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샹그릴라 탄중아루.
코타키나발루 같은 동남아 휴양지에 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마사지이다. 한국에서는 가격 부담 때문에 쉽사리 받지 못했던 마사지를 이곳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프리미엄 마사지는 존재하는 법. 마사지 한 번에 300링깃 즉 한화 9만 원에 달하는 고가를 지불하고 5성급 리조트에서 최고급 마사지를 받아보았다.
낭만스러운 샹그릴라 탄중아루에서 호캉스를 즐기다가 부대시설로 마사지 샵이 있는 걸 보았다. 나는 아직 코타키나발루에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시내 마사지를 찾아 나서기엔 선뜻 부담과 생소함이 있었는데, 호텔에 마사지 샵이 딸려있다니 나로선 아주 편리한 위치였다.
하지만 가격을 찾아보니 도저히 마음이 편할 수는 없는 비용이었다.
이곳의 베스트 메뉴인 '말레이시아 정통 시그니쳐 마사지 90분'이 340링깃이라니...
거기다 마사지해주시는 분의 노고에 따른 팁까지 줘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350링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화로 거의 1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 내 환전해온 여행경비의 3분의 1에 달하는 압도적인 금액이었다.
말레이시아 치고 너무도 비싼 가격에 선뜻 망설여졌던것 같다. 8만원정도가 5성급 호텔 하루를 묵을수 있는 돈인데...
그래도 5성급 리조트의 프리미엄 마사지를 한화 10만 원에 받을 수 있다면,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싶어 마음속으로 계속 갈등했던 것 같다. 우선 큰 일정은 모두 끝났고, 그렇게 큰돈을 쓸 일이 남아있을까? 이번 한번 아껴서 내일 시내 마사지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 여러 고민이 산재했지만, 결국 나는 경험주의자이기 때문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제대로 FLEX 하고 가자는 마인드로 호텔 마사지를 예약을 했다.
친구들은 이런 내 선택을 말렸지만, 이런 것도 한번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나의 고집에 더이상의 오지랖은 부리지 않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후기를 부탁했고, 나는 마사지를 받기 위해 리조트 산책로 외곽에 있는 'Chi spa'에 갔다. Chi spa는 샹그릴라 탄중아루의 부대시설인 마사지 숍이다. 입구부터 고동색 나무 인테리어가 마음을 벌써 차분히 해주는 듯하다. 요가와 클래식이 합친듯한 느낌의 조용한 음악이었다.
나는 예약자 확인을 하고 잠시 대기했다 바로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특이했던 점은 비밀의 화원을 거쳐서 마사지 룸으로 가는 구조였다. 쉽게 말해 로비는 따로 있고, 마사지 룸은 정원을 통해서 이동해야 있기 때문에,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마사지를 즐길 수 있었다.
마사지받기 전에 환복을 해야 하는데, 윗옷과 바지는 벗고 속옷도 마사지 숍에 구비되어있는 일회용 망사 팬티로 갈아입어야 한다. 한번 입어봤는데, 착용감도 그렇고..
특히!!!! 보이는 게 정말 변태 같아 보여서 내가 원래 입고 있던 속옷을 입고 마사지를 받았다.
이렇게 마사지 테이블에 누워 시작되는 본격적인 마사지 타임...! 내 10만 원을 녹인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며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일을 온몸에 발라준다. 몸에 힘을 푼 채로 오일이 발리니 뭐랄까... 내가 삼겹살이 되어 시즈닝을 받는 느낌..? 묘사가 이상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일을 다 바르고 나서 본격적인 마사지가 시작되는데, 강도는 적당했다. 아무래도 오일을 발라서 그런지 세게 해도 미끄러지기 때문에 강력한 세기로는 마사지가 힘들었고, 보통 팔꿈치로 하기 때문에 몸에 일정한 자극이 계속 밀려오는 기분이다. 어느 정도였냐면 사람이 하는 게 아니고 기계를 돌리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일정한 세기로 꾸준한 자극이 들어온다.
그리고 마사지를 받을 때 아픈 곳을 시원하게 풀어준다기보다는 내 몸을 소중히 케어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보통 생각하는 마사지는 온몸에 두둑 소리가 나고 뭉친 근육을 사정없이 풀어버리는 무자비한 마사지를 생각했는데, 여기 리조트 마사지는 오일을 소중하게 발라준다음, 피곤해진 몸을 정성껏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으음... 나쁘지 않아...라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너무 고급스러워서 뭔가 아쉬운 느낌이 계속 들었다. 왜냐하면 난 내 여행경비의 3분의 1을 태워 여기로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같은 세기의 자극에 별 감흥을 못 느끼면서 이 서비스가 언제 끝날지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마음에 들어찼다. 내가 이 정도로 내고 왔는데 설마 이 정도에서 끝이야..?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연장이 되었고, 불안함 속에 마사지는 계속되었다.
결국 마사지가 끝이 나게 되고, 나는 조금은 허무함을 느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낸 돈이 있으니 드라마틱한 마사지를 기대했던 것도 있고, 내가 상상하던 마사지 형태와 달라서 내가 원하던 게 채워지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는 고생해준 마사지사에게 부가가치세 10% 정도의 팁을 주고, 가벼워진 몸을 가지고 무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천천히 돌아갔다.
숙소에 돌아오니 친구 두 명은 시내에 가서 마사지를 받고 왔다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딱 내가 원하는 형태의 마사지였다. 거기다가 내가 받은 마사지의 3분의 1 가격, 90링깃이면 충분히 받고 온다는 것이다. 나는 탄식을 금치 못하며 아쉬운 소리를 해댔고, 친구들은 300링깃짜리 마사지는 못 이기지라는 식으로 나를 놀려먹었다. 하지만 나는 후회는 하지만 안 받아봤으면 이런 평가도 못 내렸을 거라고 애써 합리화를 했고... 친구들도 흔치 않은 경험 했으니, 그걸로 된 거라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날아가버린 10만 원을 생각하며, 다음엔 꼭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마사지를 받을 거라는 다짐을 했다. 다음 날 시내 마사지를 두 군데를 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