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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Aug 15. 2022

카야잼 10개가 13만 원이라고?!

코타키나발루 기념품으로 카야잼을 함부로 사면 안 되는 이유. 

 말레이시아가 카야잼으로 유명한 것은 여행 와서 알았다. 같이 온 친구 두 명이 여행 마지막 날에 이 카야잼을 구하기 위해 이마고 몰을 뒤져댔기 때문이다. 나는 기념품에 대한 큰 효용성을 못 느꼈기에 스킵을 했다만, 친구 두 명은 진심이었다. 코타키나발루에선 꼭 카야잼을 사 가야 한다고... 하지만 이 카야잼이 우리 일행을 큰 딜레마에 빠지게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다.


 코타키나발루의 이마고 몰, 한국으로 따지면 백화점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간소화된 형태다. 쇼핑타운과 백화점을 합친듯한 묘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여행을 마지막으로 장식할 기념품을 쇼핑을 했는데, 내 친구들은 모두 카야잼을 찾았다. 말레이시아는 카야잼으로 유명하다고 가족들에게 사 오기로 약속을 해왔나 보다. 카야잼에 대한 열망이 장난이 아니었다.


 당연히 코타키나발루 현지에서 카야잼을 맛보았는데, 아주 달콤한 쑥을 먹는듯한 느낌이다. 이 카야잼은 코코넛 밀크, 계란 , 판단잎을 이용해 제조를 한다. 확실히 이국에서의 원료로 만들어진 잼이기 때문에 기념품으로써의 가치는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사갈 정도라고 느끼진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이 열광을 하며 카야잼을 구매할 때 나는 별생각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카야잼을 실컷 산 뒤에야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식사를 한 뒤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제 수하물을 보내야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카야잼은 일단 배낭에 못 넣는다 하는 것이다. 액체라서 무조건 수하물로 보내야 한다고 공항 직원은 안내했다. 내 친구들은 배낭에서 카야잼을 꺼내 모았다.  각자 8개, 2개 이렇게 구매를 해서 10개 정도의 카야잼이 나왔다 


 그래서 수하물로 부치려 하니, 1KG 당 16,000원이라는 충격적인 수하물 가격이 나왔다. 카야잼은 약 8KG 정도 나왔던 것 같고 13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우선 우리는 항공권 값을 아끼기 위해 10KG 이하 수하물 무료 혜택을 선택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쉽게 말해 카야잼은 배낭으로도 반입이 안되고, 수하물로만 부쳐야 하는데, 10KG 이하 수하물 무료 혜택이 없는 우리가 이 카야잼을 가져가려면 13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내 친구들은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말레이시아 현지 가격으론 13링깃 (한화 4,000원 상당) 정도 하던 카야잼을 들고 가기 위해선 1개당 10,000원꼴의 돈을 내야 했다. 선뜻 이 거금을 내기 쉽지 않았던 친구들은 여러 방법으로 최대한 수하물 무게를 줄여보려 노력했지만, 13만 원이 한계였다. 한계에 봉착하자 친구들은 허탈한 듯 공항 수하물 검색대에서 한참이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보며 속으로 '정말 안 사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연신 해댔던 것 같다. 이 카야잼을 어떻게 해야 한국으로 가져갈 수 있는가. 하지만 가져가기엔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윽고 친구 한 명이 대국적인 판단을 내렸다. 카야잼을 버리고 가자고 한 것이다. 카야잼을 8개나 구입한 친구는 처음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누가 봐도 이 카야잼을 버리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버리고 한국에서 다시 구매해도 수하물로 부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이 카야잼을 수하물로 부치는 건 수지타산에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오직 감성 값으로만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카야잼을 버리자고 주장한 친구는 이러한 사실들을 설명하며, 대국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결국 카야잼 8개를 구입한 친구는 의견에 동의를 하며, 이마고 몰을 뒤져가며 코타키나발루에서 직접 공수해온 여행지의 추억이 서린 카야잼 8개를 버려야만 했다. 우리는 공항직원에게 카야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고,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닌지 공항 직원은 자기들끼리 잘 나눠먹겠다고 했다. 우리 대신 맛있게 먹어달라며 처리를 부탁했고, 카야잼 없이 공항 라운지로 들어오게 되었다. 


 친구들은 공항 라운지에 들어오면서 이미 버려버린 카야잼을 생각했지만,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 생각에도 최선의 판단이 맞았다. 이 대국적 판단을 내린 친구에게 나는 시시한 위로를 해주기 위해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치켜세워줬다. 유신을 쏘는 야수의 심정을 몸소 체험한 내 친구들은 못내 아쉬워 하지만 후회는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라운지에 들어와 비행기 시간이 다다를 무렵 최종 수하물 검색대에 오게 되었다. 우리 앞에는 여성 여행객 2명이 쩔쩔매고 있었다. 그들도 역시 카야잼을 가져온 것이다. 최종 수하물 검색대에서 어찌할지 모르는 여성분들에게 우리는 우리가 했던 선택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떻게 해도 카야잼은 배낭에 넣지 못하고 수하물로 보내야 하니 차라리 버리는 게 맞다고. 여성분들도 이내 납득한 듯 카야잼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버릴 수밖에 없던 카야잼.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다. 코타키나발루 관련해서 찾아보면 카야잼을 꼭 사가야 한다는 포스팅이나 게시글이 엄청 많았다. 하지만 누구도 카야잼을 반드시 수하물로만 부쳐야 한다는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가족여행이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은 항공권 값을 아끼기 위해 수하물 10kg를 끼워 넣지 않는다.  어찌 보면 여행의 상식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액체로 된 기념품은 무조건 수하물로 부쳐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공항에서 낭패를 보게 되었고, 슬픈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내 글을 보며 다른 사람들도 카야잼을 기념품으로 가져감에 있어서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내 친구들도 자신들이 겪은 일을 내가 글로써 풀어주기를 당부했던 것 같다. 다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다. 이 미숙한 부분은 앞서 나간 사람들이 먼저 경험하면 족하다. 우리가 겪었던 딜레마를 여러분은 겪지 않길 빌며 수많은 카야잼 추천글 속에 내 글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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