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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Aug 27. 2024

돌풍 명대사에서 일꾼을 엿보다 ; 공수처장 이중권

넷플릭스 돌풍 직장인 해설 시리즈

  권력에 복종하는 공수처장 이중권의 명대사.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그에게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권력의 나침판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과녁은 위에서 정합니다.
전 방아쇠만 당길 뿐.
검사는 잡고 싶은 놈을 잡는게 아니야.
잡을 수 있는 놈을 잡는거지

  

  열정 일꾼 시절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아 동기들과 저녁을 자주 먹었다. 새로운 팀장과 임원을 맞이했던 날 술잔을 기울이며 동기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나쁜 놈이 팀장, 임원이 되는걸까? 팀장, 임원이 되면 사람이 나빠지는 걸까?"

  "뭐야? 팀장, 임원은 다 나쁜 사람이라는 거네"

  "그런 거라면 나는 팀장 안 할래"

  "나는 좋은 팀장, 임원이 될 거야. 나는 바꿔 보고 싶어"


  시간이 흘러 숙련 일꾼, 팀장 일꾼, 해외 일꾼, 장수 일꾼으로 지내며 수십 명의 팀장, 임원과 함께 했다.

  "그래서? 임원은 나쁜 놈인 거야?"

   라고 다시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시킨 일을 된다 안된다는 판단없이 무조건 하는 사람이 임원이 되더라. 안 되는 일도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일꾼이 임원이 되더라. 임원이 되기까지 나쁜 일도 시키면 무조건 하니 나쁜 일꾼이 맞기도 해'

  

간혹 운이 좋은 건지, 능력이 좋은 건지 나쁜 일을 피해 좋은 일꾼으로 임원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임원은 회사에 입장에 서서 다른 일꾼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음을 일꾼으로 살아오며 체득했다.


일꾼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아니야.
할 수 있는 일, 시킨 일을 하는거지


  권력에 복종하는 공수처장 이중권의 명대사는 일꾼에게 뼈 때리는 듯한,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현실 조언으로 다가온다. 일꾼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키는 일,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일꾼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싶다면 독립을 해야겠지.




  여러 임원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어떻게 임원이 되었을까? 특별한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임원이 된 일꾼이 많다. 그들의 지난 회사생활을 더듬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위에서 시킨 부당한 일, 불가능한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팀원들이 반대를 하고 불편 불만을 토로하든 일단 그 일을 했다. 물론 용두사미가 되어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시킨 일을 묵묵히 했던 그들이 진정한 승자가 되었다. 불합리함을 호소하던 숙련 일꾼, 안 될 거 같다고 투덜대던 꼰대 일꾼, 발 담그지 않으려 숨어있던 얌체 일꾼, 남의 일인 듯 모른 척했던 장수 일꾼은 임원의 자리와 멀어졌다.


임원을 꿈꾼다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위에서 시킨 일을 무조건 따르고 될 때까지 하라.

장수 일꾼을 꿈꾼다면 위에서 시킨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라. 그리고 열심히 하는 척 하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싶다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면 독립하라.


  일꾼은 매일 세 가지 일로 고민한다. 하고 싶은 일, 해야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매일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 없다. 위에서 시킨 일을 제일 먼저 하면 된다. 시킨 일을 마친 후, 새로운 꿈을 꾸는 일꾼은 하고 싶은 일을, 자리를 지키려는 장수 일꾼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위에서 정한 과녁만 잘 쳐다만 보아도 일꾼은 살아남을 수 있다. 과녁을 바꾸려 하지 마라. 우선 과녁을 따르라. 그리고 자신만의 과녁을 만들어라. 눈은 회사가 정한 과녁을, 가슴은 내가 만든 과녁을 향한다. 가슴속 바람이 쌓여 새로운 돌풍이 되길. 새로운 돌풍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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