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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Mar 26. 2024

촌철살인, 순간의 통쾌함이 보이지않는 적을 만든다

사자성어로 돌아본 직장 20년, 앞으로 20년

촌철살인 (寸鐵殺人)
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동하게 하거나 남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촌철살인. 한 치의 쇠붙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듯, 한마디 말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거나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핵심을 정확히 꿰뚫어야 할 수 있는 촌철살인은 일꾼에게 어떤 의미일까? 일꾼의 비기일까? 일꾼의 독약일까?


  촌철살인.  열정 일꾼 시절 촌철살인을 즐겼다. 상대가 의도를 숨기고 핑계를 되면 감추어진 내막을 걷어내고 핵심을 찔렀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팀을 대변하여 반발하였다. 우리 팀 동료는 통쾌해했고, 상대 팀은 당황했다. 상대방의 속내를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선배들에게 서운했고, 내용 파악을 못하고 상대에게 휘둘리는 동료, 후배들이 답답했다. 나의 촌철살인 발언이 동료들에게 회자가 되면 우쭐하고는 했다.

 '역시 촌철살인. 심 일꾼.'


  숙련 일꾼이 되어서도 촌철살인은 계속되었다.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에 연차까지 더해져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 촌철살인은 인지도를 더 상승시켜 임원의 앞잡이가 되어 거침없이 일했다. 업무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우군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만하였다. 그때는 몰랐다. 한마디 말에 상처를 받아 원한을 품은 동료들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촌철살인
자업자득으로!


  상대를 찔렀던 한 치의 쇠붙이들이 시간이 흘러 큰 쇠덩이로 뭉쳐져 돌아왔다. 촌철살인. 한 마디의 말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도 있으나, 상대를 공략하거나 자신을 뽐내는데 더 많이 사용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도움은 되돌아오지 않을 수 있지만 상대에게 준 상처는 언제가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쌓이고 쌓여 돌아온다. 그제야 깨닫는다. 그 당시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던 선배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알면서도 촌철살인을 하지 않았던 선배는 일꾼으로 살아남았다. 몰라서 가만히 있던 후배들은 조용히 앞서나간다.


  촌철살인. 그 순간 빛나보이게 할 수 있으나, 요란한 빛은 순간 사그라지며 어둠이 드리워진다.

  묵묵부답. 그 순간 답답하고 무지해  보이나, 은은하게 오래도록 빛을 밝힌다.   


촌철살인. 잠깐의 승리감
묵묵부담. 장수하는 지혜



[촌철살인_직장인 해설]

 한 마디에 상대가 당황하는가?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하는가?
 한 마디로 동료가 통쾌해하는가?


 촌철살인은 일꾼에게 유용한 능력이다.

한 마디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회의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다

불합리한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꾼은 촌철살인을 피해야 한다. 핵심을 찌르는 한 마디로 순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정받을 수 있지만, 공략당한 상대는 부끄러움과 패배감에 원한을 쌓는다. 한 치의 쇠붙이(촌철)가 쌓이고 쌓인다. 그리고 크나큰 철근이 되어 돌아온다.


 현명한 일꾼에게 촌철살인은 비기이다. 위급한 상황에만 사용하는 숨겨둔 비밀 무기인 것이다. 그 외 상황에서는 묵묵부답이 일꾼의 생명력을 지속해 준다.

 

 촌철살인 한 마디 하고 싶다

 묵묵부답을 떠 올린다

 굳게 입을 닫는다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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