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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Aug 14. 2022

특별한 분위기의 수공예 시장.

코타키나발루 핸드 크래프트. 

 코타키나발루까지 왔으면, 귀국할 때 빈손으로 가긴 아쉽기 마련이다. 소중한 사람한테 자신의 여행을 기념할만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마음만큼 기특한 게 있을까?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마음은 없었지만, 친구 한 명에겐 그런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평소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선물해드리고 싶다며, 그런 것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고, 우리는 핸드크래프트라는 워터 프런트 근처 수공예 시장에 방문하게 되었다. 




 우선 이곳의 첫인상은 매우 좁아 보인다는 거였다. 천장에 걸려있는 페르시아풍 공예품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 공간의 협소함을 만듬과 동시에 시장의 길 하나만 집중할 수 있는 묘한 공간 조감이 형성되었다. 우리는 형형색색의 거리에서 오직 길 하나만을 걸으며, 쇼핑을 시작해야 했다. 일직선 구조로 한정되어있는 쇼핑 동선이 강제되는 환경이었다. 


핸드 크래프트의 전경 

 핸드크래프트를 본격적으로 둘러보러 들어가니 아늑한 분위기가 감겨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상인들은 그 형형색색이 매몰된 거리에 하나씩 숨어있는 듯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쓰고 있는 히잡도 역시 페르시아풍 두건이라 그런지 훌륭한 보호색이 되었던 것 같다.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근처에 오면 두더지처럼 불쑥 튀어나와 물건에 대해 흥정을 하거나 호객 행위를 했다. 상인들은 대게 50대 여성으로 보였고, 이 근방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상인이 물건 소개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수공예품이 눈에 띈다. 코코넛 줄기를 엮어서 만든 가방과 해안가 진주와 흑요석으로 만든 염주, 화려한 양탄자 무늬가 새겨진 원피스와 치마들. 이것들이 전부 수공예품이라 믿기진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상인이 강조하는 건 '핸드 메이드'였다. 루피가 쓸만한 밀짚모자도 있고, 여행지 기념품의 상징인 관광지 냉장고 자석도 즐비해 있었다. 친구는 코코넛 줄기를 엮은 가방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이곳의 특징은 평소엔 불이 꺼져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불이 켜져 있는 곳도 갑자기 정전이 일곤 한다. 정전인진 모르겠으나, 불이 꺼져있는 길로 가면 센서처럼 불이 켜지고 상인이 불쑥 나타나서 물건을 소개한다. 우리가 이미 갔다 온 지점은 다시 불이 꺼져있다. 쉽게 말해 손님이 곧 등불인 셈이다. 평상시 에너지를 아끼다가 손님이 올 때만 전력(力)을 쓰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니면 아예 불이 꺼진 곳은 상인들이 플래시 라이트를 켜며 우리를 반겨주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플래시 라이트에만 의지하여 상품 매대를 보는 감성이 조금은 특별히 기억된다.


어둠 속 거래

 친구가 수공예 가방을 싹 집어 들더니 이게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메고 다니는 트렌디한 가방이라고 약을 팔길래, 나는 저런 거 절대 유행 안 탄다며 질색팔색을 했다. 화려한 색감을 지닌 뜨개질 형식으로 만든 가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끼고 다니는 젊은이를 본다면 힙해 보일 거 같기도 하다. 요즘 프라이탁 가방이 자주 보이는데, 그것보단 조금은 심화된 '키치'감성이긴 하지만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상인들과 흥정과 상품을 고르며 별다른 성과도 없이 돌아다니다, 어느 유쾌한 상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듯, 염주를 고르는 친구에게 '이거 이뻐요' '멋있어'를 연발했다. 타지에서 듣는 발음이 어눌한 한국말이 오히려 반가웠던 우리는 마음이 살짝 동해서 하마터면 바로 지갑을 꺼낼 뻔했다. 이런 한국말을 들은 옆의 상인은 빵 터졌고 우리도 '땡큐 땡큐' 하면서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어둑 칙칙한 조명에 대비되는 화려한 색감의 원단과 공예품들, 그리고 은밀히 움직이는 상인들이 결부된 핸드 크래프트 수공예 시장은 신비로운 느낌이다. 시장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가 움직이는 곳에 불이 켜지고, 정전이 때때로 되면 상인들은 플래시를 켜 매대를 비추고, 우리는 상인의 빛에 의지하여 물건을 고르고, 또 다음 어두운 길로 향하는 색다른 이색 경험이었다. 


 비록 살건 없을진 몰라도, 이런 분위기 자체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곳을 글로 묘사하려는 노력과 비슷한 느낌이다. 


 관광지로서 유명한 곳은 아닐지라도,

 좋은 사진 스폿과 혹시 만날지도 모르는 인생템이 숨어 잠들어있는 곳.

 핸드 크래프트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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