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일꾼 !
출근을 하다
시험에 들다
출근을 한다. 일을 한다. 시험이 시작된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할 인내심, 상사의 애매모호한 업무 전달을 해석할 이해력, 성과를 가로채는 얌체 일꾼을 받아들일 포용력, 빈정대는 참견을 넘어가는 관용. 시험은 계속된다.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5시.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상무님이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 30분 동안 열변을 토한 후 업무 지시를 내린다. 6월 첫째 주 월요일 아침 9시 정기주간회의.
"얘기한 보고서 어떻게 됐어?" 상무님이 물어본다.
"아... 지금 작성 중입니다"
"뭐? 작성 중이라고? 내가 지난주에 얘기했잖아? 아니 지금 6월 달이지. 내가 지난 달에 얘기했는데,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이라고?"
"... ...."
다들 어안이 벙벙하다. 근무일 기준으로 주어진 시간 0 일. 주말에 일을 한다고 해도 주어진 시간은 단 2일 뿐이었는데.... 주가 바뀌고, 월이 바뀌어 한 달전 업무 지시로 둔갑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5월에서 6월로 바뀌긴 했지.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인내심, 이해력, 관용이 필요하다. 여기서 참지 못하고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지시한건데요 라고 누군가 답변을 한다면 이번 시험은 낙방이다.
출근 길. 오늘도 시험장에 들어서는 마음으로 오른다. 오늘도 과락없이 무사히 시험에 통과하길. 마음속으로 읊조려본다. '일꾼을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옵소서'. 출근 길, 출근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