반드시 인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항상 떠올려야 한다. '왜'라는 질문의 답을 얻었다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과지식은 설명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서로 가르치지 못한다. 만일 침팬지 한 마리가 우연히 야자열매를 뾰족한 돌로 깨면 쉽게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침팬지들도 이 행동을 모방해 학습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향상된 방식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명할 수 있는 기제가 침팬지에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팬지는 인과지식이 없다. 우연히 발견한 해법과 모방만이 있을 뿐이다.


더 많은 인과적 지식은 현재 방식을 더 향상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인간은 도구의 작동 원리에 관한 인과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뾰족한 돌 외에 다른 도구들을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더 많은 인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이해는 지식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제대로 된 리더십 인과 구조를 학습하는 가장 효과적 방식은 설명이다.


리더십 행동의 효과성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그 상황을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상황에도 여러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는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왜’라는 질문을 다시 할 수 있고 지식을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잘 쓰던 스마트폰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을 때 비전문가는 현상만 얘기할 수 있지만 전문가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지식을 기반으로 현상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 나간다. 현상은 하나지만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고, 각 방법마다 인과 지식이 여러 개 모여 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한 가지 사안에 여러 설명을 시도하면서 제대로 된 인과적 이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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