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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미학, 보통의 실망

인사평가에 대하여

by 심 취하다
올해 인사평가는 어떠세요?


직장인 일꾼에게 연말은 한 해의 결실을 확인하는 시기이다. 이름하여 '인사평가' 시즌 개봉박두.


과거에는 호봉제를 적용하는 조직이 많아 급여와의 연동이 미비하여 인사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현재는 대부분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 일꾼에게 인사평가 결과는 성과 인정이나 진급 점수만이 아닌 연봉과 성과급의 큰 차이로 인해 평가 등급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인사평가에 대한 오늘의 키워드는 '보통'이다. 일반적으로 5 Level로 구분한다. 표현하는 용어는 조직마다 다르지만, 5 Level 중 딱 중간. 굳이 해석하자면 '너는 너의 할 일을 했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너의 일을 한 거 같다.'이다.


보통의 미학

평가자에게 '보통'은 평안하다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팀원으로부터의 원망을 피하고 싶다. 목표 계획 수립 단계부터 중간 점검까지 인사평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연말 평가 시 기준이 흔들린다. 팀원 개개인을 보았을 때 모두가 열심히 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주어진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한 것으로도 기억된다.

"기억이 가물가물, 그래! 보통이다."

평가자는 인상 깊었거나, 큰 잘못이 없었다면 무난히 '보통'으로 입력한다. '보통'은 평가자에게 평안함을 준다. 살짝 부족한 일꾼에게 '보통'을 주어 인자함을 베푼 듯한다. 남보다 일부 높은 성과를 낸 일꾼에게도 '보통'을 준다. 상사와 조직의 지원이 있었기에 성과가 난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만 이뤄낸 성과가 아니므로 그 성과를 나눠가진다. 성과를 고르게 나눈 거 같아 덕을 쌓은 듯하다.


보통의 실망

팀원에게 '보통'은 의욕 저하이다


팀원에게 보통은 실망'이다. 지난해 인사평가 시 보통을 받았다. 평가자는 평범함을 이야기했다. 주어진 일을 한 것이니 보통이라고. 올해는 더 나은 성과를 받고자 팀의 궂은일도 자진해서 수행하였다. 신규 사업 TFT도 5개월간 참여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동일하게 '보통'이다. 이제 더 이상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충실히 살겠다'라고 다짐한다. 주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살짝 부족하게 일하겠다고. 결과는 동일하게 '보통'이니.


평가자는 고가 차등에 따른 불만을 피하고자 보통을 남발한다. 성과와 상관없이 진급 대상자 일부에게는 '우수' '매우 우수'를 부여한다. 일꾼들은 이제 인사평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더 나은 성과를 낸다고 한 들, 노력이 부족하다고 한 들 동일하게 보통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일꾼들은 '보통의 실망'에서 '보통의 안주'를 한다.

일꾼은 동일 업무에 동일 대우를 원하듯, 다른 성과에 '보통'의 평가가 아닌 그에 맞는 평가를 원한다.


잡코리아의 설문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인사평가 후 이직을 한다고 한다.

직장인 10명 중 7명, 인사평가 후 ‘이직 결심’ , 잡코리아 2023-02-28 11:10


평가자가 생각하는 '보통의 미학'은 잘못된 생각임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공평하게 대부분을 보통으로 평가하는데 다수가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성과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일꾼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상의 성과를 낸 자가 '보통'의 평가를 받고서 본인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회사를 찾아 떠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의미가 있다.


보통의 미학으로 보통의 실망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꾼에게 인사평가는 한 해의 결실이다. 이 결실을 토대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할 힘을 얻는다. '보통의 미학'으로 일꾼이 실망하는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 '보통의 미학'은 성과의 상향평준화가 아닌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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