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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Aug 11. 2022

5성급 리조트에서 낭만 뿌수기.

코타키나발루 샹그릴라 탄중아루.

 폭풍을 헤친 뒤 우리가 체크인을 한 곳은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 

여행 가기 전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신 친한 과장님이 충고를 하나 해준 적이 있다. 

동남아에서 숙소는 무조건 '샹그릴라'로 잡으라고.. 그 충고 덕을 제대로 보았다. 




 입구부터 웅장했는데, 정통 말레이시아 궁궐 느낌이 나는 오리엔트풍의 목조 구조물이었다. 박물관처럼 창이나 방패 같은 게 벽에 걸려있고, 리조트 로비가 축구장 한 개 크기만큼 넓었다. 리조트 로비를 통해 조식 뷔페와 수영장으로 통하는 산책로, 객실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로 가는 통로 등이 연결되어 있고, 리조트풍의 분위기의 탁상과 의자가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었다. 


 체크인 시간 1시간 전에 왔기 때문에 우린 바로 객실로 들어갈 순 없었지만, 다행히 샹그릴라 탄중 아루엔 체크인 시간 전에 몸을 씻거나 잠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스타 라운지가 있다. 우리는 폭풍을 헤치고 나와, 온몸이 젖은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샤워가 필요했는데, 스타 라운지 덕분에 샤워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사우나까지 있으니...! 이 얼마나 차원이 다른 부대시설 인가.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한 듯한 스타 라운지에서 몸을 씻고 사우나를 잠시 즐기니 체크인 시간이 됐고, 객실로 들어갔다. 객실은 투베드 룸이었고 엑스트라 베드 하나 설치했는데, 엑스트라 베드 값이 만만치 않았다. 어쨌거나 3명이서 쓰는 거니 어쩔 수 없는 지출이라 치고 객실에 들어가니 베란다에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 1세트와 함께 위 사진에서 보이는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게 말로만 듣던  오션뷰인가. 


 산책로는 야자수가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고, 열대 꽃이 햇살을 받아서 그런지 더욱 화려한 색감을 빛냈다. 이게 바로 동남아의 휴양지 바이브. 저 멀리엔 바다가 보이고 낮엔 맥주가, 저녁엔 와인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뷰였다. 나는 오자마자 들떠서 베란다에서 한창 있었던 거 같다. 객실엔 와인 보틀에 담긴 물이 인원수만큼 구비되어 있었고, 화장실도 역시 5성급 답게 깨끗했다. 침대가 푹신 한 건 말해 뭐하겠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산책로를 통해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은 샹그릴라에서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듯했다. 수영장 너머엔 석양 명소에 지어놓은 선셋 바가 특별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휴양지에 가기 전 머릿속에 여러 로망을 심어놓는다. 


 선셋을 보며 마시는 연인의 눈동자를 담은 술 한잔이라든지,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편한 선베드에서 누워 즐기는 선탠이라던지,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는 듯한 개인 수영장을 쓰는 것 같은 호텔 수영장이라든지....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엔 이 모든 게 있다. 



 샹그릴라 탄중아루는 특이하게 한국인들이 정말 많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냐면 종업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한국인 같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유명한 리조트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자연스레 다른 사람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면 그 사람 역시도 한국말로 대답하는... 코타키나발루 속 한인 타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이국땅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의 피로가 쌓이지 않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이국땅을 통째로 옮겨 휴양하는 기분이랄까.  여행지에서의 긴장이 많이 완화되는 곳이었다. 여기에서만큼은 생각 없이 있어도 된다는 심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호텔 수영장 파라솔 아래 선베드 너머 풍경은 눈이 즐거웠다. 수영장과 바다가 공존하고 있는 경관이 묘하게 조화로웠다. 수영장은 사람이, 바다는 지평선에 걸쳐있는 섬들이 장식하고 있었고 그 둘 사이에 같은 모습으로 떠있는 하늘은 너무도 맑다. 구름은 명확한 모양이 아닌 물감을 마치 나이프로 번지게 한 것처럼 유화 같은 형태였다. 크림을 밀어낸 느낌이라 마치 두 가지 맛 아이스크림이 이쁘게 녹아든 느낌이었다. 맛으로 따지면 파스퇴르 저지방 우유 아이스크림과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섞어놓은 느낌? 상당히 청량하고 부드러운 맛이 예상되는 구름이었다. 코타키나발루의 하늘을 아이스크림으로 만든다면 그런 몽실한 맛이 나겠지. 


 선베드 아래에서 이런 풍경을 즐기는 와중에 옆엔 프랑스 여성분이 책을 읽고 계셨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국의 만남이자 정취. 나 역시 옆에서 메모장을 켜고 이곳의 풍경에 대해 내 생각나는 대로 적어댔던 것 같다. 언어는 달라도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주변 사람의 분위기에 따라가는 거기도 하니깐. 좋은 풍경을 보며 주위 소음을 라디오 삼아 다리를 건들거리며 코코넛 위스키를 마시며 쓰는 글... 의외로 좋은 글감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다. 



 내 여행지의 로망을 채워준 샹그릴라 탄중아루 , 이곳에서 느낀 이국의 정취와 고국의 편안함. 

언젠간 꼭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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