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데로 질주하는 시기가 있듯, 어두운 터널에 갇힌 듯한 때를 맞이하기도 한다. 곧게 펼쳐진 고속도로를 를 달리던 이에게는 어둠 가득한 좁은 터널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터널을 마주한 그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니, 터널 속 나에게 말한다.
터널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거 같은데 갑자기 내 앞에 터널이 나온다면? 터널로 이어진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하며 다시 뒤돌아 갈 것인가? 어두운 터널을 겸허히 받아드려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인가? 그건 당신의 선택이다.
인류는 왜 힘들게 터널을 만들었을까? 터널이 없다면 목적지에 가기 위해 높은 산을 오르거나, 멀리 돌아가야 한다. 더 쉽고 빠르게 목적지로 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 당장의 어둠을 피해 터널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먼 길을 돌아 돌아가야 한다. 어둠의 공포가 당신을 감싸더라도 칠흑 같은 어둠의 터널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기를 응원한다. 아니, 나에게 주문을 건다.
터넌 안에서 주저하거나 원망하고 있다면
어둠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슴속 타오르는 분노와 원망이 나를 괴롭혔다. 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어둠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내 몸을 감싸곤 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 걱정, 두려움으로 몸부리 치고 있었던 듯하다.
만약 당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이 어둠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뿐이다.
※ 블랙독 1화. 터널 앞에 서있는 서현진의 독백
갑작스럽게 어둠을 맞이한다면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원치 않는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면 먼저 조용히 어둠에 적응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먼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터널을 탓한 들, 잘못된 길을 탓한 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터널 안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현실을 받아들이자. 마음을 비우고, 비워, 반대편 터널 입구를 향해 한 발자국씩 걸어가자.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자.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짙은 터널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터널 앞에 서 있었던 건 아닌지 되새겨 본다. 터널을 원망했던 거 같다. 내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여겼다. 아니다.
터널은 내게 주어진 지름길이다
내 앞의 어두운 터널을 장애물이 아닌 지름길이라 생각하자, 동굴 탐험을 떠나는 원정대의 마음으로 오늘 하루가 설렌다. 내 앞의 터널을 반갑게 맞아하는 가을이다. 터널과 오늘부터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